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새를 그린 과정들과, 그 과정에서의 생각
매주 토요일 미술을 배우고 있다. 머릿속에 일생각이 떠나는 것도 좋고, 결과를 떠나서 뭔가 취미가 생겨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 좋다.
아직 자연물을 보고 그림을 그릴정도의 실력은 안되어서, 선생님이 가져온 시안들과 비슷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2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늘은 선생님이 가져온 시안중에 정체모를 '새' 를 그렸는데, 새를 그리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고려한 것들이 일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 나의 새를 그린 과정들과 그 과정에서의 생각들을 정리해보았다.
+ 용어는 정확하지 않다. 내 맘대로 부르기로 한다.
1. 시작하기전에 뭘 그릴지 선택한다. 다 그리고 나서는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지 정확하게 인지한다.
+ 시안들 중에, 내가 그리고 싶은 것들 위주로 필터링한다. 다 그리고 난 후에 뿌듯함을 느낄 만한 것들이어야 한다.
+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실제로 그려본 것 처럼 상상하고, 난이도와 핵심적으로 필요할 것 같은 부분을 예상해본다.
+ 연하게 선을 표현하는 것이 이때까지 어려웠는데, 이번기회에 도전해 볼만하다 생각했고, 깃털 그리다가 한번은 빡칠것이라 생각했다.
+ 이 그림을 정해진 시간안에 다 그릴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재료로 충분한가, 2주에 나눠서 그려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만큼 가치가 있는 그림인가를 고민했다.
+ 새랑 장미중에 새를 선택했다.
+ 새를 선택한 후에 내가 그린 새가 어떤 모습일지 최대한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2. 크기를 잡는다. 대략적으로 어느정도 크기일지 스케치북에 표시한다.
3. 새를 최대한 단순화 시켜본다. 이를 바탕으로 구도를 잡는다.
+ 새를 대가리 몸통 꼬리깃털로 단순화 시켰다.
+ 대가리 크기와 몸통의 크기, 대충 원으로 표시한다 둥글둥글. 조금 더 나아가서 날개의 큰깃털, 작은 깃털, 눈의 위치를 대충 찍어본다.
4. 구도를 그린 다음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고 끝그림과도 비교해본다. 구도를 확정짓는다.
+ 잡은 구도대로 디테일만 잘챙기면 정말 새처럼 보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좋아, 일단 비율은 새같군.
5. 구도를 바탕으로 밑그림을 그린다. 여러개 선을 덧대가면서 윤곽을 잡는다. 그중 가장 좋은 선을 선택하고, 나머지 선을 정리하여 하나의 선만 남긴다.
+ 이때쯤부터는 대충 새를 그린것 같다. 거의 다 그리진 않았지만, 잠깐 쉬고 싶어졌다.
6.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부터 그린다. 새가 새처럼 보이게 하는 부분.
+ 무엇이 새의 핵심인지 고민했다. 새는 부리, 눈, 깃털이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했다.
+ 그것 부터 건드렸다. 부리, 눈, 깃털. 깃털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부리와 눈은 어떤 위치에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 부리와 눈, 큰 깃털들을 가장 먼저 그렸다.
7. 끊임없이 끝그림과 비교해가며 디테일을 챙긴다. 더 구체적으로 채워나간다.
+ 새같아 보여야된다. 이건 새다. 나는 새를 그리고 있다. 를 끊임없이 되뇌인다. 이건 새같이 보여야 한다.
+ 약간의 디테일이 새처럼 보이는지, 새처럼 보이지 않는지 결정하는 엄청 중요한 요소가 되더라.
+ 몸통을 잘못그려 펭귄처럼 보이기도 했고, 대가리를 더 동그랗게 그려서 새같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부리와 눈의 거리가 멀어지니 어딘지 모르게 새같지 않았다.
+ 막상 그리는 과정에서, 깃털을 얼마나 잘그렸는지가 정말 중요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깃털의 디테일은 내 그림이 새같아 보이는 것에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8. 선생님께 확인을 받고, 주변을 정리한다.
+ 선생님이 피드백을 준 부분에 대해서 8 7 6 5 4 3 2 1 순서로 고민을 해보고, 문제가 생긴 단계부터 다시 출발한다.
+ 시간이 많았으면 더 디테일을 챙겨서, 새를 더 새처럼 만들어 볼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새도 대충 새처럼 나왔고, 내 기분도 충분히 좋았고, 시간도 다 되었었다.
+ 새가 발로 잡고 있던 나무는 그리지 않기로 한다.
+ 이만 새 주변의 더러운 연필자국들을 지우고 끝내기로 한다.
9. 뿌듯해 하며, 사진을 찍고 뭘 잘했는지 뭘 못했는지 생각한다.
+ 이리저리 돌려보며 뿌듯해한다.
+ 선생님께도 "새 같아 보이죠?" 라고 묻고, 고개를 끄덕임에 기분좋아한다.
+ 중간중간 귀찮아서 연필을 안깎던 습관을 고치기로 했다. 안그래도 선을 얇고 연하게 못그리는데, 연필이 뭉뚝해서 오늘은 더 심했다.
아래는 오늘 내가 그린 새.
병아리 같아보이는 건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