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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Sep 29. 2018

56. 미지의 섬... 욀란드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그 섬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을 일으킨 곳은 발트해에 위치한 섬, 욀란드 (ÖLAND).

배 위에서의 설레는 하루 밤을 보낸 우리는 이 미지의 섬을 향해 출발했다. 스톡홀름에서 5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섬. 달리고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들판은 황무지인 듯 황무지가 아닌, 곡식이 익는 곳이자 새들과 소, 말들의 낙원이었다.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오래된 풍차들이 이 한적한 풍경에 운치를 더하고, 땅 끝에 다다른 듯 한참을 달려 도착한 섬의 끝자락에 흰 자태를 드러낸 등대.


등대 앞에는 이 섬을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는 사람들이 망원 카메라를 줄 지어 세워놓고 하염없이 새의 무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는 강태공들처럼.

이렇게 시간을 ‘순’하게 흘려보내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보게 되면,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관념에서 온전히 자유롭지 못한 나의 모습을 비춰 보게 된다. 결정적인 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긴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의 끈기 또한 대단해 보인다.

무리 중에 나와 동갑인 스웨덴 여자와 인사를 나누고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로도 마리(Marie)는 끈질긴 기다림 끝에 포착한 희귀한 새나 자신이 가꾸는 정원에서 피어나는 고운 꽃들의 사진을 보내주고 있다. 물론, 나는 기다림 없이 공짜로 이 사진들을 감상하는 셈이다.


섬을 남북으로 달리며 캠핑 장 세 군데를 찾아냈지만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캠핑 장 근처의 한적한 마을을 돌아 나오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인상 좋은 동네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녀는 비어있던 민박집으로 우리를 안내해 주었는데, 독일인인 집주인은 휴가를 떠나고 집은 온전히 우리 차지가 되었다. 집 앞으로 숲이, 그리고 발트해가 펼쳐지는 곳. 이 세상에 마치 우리 둘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고즈넉한 바다에 지는 노을.

발트해는 따뜻한 품 안으로 기꺼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순간'의 포착을 위해 긴 기다림을 즐기는 사람들
등대
몸도 마음도 쉬어가기 딱 좋은 그런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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