brunch

공원에서 만난 천사들.

차갑지만, 무엇보다 뜨거웠던 아이스크림

by 봉봉어멈




올해 들어 봄부터 쭈욱 도서관에 자주 간다.

그런 평범한 날들 중 하나인 더운 여름이었다.


조금 추울 때부터 걷기 시작해서

운동삼아 도서관에 걸어 다녔는데

그날은 유난히 햇살이 강했다.

(다시 떠올려 보아도 올여름은 참 유난히도 더웠다.)


그래도 바람이 솔솔 부는 날이라,

그늘에선 나름 시원할 것 같아

점심 먹은 것도 소화시킬 겸 도서관 옆 공원으로

슬슬 걸어 나갔다.


도서관 건물의 바로 앞쪽은 그늘이라 걸을 만해도

왕복 거리가 너무 짧아, 오늘은 왠지

나무그늘 쪽으로 가보고 싶었다.


발길이 닿는 대로 나무그늘을 향해가 보니,

풀밭이 아닌 흙바닥이 있는 안쪽으로

나무그늘이 우거져 있었다.


'와… 덥지만 그래도 시원해.'


바람을 조금씩 느끼며 흙길을 왔다 갔다 걸었는데,

옆을 바라보니 아주머니 한 분과 아저씨 한분이

진흙으로 변한 흙바닥을

맨 발로 밟고 걷고 계셨다.


발이 뜨거우면 길어오신 물을 한번 붓고 또 걷고.

그렇게 그곳엔 동그라미 모양의 진흙트랙이

있어서 동네분들이 이용하시는 듯했다.


그분들이 걷고 계신 진흙길이 시원해 보이기도

했지만, 덥석 신발을 벗고 함께 하기엔

용기가 안 나서 조용히 옆에 있는 길을

천천히 왔다 갔다 걷고 있었다.


그렇게 핸드폰으로 멍하니 검색을 하며 걷던 중에,

갑자기 무언가 앞을 가로막고 서있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방금 트랙에서 걷고 계시던 아저씨께서

웃으시며 나에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셨다.


세상에.


너무 더운 날이라 두 분이 드시려던 아이스크림을,

전혀 일면식도 없는 나에게까지 사주신다고?

너무 놀랐다.


덥석 주셨던 터라, 거절하기도 죄송하고

간단히 인사를 드리며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아니... 전 괜찮은데... 이거 받아도 될지...

감사합니다.!!"



행운처럼, 아이스크림 선물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이름모를 천사분들!)



그 아이스크림은, 내가 여름동안 먹었던 어떤 아이스크림 보다 강렬했다.

저렇게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마음을 가지신,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분들이 있다니!!!

왠지 아이스크림은 차가운듯 따듯했다.


더위를 한껏 자랑하려고 빛을 내리쬐는 여름이랑,

그 빛을 가려서 예쁜 모양을 만들어내는 나무

그림자랑, 내 손에 들려있는 고소하고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하나가 되는

그림 같았던 순간.


그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마다

그분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이 뜨거운 여름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신

오아시스 같았던 분들.


그날은 아마도, 행운의 날이었나 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빛나는 여름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