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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흐니 Jun 06. 2023

예비신부는 고달프다

결혼이 불러일으키는 엄청난 관심이란...

몇 년째 자주 가는 미용실에 톤다운 염색을 하러 다녀왔을 때 일이다. 웨딩촬영 때문에 염색하는데 어떤 색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몇 년째 같은 디자이너에게 머리를 맡겼는데 그동안 정말 사적인 대화 하나 없이 머리에 대한 이야기만 하던 디자이너가 눈을 반짝이며 나를 쳐다봤다. 남편이랑은 몇 살 차이인지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는지 몇 년간 그 샵을 다니며 받았던 질문보다 더 많은 질문을 미용사에게 받았다. 당황스럽기보단 그분이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비슷한 또래인가 보다 싶었다. 예쁘게 염색을 해주고는 축하한다며 촬영 잘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일도 하루 이틀 잦아지니 피로감이 생기기도 하고 무엇보다 무례한 참견이나 기혼자들의 조언을 빙자한 잘난 척은 참으로 나를 난감하게 했다. '어쩌라고?' 그동안 묘하게 기분 나쁜 조언들, 도움이 되지 않았던 충고들을 나눠보려 한다.



1.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과자 그만 먹고 살 빼야지.


예쁜 드레스 핏에 맞춰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트레스인데 친분이 생긴 지 한 다된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하면 믿기는가? "예쁘게 드레스 입고 싶으면 과자 먹지 말고 관리해야지~" 하필 결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건 일찍이 말해서 괜히 오지라퍼의 관심만 끌고야 말았다. 내가 매일 과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면 덜 억울했을 텐데... 아무튼 이래저래 오지라퍼의 재미난 먹잇감이 된 나는 살 빼라는 소리에 정말 귀를 의심했다. 결혼식 올 것도 아니면서~~ 축의금 많이 낼 것도 아니면서~~



2. 결혼 준비과정은 기혼자들 앞에서 자세히 얘기하지 말자^^


결혼준비과정은 커플마다 정말 천차만별이다.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고 또 따져봐야 하는 것들이 집안마다 다르니까. 집안 분위기에 따라 조율해서 준비하게 되는 것이 결혼준비라는 걸.... 이미 경험해 본 사람이어도 자신의 방식이 최고로 옳았다고 자랑하는 것이 기혼자인 것인가....!?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른 그런 건가? 혼란..


기혼자들마다 자랑스러운 부분도 다 다르다. 혼수를 알뜰하게 한 것에 자랑스러운 사람. 부모님 설득을 잘한 것이 자랑스러운 사람. 간소한 결혼 절차가 자랑스러운 사람 등등 많다.


노력해서 각자 만족스러운 결혼을 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힘든 일이고 대견한 일이다. 그런데 나는 그들과 또 다른 사람이다. 평화롭고 순탄한 것이 제일 중요한 사람이었기에 부모님과 갈등을 만들어가며 내가 원하는 결혼식을 하는 게 나에겐 큰 부담이고 죄스러운 부분이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자신의 방식이 옳았다고 나에겐 굳이 왜 그렇게 하냐는 시선을 보내는 것에 변명을 다 하자니 너무 답답했다. 서로 결혼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편하겠다^^ (너무 예민한 거 아닌가 싶을 수 있지만 누군가 내 결혼 준비 얘기에 절레절레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주 당황스러울 것이다..)



3. 대단하다며 보내는 시선


대단하다!라는 시선은 나도 일찍 결혼한 친구들에게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비혼이 삶의 또 다른 선택지이기도 하고 워낙 요즘 결혼은 곧 힘든 일로 비치니 결혼하는 사람들이 대단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여자에게 결혼은 손해라는 인식이 커지면서 여자친구들 사이에서 더욱 대단하다는 말을 듣곤 했다. 돈을 많이 모았나 보다. 진짜 사랑하는구나. 나는 피곤해서 못할 거 같다 등등.


나도 싱글일 땐 정말 결혼하는 친구들이 대단해 보이고 어른처럼 보이기도 하고 시월드 입성이 가능한 건가 경이로웠다. 그런데 이런 말도 자주 들으면 내가 별종 같아 보인다. 요즘 젊은이와 다른 젊은이인가? 뭐 그러면 어떻냐만은. 정만 리스펙의 의미라기 보단 영혼 없는 리액션에 가까운 대. 다. 나. 다. 느낌이라 씁쓸한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정말 친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보내는 진심의 축하가 배로 감사하다. 그저 축하만 보내는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



아무튼 결혼을 한 달 앞둔 지금 이 시점. 사람들의 이런 많은 반응들은 스트레스 축에 끼지도 않는다. 익숙해졌고 그러든지 말든지 빨리 결혼식을 끝내고 신혼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뿐이다. 해야 할 잡일들이 끊임없이 있는 준비기간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런데 드는 생각은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마치 내 삶을 일정기간 엄청 응축해서 사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계속 인지하며 결정을 내리고 내가 어떤 소통을 하는 사람인지 반성하며 지낸다. 무엇보다 나의 가족관을 깨닫게 한다. 가족 안에서 나는 어떤 존재이길 바라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사람인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별거 아닌 결혼반지일 수 있는데 그런 거 하나 돈을 쓰고 결정하는 것이 그 사람의 가치관이 된다.


그렇다 보니 누가 결혼한다고 하면 그냥 응원하고 건강을 걱정해 주고 가끔 안부만 물어도 큰 힘이 된다. 예비부부들의 선택과 결정엔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




p.s. 누구나 살 빼는 건 어려우니 지흡 도와줄 거 아니면 닥치는 게 좋다^^ 또 내가 너무 예민해 보인다면 사실이다.. D-25 예비신부들은 모두 큰 일을 앞두고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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