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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Aug 21. 2018

54. 나 가거든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스톡홀름 (Stockholm)을 향해 가는 길에 웁살라 (Uppsala)의 교회와 성당을 방문했다.  

유럽 여행 중에 수많은 성당을 방문했지만, 그 많은 성당들의 자태는 비슷하면서도 나름의 특색이 있었듯이, 웁살라 성당 역시 특별했다. 무엇보다 마치 고운 벽지를 발라 놓은 듯한 따뜻한 느낌의 내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장인들의 손길과 정성에 다시 한번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앞으로, 경주의 고분과 흡사한 느낌이 드는 왕 혹은, 귀족들의 무덤을 거닐었다.

살아 있을 때의 권세를 말해준다고 하지만, 죽은 뒤 이렇게 큰 무덤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론, 우리에게 이제는 묻힐 땅도 없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어떻게 죽으면 좋을까, 어떤 장례를 치르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고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한 방법이 없다. 죽는 순간, 공상 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라락’ 하며 그 자리에서 사라질 수 있다면 제일 좋을 텐데.. 어떤 부자들은 시체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장례식에 큰돈을 이미 지불했다고도 한다.

세상에 있는 장례 방법 중에는 강에 시체를 그대로 떠내려 보내기도 하고, 시체를 토막 내 들판에서 독수리의 먹이가 되도록 하기도 한다는데.. 아무래도 그건 좀 끔찍하다.

땅 속에 묻혀서 오랫동안 썩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것이겠지만,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는 이유는 내가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아직 다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결국, 화장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인데, 화장은 그 자체로 환경오염이라는 것도 안다. 아무튼, 이 뼈 가루를 항아리에 담아 캐비닛에 보관하는 방법도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어느 슬픈 영화에서처럼 나룻배에 실려 강에 흘려 퍼지는 그림을 상상해 보기도 하지만..  


세상에 어떤 해도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 아무래도 나무의 거름이 되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이다.

죽어서 나무의 거름이 되고, 뿌리가 되고 잎이 되어, 쉴 만한 그늘을 만들고 산소를 만들어 낸다면 괜찮을 것 같다. 뼈를 태우느라 쏟아 낸 이산화탄소를 조금이라도 희석하고, 사느라 만들어 낸 많은 쓰레기들에 대한 보상을 조금이라도 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언덕 같은 무덤을 딸과 함께 오르면서 나는 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죽으면 나무의 거름이 되게 해 달라고. 혹시, 나무가 고사해 죽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도 했다. 그때 나의 영혼은 이미 그 나무를 떠나 자유롭게 떠도는 하늘의 구름이 되어 있을 거라고.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곁에서 너의 친구가 되어줄 거라고..




마치 경주의 고분을 걷고 있는 느낌


웁살라 교회


웁살라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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