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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 Jan 29. 2024

책 쓰고 싶으세요

학창 시절 난 글을 썼다. 신춘문예에 지원하거나, 출판사에 투고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고, 모든 건 학교 과제였다. 그럼에도 난 '과제를 했다'가 아닌 '글을 썼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 글을 썼기 때문이다. 소설이나 에세이, 희곡, 라디오 원고도 썼지만, 내 노트에 늘어난 작품은 시였다. 아마도 시인이었던 전공 교수님이 내게 '시가 담겨 있는 눈'이라는 이야기를 건네며, 매번 후한 점수와 칭찬을 주시면서부터였지 않았을까(그러나 졸업 논문은 전통문학이었다). 돌이켜보면 기형도의 작품과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였던 것도 싶고.


사실 책을 쓴다는 것, 만든다는 것, 낸다는 것은 '글을 쓴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신춘문예에 등단하는 것은 우주에 나가는 것만큼이나 내게 비현실적인 이야기였다. 졸업 후 출판사에서 일하면서는 회사(출판사)는 어차피 '돈이 되는, 일명 잘 팔리는 책'을 기획하고, 책이 될 만한 원고를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다. 지금에야 블로그와 브런치에 글을 차곡차곡 쌓으며 플랫폼별 출간 기회도 있고, 하다못해 자가 출판도 한결 수월해졌지만, 아무튼 국문학을 전공하고 출판사에서의 경험이 있는 내겐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쓰는 것도 어려웠다.


꾸준히 글을 쓰고, 그 원고를 바탕으로 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엔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지, 왜 글을 쓰려고 하는지, 어떤 독자에게 어떤 책을 전하고 싶은지도 막막했다. 처음에는 아무 이야기나 썼다. 내 안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부터가 어려웠고, 어떤 이야기든 써보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난 글쓰기에 지치곤 했다. 주제와 목표가 없으니, 일기장에 끄적이는 글보다 못했다. 이러다간 책으로 만들 분량의 글은커녕 아무것도 아니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목표를 정하고 글을 쓰기로 했다. INFP인 나에서 벗어나 ESTJ의 삶을 살기로 결심하고는, 동네북클럽 모임에 참여했다. 동네북클럽에서 공동저서로 문집 형식의 책 한 권과 개인별 책 한 권을 ISBN 종이책으로 자가 출간하기로 했다. 공동저서는 인당 A4 15장 분량으로 개인 책은 A4 50장 분량으로 5~8개월 내 완성하기로 했다. 출판사에 제안서를 보낼 것은 아니지만, J 지향적 계획하에 진행하기 위해 출간계획서도 작성해 보았다. 4년 가까이 남의 출간계획서를 보며 살았는데, 막상 내가 작성하려니 멍-해진다.


과연 이 프로젝트는 '완성'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인가. 작가님들(&선배님들),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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