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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Feb 01. 2016

'The Big Short'를 보기 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배경

                                                                                                                                                                     

먼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영화들을 기억해보자.   

                                               

                          

'빅 쇼트'라는 제목의 영화가 나왔다. 역대급 캐스팅이다. 덕분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새로운 시각의 줄거리, 독특한 편집, 명배우들의 연기 등을 언급하고 후기를 남기려다 좀 더 어려운 길을 택했다. 이번 기회에 미뤄왔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설명해보려 한다. 영화에선 사이사이에 유명인들이 끼어들어 어려운 금융상품을 나름 쉽게 설명한다. 재미있고 개념을 잡기에 좋은 은유다. 아쉽게도 여전히 어려워 보인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한 관객이 아니라면 짜증 날 수도 있다. 부디 영화를 보기 전에 이 글을 읽기 바란다.

서브 프라임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이어진 'IT 버블'부터 살펴야 한다. 이 기간 인터넷 기업들에 대한 과잉투자가 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아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줄 도산했다. 설상가상으로 911테러, 아프간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의 경기는 더 심각하게 악화된다. 경기가 악화되면 정부는 두 가지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째, 금리를 올. 금리를 올리면, 부실은행들이 부실기업뿐 아니라 건실기업의 목을 조르는 사태가 발생하기 전, 파산하게 된다-"정부가 돈을 풀었다?"시리즈 일독을 권함. 이로 인해 부실은행 및 기업들이 정리되고 가계, 기업, 정부할 것 없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고통분담'이 시작된다. IMF 구제금융이 주로 권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이 고통의 크기를 잘 알고 있다. 만약 미국이 이 방법을 택했다면 '1929년 대공황'이 재현될 수도 있었다. 때문에 미국 정부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반대로 금리를 내렸다. '돈을 푼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공적자금을 직접 금융기관에 투입하는 등 '양적완화'를 실행한다. 클린턴 정부는 후자를 택했고 미국의 '저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은 저축을 꺼릴 수밖에. 2004년 저금리 정책을 종료하기 전까지 미국 국민들은 낮은 금리의 저축(예금)보다는 주식, 부동산 투자 쪽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담보대출의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부동산 시장은 투자가 아닌 거주의 목적도 있으므로 서민들까지 합세하게 된다. 저금리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이다. 심지어 미국의 LTV(Loan to value)-담보 대비 대출한도액. 예를 들어 'LTV가 90'이면 10억짜리 맨션을 1억으로 살 수 있다.-는 90 이상이었다. 너도 나도 쉽게 집을 사다 보니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았다.
                                                  

2000-2006년의 상승률을 보라.


어디 집값뿐이랴. 주식시장도 세계적 호황을 맞이한다. 한국의 주가 역시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07년 2000포인트를 넘긴다. '미래에셋'이 '펀드 열풍'을 몰고 온 시기가 바로 이 때다. 이웃나라 중국도 6000포인트를 넘기는 등 세계적인 활황이었다.


2007년 이전의 가파른 상승세를 보라.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식 투자보다 부동산 구입이 일반인들에게 익숙했을 것이다. 이미 미국은 오래전부터 신용사회였다. 저축보다는 투자를 했고, 필요한 재화는 대출을 적극 활용해 구입했다. 집은 30-40년 이상 장기 대출이 일반적이었다. 초저금리 시대가 열렸으니 너나 할 것 없이 레버리지(대출)를 활용해 부동산을 구입했다. 이때 활용하는 부동산 대출이 '모기지 Mortgage'다. 이는 신용등급에 따라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가장 우량등급이 프라임 Prime, 비우량 등급은 서브 프라임 Sub-Prime, 그리고 그 사이에 알트 에이 Alt-A등급이 있다. 당연히 프라임 등급은 초저금리의 혜택을 누리며 주택을 여러 채 구입했다. 그로 인해 '부익부'가 심화됐고 집값은 더 상승했다. 알트 에이도 그에 못지않았다. 허나 초기의 서브 프라임은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쉽지 않았고 금리도 높았다. "정부가 돈을 풀었다?"시리즈에서 배웠 저금리가 지속되면 하이퍼인플레이션 Hyper-Inflation을 걱정하게 된다. 화폐가치가 떨어지니 재화의 가격(물건값)이 오를 수밖에 없. 허나 이미 'Made in China'가  미국, 유럽 등 선진 소비 시장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말도 안 되는 싼값으로 물건을 공급하고 있었다. 실제 물가 상승은 크지 않았다. 저금리 시대는 길어졌고 집값은 끝없이 오를 것만 같았다. 아니 모두가 그렇게 믿게 되었다.

