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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May 30. 2018

49. 빙하 탐험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요스테달스브렌 국립공원 (Jostedalsbreen National Park), 유럽 대륙에서 가장 큰 빙하인 요스테달 빙하 (Jostedalsbreen)를 비롯한 여러 개의 지류 빙하들을 포함하는 고원지대로, 노르웨이 서부의 송네 피오르드 (Songefjord)와 노르 피오르드 (Nordfjord)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걸어서 탐험하기로 한 니가드스 빙하 (Nigardsbreen)도 그 지류 빙하 중의 하나이다.  

이 지역의 빙하는 고원지역에 쌓인 많은 양의 눈이 오랜 세월 압력으로 다져지면서 주변의 계곡 일대를 얼음으로 뒤덮고 있는 형태로, 기후 온난화 등의 이유로 최근 수년간 빙하의 양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옥색의 빙하수가 흐르는 계곡을 따라 1시간 반을 올라왔으나, 빙하 체험 (glacier walks)은 예약이 필요한 데다가 이 날의 스케줄은 이미 마감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다음 날의 빙하 탐험을 예약하고 그 아래의 Jostedal 캠핑 장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딸은 6 시간의 빙하 탐험 코스를 원했지만, 나는 솔직히 6 시간이나 빙하 속에 갇혀(?) 있을 생각을 하니 설레는 마음보다 두려운 마음이 컸다. 결국 4시간 반 코스로 협상을 타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옥색의 빙하수를 마음껏 감상하는 것.

캠핑장의 캐빈 옆으로 ‘콸콸’ 소리를 내며 흐르는 계곡의 물은 빙하가 녹은 물이니 얼음처럼 차가운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옥 빛을 띠게 되었을까?' '지금 우리 앞을 흐르고 있는 이 물은 얼마나 오랜 세월을 얼음 속에 숨어 있던 것일까?' 이런 감상에 젖어 그 신비한 빛깔의 빙하수를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나와는 달리, 딸은 어느새 수영복으로 갈아 입고 그 빙하수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있었다.  


딸의 어린 시절 처음으로 바다를 만나게 해 주던 날의 기억이 떠 올라, 이런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혼자서 미소 짓는다. 겨우 아장아장 걷던 아이. 처음 보는 바다가 조금은 위압적으로 느껴졌을 만도 한데, 잠시 나의 손을 꼭 잡고 관망하는 듯하더니, 이내 그 손을 놓고, 밀려오는 파도 자락에 발을 들여놓고, 손을 대보고, 조금 더 들어가 보고, 앉아서 짠 바다 물까지 쩝쩝 맛을 보고.. 마침내 배를 깔고 엎드려 파도를 즐기던 딸이다.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던 아이의 모습과 웃음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나의 딸은 아주 어려서부터 그리고 이렇게 지금도, 나에게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라고, 세상은 부딪쳐 보는 곳이라고, 세상은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고 너무나 풍요로운 곳이라고,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는 차가운 빙하수를 한 모금 떠 마셔 보고, 이윽고 용기를 내어 손부터 살며시 담가본다.


다음 날은 노르웨이 여행 중 가장 많이 걸으며 강행군을 한 날이다. 빙하 위를 4시간 가까이 걸었고, 빙하 탐험을 끝내고 내려오자마자 다시 높은 언덕 위에 지어진 목조 교회를 보러 가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교회로 들어갔다 나오는 마지막 배를 놓치면 낭패였기 때문이다.  

우르네스 목조 교회 (Urnes Stave Church)는 빙하 계곡을 배경으로, 송노피오라네 (Sogn og Fjordane) 지역 북쪽 제방 위에 지어진 노르웨이에서 제일 오래된 목조 교회이다. 12 내지 13세기에 건축되었으며,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전통적인 목조 건축 양식, 즉 켈트 예술이 남긴 흔적과 바이킹의 전통, 로마네스크 양식의 공간 구조를 함께 담아낸 우수한 건축물로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세상의 진기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걷고 또 걷고,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해 뛰고 또 뛰어다닌 하루는 Skei (‘스카이’ 혹은 ‘스키’ 일 것 같지만 Shy, 즉 ‘샤이’라고 발음되는 곳)의 한 캐빈에서 마감을 했다. 이 곳에서 우리는 또 한 번의 ‘덤’을 선물 받았는데, 숲 속의 야외 자쿠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의 고된 하루를 미리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캐빈 주인은 특별히 우리만의 자쿠지 시간을 예약해 주었다.

한 달 만에 따뜻한 욕조에서 피로를 풀며, 달 빛 아래 선녀가 된 우리 두 사람. 이 이야기에 나무꾼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몽환적인 감상에 젖어 와인 한 잔씩을 오래오래 아껴가며 마셨다.




신비한 옥색의 빙하수


800년의 역사를 간직 한 언덕 위의 우르네스 목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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