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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냄새

by 말글손

나는 오십이 넘은 범띠다. 띠 이야기가 웃기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막내 아들이자, 두 아들의 아버지다.

아버지가 되고 자식들이 자라면서 아버지 마음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차린 듯 하다. 여전히 어른은 아니지만, 다음에 내 자식이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면 그때나마 어른이 되려나?


엄마 냄새


말글손 時人 장진석


일이 지천인데 늦잠을 자고 말았다

마음만 답답했다

씻는 둥 마는 둥 골목을 나선다

고향으로 향했다 엄마가 없는 고향이다

엄마 있는 곳을 반대로 달려

엄마의 정취를 찾으려 한다

덩그러니 빈집에는

바람만 개구쟁이 마냥 다녀갔다

텃밭에는 여전히 엄마의 온기가 머물러 싹을 틔웠다

늦게나마 마늘 쫑대를 뽑았다 엄마 냄새가 그대로 묻어있는

정구지도 방아잎도 땄다

올라가는 길에

쌀 한 가마니 방아 찧어 자식들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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