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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 아이의
학습 환경 점검하기

Chapter 1. 공부 역전을 위한 준비 과정

  예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이 학원을 차렸는데, 학원 이름이 ‘In 서울’이었다. 이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부모님들이 1차적으로 희망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그래서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 아이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한다.


“선생님, 제가 ○○대학교에 갈 수 있을까요?”


  이런 질문을 들으면 사실 좀 당황스럽다. 비관적으로 얘기하자니 아이가 상처 받을 것 같고, 낙관적으로 얘기하자니 희망고문을 하는 것 같다. 요즘은 이런 질문이 점점 아래 학년으로 내려가고 있다. 상담을 해보면 중학생, 심지어 초등학생의 부모님도 이를 궁금해한다.


“선생님, 우리 아이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이 역시도 알 수 없다. 그 아이가 대학교에 가기 전까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얼마나 많겠는가. 지금은 잘하지만 어느 시점부터 공부에서 멀어질 수도 있고, 공부에 통 관심이 없었는데 어떤 계기로 공부에 매진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아이의 학업 능력을 예측하는 질문에는 사실 답이 정해져 있다.


“이 아이는 공부를 잘할 것 같습니다.”

“이 아이는 공부를 잘 못할 것 같습니다.”


  설사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어 보여도 이렇게 대답할 수는 없는 것이다. 반대로 공부에 소질이 있어 보여도 마찬가지다. 공부를 잘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나중에 아이가 공부를 못하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우리는 내일 스스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의 10년 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을까? 그래서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이가 잠재력이 있습니다.”

“아이가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녀의 만족지연능력을 확인해 보자

  그런데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연구가 있다. 1968~1974년에 스탠퍼드대학교의 유아원에 다녔던 550명의 아이들에게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연구자는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마시멜로를 주면서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내가 잠깐 나갔다 올 동안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먹을 수 있어. 그런데 기다리지 않고 먼저 먹으면 한 개만 먹을 수 있단다.”


  즉, 15분을 참으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을 수 있다는 말이다. 태어나서 가장 어려운 순간을 맞이한 아이들은 저마다 고민을 한다. 먹고 싶은 간식을 눈앞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고통은 네 살짜리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떤 아이는 끝까지 참고 버텼다. 반대로 참지 못하고 눈앞의 마시멜로를 먹어 치운 아이도 있었다.


  그런데 이 실험이 전 세계의 이목을 끈 것은 마시멜로를 먹은 아이와 참았던 아이의 미래가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다. 이 실험에서 15분을 인내한 뒤 마시멜로 두 개를 먹은 아이들이 약 12년 후 청소년이 되어서는 자제력, 집중력, 자립심, 자신감, 학습 동기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연히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 점수도 더 높았고, 더 좋은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이들이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는 교육 수준과 자아 존중감이 더 높고 건강 상태가 더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들이 40대 중반에 이르렀을 때 이들의 뇌를 fMRI로 촬영을 했다. 그 결과 마시멜로의 유혹을 더 오래 참았던 사람들의 전전두피질 부위가 더 활성화되었다. 전전두피질은 동기 부여, 창의력, 자제력 등을 관장하는 곳이다. 이들이 소유한 재산이 더 많았으며,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었다.


  백인 중산층이 많이 사는 스탠퍼드대학교의 유아원이라는 특수한 집단에서 나타난 결과를 일반화시키는 데 의구심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 연구자는 경제, 문화, 인종, 종교적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이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렇게 나중에 더 큰 만족을 위해 당장의 만족을 참는 능력을 ‘만족지연능력’이라고 한다. 위 연구 결과처럼 만족지연능력과 공부는 꽤 상관관계가 크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이고, 공부 외 다른 활동을 한다는 얘기는 곧 공부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우리 아이의 만족지연능력은 얼마나 될까? 아이가 어리다면 마시멜로 실험을 해봐도 되지만 이는 식사 시간에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는지, 아니면 남겨 두었다가 마지막에 먹는지 보면 된다. 이럴 때 두 번째 아이가 만족지연능력이 더 높은 셈이다.