                                                                            

앞서 밝힌 대로 서브 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비우량채권이기 때문에 전문 모기지 업체에서 따로 거래했다. '페니메이', '프레디맥', '뉴센추리 파이낸셜' 등이다.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자 집값은 계속 상승했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회사'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내기 시작한다. 신용도가 낮으니 프라임 등급보다 금리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집값은 오르는데 'LTV는 90'이상이니 적은 돈을 투자해서 이자를 내고 버티다 집값이 오르면 수익을 내고 팔면 됐다. 영화에서 '마크 바움(스티브 카렐)'과 동료들이 실태를 파악하고자 방문했던 도시에서, 소개받은 모기지 업체의 직원들과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보면 실상을 알 수 있다. 고정금리 대출 상품보다 변동금리 상품이 훨씬 높은 커미션을 주기 때문에 거의 모든 상품을 변동금리로 권했다는 것. 투자자의 신용도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집값은 계속 오를 테니까.


그들에게 대출을 받아 투자한 '스트리퍼'에게 마크가 설명하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신용이 나쁜 이들은 서브 프라임 대출의 높은 이자를 부담하 힘들다. 때문에 초기 1-2년 초저금리의 혜택으로 미끼를 던진다. 혜택이 끝나면 원리금을 함께 갚아야 한다. 몇 배로 큰 금액을 매월 납입해야 할 때는 오른 집을 팔아버리면 된다고 설명해온 것이다. 스트리퍼가 그렇게 사들인 집이 몇 채였는지 주의 깊게 확인해보라. 그런 집에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은 투자만이 아니었다. 그 투자자에게 월세를 내며 실제 거주하는, 서브 프라임 대출조차 받을 수 없는 극빈층도 상당수였다.


딱 봐도 사기꾼 같지 않나?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일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는 '파생상품' 덕분이었다. 대표적인 상품이 '자산유동화 증권 ABS:Asset-Backed Securities'이고, 그중 부동산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것이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이었다.


 

실제로 신용등급이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하나 쓰레기를 묶으면 더 큰 쓰레기가 될 뿐이다.


여기서부터가 만악의 근원이다. 아래의 그림을 보라.


'MBS'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람보르기니'였다.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었다.

                                                                                                          

쉽게 설명하려 했는데 불가능해졌다.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투자의 귀재들인데도 대부분 이런 파생상품들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누군가의 설명으로 실체를 깨닫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들이 반복된다. 일반인인 여러분이 이 글을 통해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부디 자괴감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우연한 기회에 금융시장붕괴를 알게 된 자레드 베넷. 본격적으로 투자설명을 시작한다.

                                                                                                          

이때 'MBS'를 동원하여 더 큰 수익을 낸 서브 프라임 모기지 업체들에게 돈 냄새를 맡은 이들이 있었으니 소위 '월가의 전문가'들 되시겠다. 이분들 배운 만큼 배운 분들이다. 아니 지나치게 배운 분들이라 '금융공학'을 동원하여 만들어낸'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를 활용한다. 원리는 간단하다. 제 강의를 들었던 분들은 알겠지만 분산투자를 하게 되면 각 투자자산의 변동성(위험)이 작아진다-"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시리즈의 일독을 권함. 이론적으로 그렇다. 'MBS' 각각의 위험은 크다. 그러나 이들을 분산투자로 묶었더니 변동성이 낮아지고 수익률은 여전히 높은 상품이 탄생했다. 이것이 바로 'CDO'다. 상상해보라. 연 10%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금융상품이 있다. 분산해서 변동성을 줄였더니 신용등급이 'A' 한다. 상품을 만든 곳은 그 유명한 '골드만 삭스'다. 상품설명서의 아주 작은 글씨 중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 본 금융상품의 기초자산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는다. 아무도 관심이 없다.



