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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Sep 29. 2018

58. 남겨둔 길... 핀란드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여행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핀란드를 포함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을 전부 돌아보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가졌었다. 하지만, 여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생각이 참으로 허무맹랑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지도 위의 길은 손바닥 위에 올라오지만 실제로는 멀고도 먼 길일뿐만 아니라,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다채로움과 수많은 장애로 발목을 붙잡히기 일수였다. 때로는 쉬어 가라고, 때로는 돌아가라고, 천천히 가라고..

여행을 마쳐야 할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아직 발걸음도 내딛지 못한 곳, 핀란드. 그곳은 언젠가 다시 여행을 떠나기 위해 남겨둔 길이다.


유럽 여행을 시작하고 여행 내내 날씨의 축복을 받았는데 종일 세 찬 비가 내리기는 처음이다. 남서 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햄릿”의 무대가 되었다는 덴마크의 크롬보그 성 (Kronborg castle)을 돌아보려고 했던 계획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센 비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대신, 독일 어딘가에서 근사한 우리만의 생일 상을 차리고 생일 밤을 자축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마저  묵을 곳을 찾지 못해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암스테르담 근처에 예약해 놓은 다음 날의 숙소를 향해 장대 빗 속을 달리며 결국 밤 12시를 넘기고 말았다.


여행은 배움이기도 하다. 여행을 하면서 배운 소중한 것들 중에는 ‘느긋함’도 있다. 모든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의기소침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긍정의 마음을 발동시키기만 하면 눈 앞의 현실은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내가 계획했던 것보다 더 나은 것으로 보답을 받을 수도 있다.

여행의 의미는 어딘가에 도착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다는 것 또한 소중한 배움이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충분히 즐겼고 그 과정에서 내린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으로 족하다.


차 안에서 날이 밝았다.

날이 밝자마자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자동차 안을 가득 채웠던 여행 짐들을 정리했다. 버릴 것은 모두 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만한 것들은 따로 챙겼다. 아주 홀가분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이 세상을 훌훌 떠나기 전 신변을 정리하듯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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