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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Jun 10. 2018

50. Never say 'never' again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시에라 산 등산로를 찾아 여정을 떠나던 날, 이런 곡예 운전은 ‘다시는’, ‘절대로’ 안 하리라 다짐했지만, 등산로 입구를 놓치는 바람에 결국 그 길을 두 번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그 날 이후 역시 마음속으로는 ‘절대로..’를 주문했지만, 나의 결심이 무색하게도 다시 한번 정말 제대로 된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게 되었다.

올레순 (Ålesund)을 향해 북으로 달리는 길목에서 노르웨이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풍경을 간직한 달스니바 (Dalsnibba) 전망대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절대로.. 아니다’는 말은 다시는 하지 말지니..


게이랑에르 (Geiranger)에서 트롤스티겐 (Trollstigen)을 잇는 100여 km의 63번 도로 구간은 고도 1000m를 넘나들며 숨 막히는 장관이 펼쳐지는 곳으로, 달스니바는 이 구간에 자리한 전망대 중 하나이다. 게이랑에르 피오르와 주변의 폭포, 계곡, 절벽 등이 어우러진 웅장한 경관을 전망할 수 있는 곳으로 해발 1476m 고지에 있다. 이 곳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한 피오르 전망 장소이기도 하다. 이로써, 우리는 피오르 탐험의 마지막 미션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피오르)을 멋지게 달성한 셈이다.  


전망대로 오르는 산의 중턱에서 만난 빙하호수와, 산 정상에서 바라본 까마득한 절벽 아래의 피오르, 그리고 거짓말처럼 펼쳐진 8월의 겨울 왕국.. 이 곳을 다녀간 사람들이 남긴 수많은 돌탑들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이 위대한 자연 안에 우리는 얼마나 작고도 찰나적인 존재인지. 이 아름다운 땅에 초대받은 것은 또 얼마나 큰 행운인지. 너무나 작은 일들에 애를 태우며 사는 건 아닌지.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며 살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에게 매일매일 주어지는 진정한 축복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건 아닌지.. 잊지 말자고, 감사하자고..


자, 숨 가쁘게 올라왔으니, 이제 숨 가쁘게 내려갈 시간이 되었다.  

이 멋진 감상을 마치고 내려가야 한다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내리막 길 중간쯤의 피난 공간에 잠시 차를 멈추고 도시락을 펼쳤다. 마지막까지 전망을 만끽하며 점심을 먹고 싶은 마음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보다는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덜덜 떨리는 다리를 좀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밥심’이라도 빌려야 했기 때문이다.



달스니바 전망대로 가는 길. 숨막히는 경치가 이어진다.
산 중턱에서 만난 빙하 호수
"Europe’s highest fjord view from a road."
'트롤' -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도깨비 요정. 이렇게 깊고 깊은 산 중의 도깨비는 딱 이런 모습이어야만 할 것 같다.


8월의 겨울 왕국
"나는 눈이 좋아서~ 꿈에 눈이 오나 봐~ 온 세상이 모두 하얀 나라였죠~"


최상급 난이도의 드라이브  코스를 성공적으로 수료한 나 -  이제 세상 어디든 달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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