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아. 어떤 사람을 전적으로 이해한다고 아직은 감히 말할 수 없어. 도달하지 못한 셈이지. 이토록 다른데, 그 멀리의 감정과 행동을 쉽게 알아버릴 수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는 나를 단단히 붙들고 있는 자아에서 잠시 벗어나 그쪽으로 달려가. 내 허리에는 두꺼운 고무줄이 매여있고, 저 끝에 너는 너무 멀리 있어. 단거리 주자처럼 힘껏 스퍼트를 올려도 가까워지는 것은 잠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버리지. 언제 너를 완벽히 껴안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지만, 매번 닿지 못해도 조금씩 가까워진다고 느끼는건 좀 짜릿해. 그럼 다시 운동화끈을 고쳐매고 한번 더 달려보는 거야. 서로의 동공이 마주치면 이번에는 얼만큼 뛰어갈 수 있을지, 몇 걸음을 얼마만에 달려야 할지 사정없이 텔레파시를 보내. 말하지 않고, 짐작만으로 서로를 향해 던진 우리의 몸짓이 뜨겁게 허공을 가를 때, 너의 품이 바로 내 몸을 덮쳐버릴 것 처럼 커질 때, 손을 뻗어 너의 맨살을 조금 꼬집을 수 있었을 때. 그 순간은 부서지는 파도의 포말이 되어 머릿 속에 남아. 다시 너의, 그리고 나의 줄이 더 늘어날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채찍처럼 계속. 계속. 계속.
물론, 가끔 어떤 사람은 내 사정거리 밖이겠다 할 때도 있어. 반대로 너무 가깝다면 뛰고 싶은 마음 조차 들지 않거나, 너무 세게 부딫힌 나머지 중상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야해. 그러나 너는 다른거야. 달려갈 마음이 든다는 건 파도가 육지를 향해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지. 생각보다 가까울 때도, 어느 순간 너무 멀어져 버릴 때도 있어. 우주의 행성들처럼 우린 멈추지 않고 날아서, 돌아서, 멈춰서도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준비하고 있을 게. 언제든 너에게 달려가 우리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한다고 느낄 수 있을 때, 그 영원하지 않을 순간이 진공 속에 오래 머물도록. 다시 헤어져도 계속을 기약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