  이러한 습관은 삶의 구석구석에서 드러난다. 주말 숙제를 토요일에 미리 해놓고 일요일에는 편하게 쉬는 아이가 있고, 반면에 일요일 마지막까지 미루다가 결국 못해 가거나 엉터리로 해 가는 아이도 있다. 사실 공부는 미래를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TV도 보고 싶고, 친구도 만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등등 얼마나 많은 유혹들이 있는가? 미래의 삶을 위해서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재미없는 책을 읽으며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공부이다. 따라서 만족지연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공부를 잘하기 어렵다.



자녀의 학습 환경을 확인해 보자

  사실 마시멜로 테스트는 워낙 유명한 실험이라서 그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연구에 대해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실험을 주도한 미국의 심리학자 월터 미셸(1930~)은 그의 저서 『마시멜로 테스트』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설명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실험 환경을 고안했는데, 그중 한 가지가 마시멜로의 접시를 아래에 놓아 잘 안 보이게 한 것이다. 마시멜로가 책상 위 잘 보이는 곳에 있었을 때는 아이들이 평균 1분을 기다렸지만 마시멜로를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았을 때는 아이들이 평균 10분을 기다렸다. 요컨대 환경이 아이들의 자제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공부하고 있는 공간을 보자. 주변에 컴퓨터, 휴대폰, TV 등 손만 뻗으면 실행할 수 있는 전자기기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공부에 집중을 못하느냐고 지적하기 전에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한 고등학생의 어머니는 아들이 틈만 나면 컴퓨터 게임을 한다고 푸념했다. 그래서 컴퓨터가 어디 있는지 물어보니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야 애 방에 있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당장 컴퓨터를 아들의 방에서 거실로 옮길 것을 권했다. 그런데 아들의 반발로 옮기지 못했다. 진짜 조금만 하겠다며 딱 한 번만 믿어달라는 아들의 연기(?)에 마음이 흔들린 것이다. 그 학생은 결국 대입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재수를 했다. 그런데 재수를 할 때도 컴퓨터는 아이의 방 안에 있었다. 결국 재수도 실패했다. 그런데 재수도 실패한 뒤에 아이가 스스로 컴퓨터를 거실로 내놓는 것이 아닌가? 본인도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삼수 끝에 대학교에 들어갔다.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것이 비단 컴퓨터뿐일까? 요즘 아이들은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가장 큰 명분은 공부로 지친 머리를 식힌다는 것이다. 그러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은 정말 아이들에게 휴식이 될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아이들의 집중력은 급격히 소모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MRI로 뇌를 찍어본 결과 거의 모든 영역이 다 활성화되었다. 결국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하면서 정신적 에너지를 상당히 소비하는 것이다.


  우리의 체력에 한계가 있는 것처럼 집중력에도 한계가 있다. 공부에 써야 할 집중력을 스마트폰에 쓴다는 얘기는 스마트폰을 하고 나면 공부에 사용할 집중력이 없다는 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연구 결과들이 있다. 그 모든 연구들은 이구동성으로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어떤 문화권이든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과 성적은 정확히 반비례한다.”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외국의 몇몇 학교들은 학교에 휴대폰을 가져오는 것을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심했고 심지어 압수당한 아이의 부모가 학교에 와서 항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단호하게 휴대폰 금지 정책을 밀어붙였다. 결과는? 휴대폰을 금지한 학교 아이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상승했다. 그 이후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히려 그 정책을 더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교에서는 휴대폰을 금지하는 경우가 드물다. 수업 시간에 사용을 자제시키거나 아침 조회 시간에 걷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어른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해 보자. 책상 위에 만화책, 성인 잡지, 연예인 브로마이드를 펼쳐 놓고, 뒤에 TV를 켜 놓고, 옆에서 동생이 컴퓨터 게임을 하는 방에서 공부를 하라고 하면 잘될까?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공부하는 것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손가락만 몇 번 움직이면 위와 같은 것들을 바로 할 수 있다. 아이들은 너무나 큰 유혹을 참아내면서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아이들이 결국 이 유혹에 굴복하고 만다. 설사 스마트폰을 잊어버리고 공부에 몰입하는 순간이 있다고 해도 불쑥불쑥 날아오는 친구들의 대화가 공부를 방해한다.


