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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Mar 05. 2023

다시, 마흔

부제 : 소소하게


서른의 끝에

팔자에 없던 회사 생활에 집중해서 마흔맞이를 못했다.

그게 지나고 보니 못내 아쉬웠는데 운명이.. 아니 그냥 나라에서 갑자기 나이를 내렸다.

(브런치에 오면 자꾸 느끼해진다.)


마치 지난 밤늦게 소금빵을 먹었는데,

다음날 아침 체중계는 소금빵 먹은 날 모르고 이전과 같을 때처럼 뭔가 얻은 기분이다.

여하튼 결론은 다시 마흔을 어떻게 보낼지 내심 기대가 된다.


여러 번 읊어본 나의 현재 이력서인데,

마흔이 되었고

결혼 안 했고

애는 없다.

회사는 1월에 퇴사했다.


일은 한다. 설마 그렇게 막 나갈까.

붙박이장 같은 직장이 주는 스트레스는 진짜 숨이 가파올 지경이었지만

막상 다시 사업 전선에 뛰어들 생각에 걱정은 되었다.


마치 서핑 처음 배우던 날 보드를 잡고 코치가 밀어주니, 나는 파도만 보고 빠짝 일어나기만 하면 되는 건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면, 혼자 파도를 타려고 한다면 일단 두 팔에 쥐나도록 파도에 맞서서 열나게 저어야 하는 것, 그런데 그게 고작 첫걸음이라는 것. 이 느낌이 바로 회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일을 하려는 프리랜서의 느낌같다.


나는 지금 어디일까.

흠 지금 나는 파도를 바라보며 일단 걸어갈 수 있는 곳까지 걸어가 보는 중이랄까.

어느 파도를 타얄 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아니 너무 거창한가. 장사 정도를 시작하려고 한다.

내가 중국어를 하기 때문에 강의, 번역, 통역이 온라인으로 가능하고,

언어를 활용해서 여행에 대한 상품을 생각해 보고 있다.


지금부터 하는 일은 앞으로 10년은 즐기고 싶다.


사업을 하는데 가장 걱정이 되는 걸림돌은 뭘까.

사실 나는 OO인데, 어디서 속시원하게 말하진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찾아보니,


중소벤처기업부‧창업진흥원(2017)에서는 2017년 창업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창업 자금 확보에 대한 어려움이 61.3%

창업 실패 및 재기에 대한 두려움이 31.9%,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경험, 지식, 능력 부족이 26.7%로 분석되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사) 벤처기업협회(2018) 연구에서 2018 년 벤처 기업 정밀 실태조사에서는

경영 애로사항 ‘자금조달 및 운용 등의 자금 관리 애로(74.6%)’

‘필요 인력의 확보 및 유지관리에 관한 애로(63.1%)’,

‘개발된 기술의 사업화에 관한 애로(54.9%)’,

‘국내 판로개척에 관한 애로 (51.8%)’ 등으로 순으로 나타났다고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첫 번째 창업진흥원 조사는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사실 내가 정말 망설이게 되는 이유와 달랐다. 이 정도는 파도를 상상할 때나 느낄 수 있는 애로사항이 아닐까. 솔직히 나는 인력 노무에 관한 부분이 가장 걱정이 된다. 사업주가 되는 것은 고로 사람때문에 돈을 벌테니 그 또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두 번째 벤처기업협회 연구에서 실시한 실태조사가 확연히 더 현실적이라고 느껴진다.


알고 보면 사업주라면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내가 피고용일 때 조차 나는 회사에서 대체되지 않을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과 욕심일뿐. 대표라면 어떻게든 대안은 있다.

내 고민의 방향은 이런 쪽이다. 어떤 이를 직원으로 데리고 있는 것은 그 사람과 나아가 그 가족까지 내게는 내가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 느껴진다. 때문에 그게 솔직히 무겁고 버거울 때가 많았다. 그 친구의 미래 꿈이 나와 닿아서 뭔가 이뤄지길 바라고, 현실적인 보상이 이어져서 그것으로 그들의 가족이 안녕하기를 바라는 그런.. 투 머치 걱정을 미리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배 대표님들이 같은 고민이겠지만.


이 것이 지금 내가 발이 닿는 모래까지 걸어가서도

선뜻 두둥실 하며 두 팔을 힘껏 내젓지 못하는 이유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면 그냥 1인 기업가가 제일 편할 거 같다 싶다가도 큰 사람 큰 그릇은 아니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도. 마흔부터 시작할 일은 호흡과 재질이 다르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또 내 마흔은 스무 살, 서른 살 때처럼 할 일에 아둥거리느라 놓쳐버리는 시간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일도 인생도 내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적당히, 소소하게.

건강히, 행복하게.


그렇게 마흔은 첫 봄을 시작해 보는 중이다.


서울도 여행해야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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