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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 young Dec 18. 2018

59. 생일 축하합니다!

엄마와 딸이 함께 한 유럽 감성 여행

여행의 마지막 하이라이트, 서울을 떠난 지 두 달이 되는 8월 28일. 오늘은 우리의 생일이다.

어쩌면 우리의 여행은 이 지점을 향해 달려왔다. 딸은 나와 자신에게 주는 특별한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암스테르담 외곽의 한 예술가의 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나와 생일이 같은 딸.

이 신기하고도 귀한 인연은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다. 딸이 어느 날 내게 왔고, 그 날은 바로 내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신 날이다. 사실, 딸의 출산 예정일은 한참 뒤인 10월의 첫 주였다.


나는 딸을 임신하고 그 생명을 제대로 잘 품지 못했다. 임신 내내 행복하지 못했던 못난 엄마를 깨우치듯 딸은 서둘러 내게 왔다. 한 달을 인큐베타 신세를 지게 된 딸을 눈물을 훔치며 바라보며 결심을 했었다. 딸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자고, 행복하자고. 그리고 나와 같은 ‘여성’으로 내 딸이 살아갈 세상은 내가 살아온 세상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이 되게 하는 일에 책임이 있다는 다짐도 했다. 나는 사회 운동가나 여성 운동가는 아니지만, 딸의 탄생과 함께 비로서 이 세상의 의미있는 변화와 발전에 대한 소망을 품게 된 셈이다.


화가인 라이나(Reina)의 집은 멋졌다. 지하에 차려진 그녀의 전시실을 돌아본 뒤, 나는 딸을 위해, 딸은 나를 위해 요리를 했다. 그리고 라이나의 가족을 초대해 함께 미역국을 먹었다. 나의 어머니가 내 생일이면 잊지 않고 끓여 주시던 미역국은 나에게는 생일날 빠져서는 안 될 신앙과도 같은 음식이다. 모두 한 가족처럼 즐거워하는 지구 반대 편의 사람들로부터 축하를 듬뿍 받았다.

저녁엔 딸의 친구들이 딸을 위해 파티를 마련했는데, 딸의 엄마 자격으로 함께 초대받은 나는 이 친구들로부터도 과분한 축하 세례를 받았다. 모든 것이 순전히 딸 덕분이다.


모두를 놀라게 하며 나에게 와 준 나의 딸, 고맙다. 사랑한다.

“생일 축하합니다!”




라이나의 집은 그 자체로 그녀의 작품이다.
나는 딸을 위해, 딸은 나를 위해 요리를 했다.
미역국으로 완성된 우리의 생일 상
우리의 생일을 축하하며! 무사히 마친 여행을 기념하며!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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