  결론은,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배고픈데 치킨을 시켜 놓고 먹지 말라는 것보다 더 가혹한 것이다. 현실에서 스마트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1. 대학생이 될 때까지 일반 휴대폰을 사 준다.

2. 스마트폰(다른 전자 기기 포함)을 사용하는 경우 공부 시간에는 이것들을 거실에 둔다.


  일단 아이들을 스마트폰의 세계에 들이면 다시 빼낼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래서 되도록 일반 휴대폰을 사 주길 권한다. 물론 어린이날이나 생일마다, 시대에 뒤떨어진 부모님이라는 둥 반에서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는 나 혼자뿐이라는 푸념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더라도 일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유혹을 훨씬 적게 받는다. 전화, 문자 그리고 사전 기능밖에 없으니 휴대폰 중독에 걸릴 위험도 적다. 실제로 일반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면 크게 불편해 보이지도 않는다.

  

  물론 이상적인 방법이야 존재한다. 스마트폰을 사 주더라도 아이들이 자제할 수 있게 사용 시간을 정하고, 스마트폰의 위험성을 알려주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들이 현실에서는 잘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단 스마트폰을 사 주면 공부 시간에는 무조건 스마트폰을 거실에 둔다는 약속을 받아 이를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아이들은 인터넷 강의, 수행 평가 등의 핑계를 대면서 스마트폰을 방 안으로 가져가려고 할 것이다. 여기서 타협하기 시작하면 결국 아이들의 눈앞에 달콤한 마시멜로를 놓는 것과 같다. 인터넷 강의용 전자 기기를 따로 구매하는 한이 있더라도 공부하는 공간에서 스마트폰과 공부에 방해되는 물건은 반드시 꺼내 놓아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 아이가 앞으로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만족지연능력’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즐거움을 참아야 하는 것이다. 이 ‘만족지연능력’은 자녀가 생활하는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지만 쉽게 식사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몇 개 안 되는 좋아하는 반찬을 먼저 먹는 아이보다, 이를 아껴 두었다가 나중에 먹는 아이가 만족지연능력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만족지연능력은 환경의 변화를 통해서 향상시킬 수도 있다. 연구 결과 마시멜로가 눈앞에 있을 때보다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 유아들은 열 배나 오래 기다렸다. 지금 아이의 방에 있는 컴퓨터, 휴대폰 등이 바로 마시멜로들이다. 이를 아이들 눈앞에서 치우는 것이 아이들의 만족지연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최선의 방법은 마시멜로를 주지 않는 것이다. 즉, 대학생이 될 때까지 일반 휴대폰을 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에 익숙한 아이들을 중·고등학교 때 다시 일반 휴대폰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없다가 있는 것은 가능하지만 있다가 없이는 못살기 때문이다. 결국 스마트폰을 사 주게 되면 반드시 공부할 때는 거실에 둔다는 약속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필요한 이유를 꽤나 합리적으로 만들어낼 것이다. 여기서 마음이 흔들린다면 아이의 눈앞에 마시멜로를 놓아 두는 것이다. 아이의 학업과 장래를 진심으로 생각한다면 아이의 눈앞에서 과감히 마시멜로를 치워 주는 게 더 좋다. 당장은 아이들의 볼멘소리를 듣겠지만 나중에는 감사하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글 : 홍석철

프로복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의 영어 강사.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을 체육관으로 불러 스파링을 한 후 공부를 시킨 것은 업계 전설로 남아 있다. 


입시·교육에 관한 정보의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펜타킬’, ‘하니샘’과 함께 ‘홍프로’란 닉네임으로 2014년

부터 팟캐스트 〈입시왕〉을 진행하고 있다. 족발을 먹으면서 충동적으로 의기투합하여 시작했지만 현재 100만 명에 육박하는 청취자가 입시왕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입시왕〉은 2016년 대한민국 최고의 팟캐스트 Top 50에 선정되었다. 


『입시왕, 공부를 부탁해』는 2016년 제2회 ‘카카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을 받은 <교육컨설팅>을 바탕으로 새로운 글을 추가하여 2017년 3월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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