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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Sep 29. 2018

57. Sustainable Food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스웨덴에 마지막 날은 말뫼 (Malmö)의 캠핑장에서 보냈다. 캠핑장 앞의 다리 하나를 건너니 바로 덴마크이다. 그렇게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입성하게 되었는데, 이건 마치 시골 쥐가 서울에 온 기분이었다. 연신 경적을 울리며 꼬리를 무는 차들의 홍수 속에서, 밟히지 않으려면 요령껏 요리조리 잘 피해야 하는 형국. 세계 어디나 도시는 이렇듯 복잡하고, 바쁘고, 여유가 없다.


근교의 캠핑 장에 하나 남아 있던 캐러밴에서 덴마크에서의 첫 밤을 보내기로 하고, 저녁 식사는 북유럽 여행 이후 처음으로 외식을 하기로 했다. 딸의 친구가 시내의 작은 레스토랑을 추천해 주었는데, 이 레스토랑이 우리의 마음에 든 이유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나 호화로운 메뉴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버려질 식 재료 만을 사용해 훌륭한 먹거리를 만들어 판다는 그 취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창의적인 발상을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실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식당의 이름은 “run & stub”. 유럽에서는 먹거리의 낭비를 막아보자는 취지의 식당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 곳은 그런 취지로 덴마크에서 문을 연 유럽 최초의 식당이다.


세계적으로 음식물의 낭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생산된 식량의 약 30퍼센트가 버려지거나 손실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식 재료가 그대로 버려지는 (waste) 경우가 많으며, 개발도상국의 경우는 농산물을 수확, 운송, 저장하는 과정에서 손실 (loss)되는 경유가 많다. 지구 상에는 아직도 약 8억 명의 인구가 배고픔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볼 때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소위 상품 가치가 떨어져서 그대로 버려지거나 과잉 공급된 재료를 체계적으로 수집해서 우리의 먹거리로 사용하려는 이러한 노력이 가상하게 여겨지는 이유이다. 각 가정이 매일매일의 식탁에서 음식물의 낭비를 줄이려는 작은 노력 또한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러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농토 개간의 부담을 줄이고, 식량 생산에 투입되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을 절약하며,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지속 가능한 먹거리’ 생산에 참여하는 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의 분위기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편안했다. 얼굴 가득 미소로 우리에게 메뉴를 소개하던 직원의 설명으로는 이 곳에서 일하고 있는 모든 직원은 자원봉사자이고, 자신도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몇 시간씩 교대로 일을 하고 있단다. 주변의 음식점과 제휴를 맺어 식 재료를 받는 일부터, 요리, 매장 관리가 모두 이들 봉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더욱이 이 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윤은 난민을 위한 구호사업에 쓰이고 있다고 하니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즘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밥 한 끼를 먹는 일. 너무나 원초적인 인간의 생존 기반인 이 명제에 내재된 수많은 의미들을 새삼 헤아려 보게 된다.




소박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 - 여러가지 의미가 더해져 더 배가 부르다.
식당 내부 - 따뜻하고 편안했다.
식당의 야외 코너 -  장난스런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코펜하겐 시내 전경
응접실까지 ‘부착’된 무늬만 캐러밴
스웨덴과 덴마크를 잇는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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