영화의 표현을 빌자면 쓰레기를 담보로 쓰레기를 만들고, 쓰레기를 합쳐서 더 큰 쓰레기를 만들어냈다.


건전성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이해가 되는가? 등골이 오싹해진다.
'합성CDO'를 만든 담당자에게 비난을 퍼붓는 마크 바움

                                                                                                        

쓰레기 더미 위에 쓰레기를 쌓고 거품처럼 부풀려, 다시 거품을 기반으로 더 많은 거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확대됐다. 이 모든 과정에 정부, 감시기관, 신용평가 회사, 대형 은행들이 함께 했다.


                                                                                                      

이 거품을 분석하고 정확히 반대로 투자해 역사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마이클 버리(크리스천 베일)'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이다.


크리스찬 베일이 마이클 버리의 눈을 연기하는 부분을 놓치지 말기를...

                                                                                                         

그가 투자한 방법을 '공매도'라 하고 금융관습 용어로 'Short'라 한다. 엄청난 물량의 공매도를 했으니 "The Big Short"란 제목은 자연스럽다. 쉽게 말해 현재 가격이 만 원인 투자대상이 폭락할 거라 예상될 때 권한을 가진 전문 투자가가 소유하지도 않은 투자대상을 파는 주문을 하는 것이다. 빌린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때 일정 프리미엄을 이자처럼 지급하게 된다. 예상대로 가격이 폭락하여 5천 원이 됐다면 싸진 가격으로 투자대상을 매입해 갚는 것이다. 지급한 프리미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수익이다. 예상했겠지만 일반인은 투자할 수 없다. 국내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이든 기관이든 허용하지 않는다. 원칙적으로는.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 shorting})는 글자 뜻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의미이다. 개인 혹은 단체가 주식, 채권 등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매도한 주식·채권은 결제일 이전에 구해 매입자에게 갚아야 한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시점에 시세차익을 내기 위한 한 방법이다

                                                                                                    

마이클 버리는 '신용부도스와프 CDS:credit Default Swap'을 활용해 공매도를 쳤다.


                                                                                              

그의 예측은 정확했으나 실제 거품이 터지는 초기에는 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일어난다. 라이언 고슬링이 '젠가'를 세워놓고 멋들어지게 설명하는 아래의 사진을 보라. 아래의 스틱을 몇 개 뺐음에도 흔들흔들거리며 넘어지지 않는다. 더 어이없는 것은 누군가가 흔들거리는 기둥이 넘어지지 않도록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런 반칙을 지속한 것이 대형은행, 신용평가 회사, 미국 정부였다. 그들은 그 순간에도 더 많은 쓰레기를 팔아치우고 있었다.


                                                                                                          

때문에 마이클 버리는 어마어마한 프리미엄을 계속 지불하며 악전고투하게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의미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각(관점)'에 있다. 글 도입부에 제시했던 이전의 영화들은 다큐멘터리인 'Inside Job-꼭 찾아보길 권함'을 포함, 모두 사고를 친 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입장이었다. 그들이 몰랐다고 주장하나 정말 그랬을까 하는 의문이 남았다. '설마'하는 생각이 든다는 얘기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이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반대의 입장이다. 모두가 행하는 방향의 역으로 투자하려다 보니 그 타당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보게 되고 대다수가 놓치고 있는 진실을 대면하게 된다. 금융 시스템이 극도로 허술하다는 것을 먼저 깨달은 이들의 시선을 통해 설마가 아니라 진짜 몰랐었다는 사실을 공감하게 된다.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수많은 비전문가들, 일반인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눈은 훨씬 현실서 고통이 실감 나게 느껴진다.

영화에 나오는 대부분의 전문용어를 설명했지만 그다지 쉽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영화를 보기 전에 읽고, 관람 후에 한번 더 읽는 노력을 한다면 조금은 더 깊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알파벳 약자로 표현된 얼어 죽을 금융상품들이 아니다. 본인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은 절대로 투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소위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의 말을 맹목적으로 신뢰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글도 그저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뿌리 깊이 자세하게 이해해야 한다.


 참조는 하되, 본인의 의지대로 투자하라는 것이다.


결국 모든 선택은 바로 당신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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