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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Jul 06. 2016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기적은 없다. 기도만 있을 뿐.

결국 외숙모께서 운명하셨다.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삼 개월을 예상했지만, 한 달도 채우지 못했다.


공허한 기도는 분노의 독백을 남겼다.


신은 죽었다. 과학도 그렇다.


가톨릭 집안, '레지오'활동을 오래하셔서 '레지오장'으로 치러졌다.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며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무릎이 아파 찾아간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입원하신 자매님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감정을 추스르고 병문안을 갔는데, 되려 큰 위로를 받고 왔습니다."


그간 지은 죄가 많아서 더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할 수 없어요. 무슨 염치로...


신을 믿지 않는다. 모태신앙의 부작용일까? 그래서인지 누군가의 절대적 신념, 맹목적 믿음은 어색함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안긴다. 어린 시절 잠시 엄마 역할을 해준 숙모는 굵직한 유산을 남겼다. 다시 유심론자로 돌아가는 날이 온다면 숙모의 선물 덕분이리라.


아쉬울세 없이 짧은 이별의 시간 동안 췌장암의 두려움, 가족의 사랑을 배웠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함에도 초연함을 목도했다.


'천호성지' 벽에 새겨진 인디언의 글귀처럼, 자유로이 존재하시길 한번 더 기도한다.


이리저리 부는 바람.

금강석처럼 반짝이는 눈.

무르익은 곡식을 비추는 햇빛.

촉촉이 내리는 가을비.

고요한 아침을 깨우며 포르르 날아오는 새.

밤에 부드럽게 빛나는 별.


숙모는 죽지 않았다. 해 지는 곳과 해 뜨는 곳에 늘 함께 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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