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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짜시인 Oct 17. 2017

camino #17

Terradillos de Templariso

2017.10.17

오늘도 짐을 부치고 30km넘게 이동했다.

Burgos에서 하루 쉰걸 다 만회한 듯.


Carrion에서 calzadilla까지 17km 거리를 걷는 게 다소 힘들었다. 마을도 없고 물도 없고, 비와 바람만 있었다. 피레네 이 후 처음 만나는 꾸리한 하늘.

오후엔 해가 없다는 게 그나마 축복이었지만 바람이 거셌다. 어제 무리한 탓에 피로감도 있었고.

Terradillos엔 3시전에 도착.

이 마을도 성당기사단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알베르게 이름은 성당기사단의 지휘관이었던 자크 데 몰리(Jacques de Molay)의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 왠지 반갑다. 움베르토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고 싶다.

어제 만났던 미국인 친구 얘기를 곱씹어보고 있다. 카미노 완주 후 다시 동쪽으로 역행하는 친구. 본인을 ‘거북이’(진짜 한국말로)라고 소개했던 친구.

카미노 역행에서 전혀 다른 인상을 받았단다. 정주행과 역주행. 그게 완전한 카미노 아니겠냐는.

100% 공감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만나던 역주행 순례자들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 할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얘기대로 종교적 이유로 카미노를 걷기엔 현대 종교는 우리의 정신적 영역의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없다.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선언 이후 우린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 카미노 역행이 누군가에겐 답을 줄 수도 있겠다 싶다.

난 왜 걷고 있는가? 다시 고민해본다.

비와서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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