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 10답 내 맘대로 쓰는 교육일지 질문 4
"쌤 예뻐요~"
아마 자주 해주는 말은 아닌데 내가 기억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예쁘다는 말을 해줄 때 강의 초창기엔 찐으로 좋아했다. "아 정말? 고마워 ㅎㅎ 너도 예뻐~ㅎㅎ" 진짜 예쁘다는 말인 줄 알고....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왜 아이들은 선생님의 외모를 판단하는가?' 괜히 아이들이 하는 말에 진지하게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래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저 멋쩍은 미소로만 화답.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스스로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사람 같다. (공주병 걸렸던 건가?)
요즘엔 이상한 병은 고쳐지고 진짜 예뻐서 해주는 말이 아닌 것을 잘 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이 아니라 나에 대한 조금의 관심이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면 더 고마운 마음이 든다. 어떤 친구들은 나라는 존재가 오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인사를 안 하기도 한다. 말을 걸면 단답으로 무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예쁘다는 말을 하는 친구들은 나에게 아주 조금의 호감이 있고, 관심이 있기에 말을 걸어주는 거라서 기쁜 마음으로 그 말을 받아들인다.
아이들의 원초적인 호감과 관심은 좋은 수업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작은 불꽃이 되어준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적극적인 학생들이 교실에 있다는 생각에 나도 더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고,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친구들의 관심사를 알아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서로의 이런 마음들은 금방 교실에 활기를 넣어주며 학습에서도 상호작용하게 만든다.
예전에는 아이들의 이런 작은 행동을 겉으로만 판단했었다. 여기 아이들은 외모칭찬을 해주는구나, 붙임성이 좋구나 정도로만 판단하고 대수롭지 않은 행동으로 넘겼다. 하지만 작은 행동 하나하나를 힌트로 받아들이고, 또 가능성으로 해석할 때 나의 태도도 달라진다. 지친 몸과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왔어도 나는 또 힘을 내어서 수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저 호호 농담하며 나는 인기쟁이인가? 착각하며 즐기기 바빴던 과거와는 달라진 또 다른 나의 모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