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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섬 Christmas island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_01

by badac
이가지 님의 늠름한 모습

# 인간의 자기소개


이가지 : 오늘부터 신바닥 씨와 여행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한다냥. 무슨 이야기를 할 건지, 어떤 인간인지 설명해주기 바란다냥.


신바닥 : 머물며 여유롭게, 살듯이 혼자 여행하는 여자. 적게쓰고 오래노는 여행기술 보유자 바닥입니다. 이직하면서 생기는 시간에 몇 주, 몇 달씩 여행하는 편이었고요. 이직을 자주해서 여행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사직,구직,취직을 반복하는 패턴이 지겨워서 질릴 때까지, 사실은 돈 떨어질 때까지 놀아보자고 결심하고 여행하듯이 살았어요. 국내 여러 지역, 해외를 돌아다니면서 4년 정도 살았습니다. 오래 놀려고 아껴 쓰고, 일하며 돈도 벌었어요. 앞으로 이 시간을 통해 여행하면서 겪었던 일이나 여행정보, 여행지 추천 등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 여행 중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이가지 : 괜찮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꺼냥


신바닥 :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여행하다보면 크리스마스나 생일, 1월 1일 등 특별한 날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뉴질랜드 자전거여행 중에 크리스마스를 맞은 이야기 하려고 해요. 2011년 12월 10일부터 한 달 동안 뉴질랜드 남섬을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았습니다. 캠핑장에서 캠핑도 하고, 남의 집 마당에서 신세도 지고, 게스트하우스에도 묶으면서요. 뉴질랜드는 국공립 캠핑장이나 사설 캠핑장이 잘 되어 있거든요.

뉴질랜드 자전거여행 중 (자전거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샀다)

이가지 : 오, 뉴질랜드. 맛있는 생선이 많을 거 같앙. 양고기도 맛있는뎅.


신바닥 : 계속해도 될까요?

그런데 제가 여행 전에 정보를 해당국가에 대한 공부를 많이 안 하고 가서 2011년 3월 대지진이 난 걸 몰랐어요. 회사를 다니다가 여름에 그만두고 갑자기 여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할 여지는 있지만 여러분은 가기 전에 잘 알아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이가지 : 이런, 여행 가면서 그렇게 대충 준비했단 말야? 쯧쯧. 그런데 지진이라니 고양이 강아지 동물 친구들도 많이 다쳤겠당.


신바닥 : 네. 깜짝 놀랐어요. 크라이스트처치 캐씨드럴 광장 안에 대성당을 비롯해 광장 전부가 처참한 상황이었죠. 여행책자를 보고 찾아간 숙소도 당연히 지진피해로 운영을 접은 상태였고요. 숙소를 찾는 일부터 고생이었지만 사람들은 여행자에게 관대하니까 길에서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버스 기사님이 여기는 할지도 몰라, 그러면서 숙소 앞까지 데려다 준다거나 전화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을 때 뒤에 기다리던 여성분이 다른 숙소에 자기가 전화해서 알아봐준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이가지 : 그래도 한달동안 자전거 캠핑 여행이라니 그 이야기만 들어도 재미있겠다냥. 그래도 오늘 주제가 크리스마스를 보낸 이야기니까, 다시 주제로 돌아가라냥. 어떤 크리스마스를 보냈냥?


신바닥 : 네. 캠핑장 주인집 딸과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은 이야기에요. 뉴질랜드 남섬 8시 방향 정도에 마나푸리라는 지역이 있는데요. 작은 마을이에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폿섬롯지라는 곳에 갔어요. 포섬foursom은 뉴질랜드에 사는 쥐의 한 종류고 롯지lodge는 오두막이라는 뜻인데 작은 숙소들이 그런 이름을 쓰더라고요.

폿섬롯지 전경
텐트를 쳤던 마당 구석

이가지 : 쥐라고?


신바닥 : 네. 쥐..는 쥐죠. 여튼. 오두막집도 있고 캠핑장도 있는 작은 숙소였고 저는 한쪽 구석에 텐트를 쳤죠. 8살쯤 되어보이는 소녀가 같이 일을 돕더라고요. 저희 집도 가게를 해서 아이 때부터 물건도 팔고 손님도 맞았거든요. 그래서 귀엽고 옛날 생각도 나고 저한테는 유리벽에 스티커로 붙이는 트리 장식이 있었어요. 여행 중에 크리스마스가 끼어있으니까 혹시 몰라서 챙겨왔거든요. 12월 31일인가 그랬을 거예요. 소녀한테 직접 주지는 못하고 주인 아주머니한테 너희 딸에게 크리스마스는 지났지만 이걸 주고 싶다 그랬죠. 그랬더니 다음날인가 소녀가 크리스마스 케잌이라면서 파운드케이크 한 조각이랑 십자수 열쇠고리 같은 거랑 편지를 주더라고요. 마음이 따뜻해졌죠.

소녀가 준 선물

이가지 : 잘했넹. 제법 쓸만한 인간이야. 크리스마스의 추억이래서 술 마시고 춤추고 뭐 로맨스라도 있는줄 알았넹. 그래도 다정한 이야기다냥.


신바닥 : 네. 저는 혼자 여행하는 중이었고 다른 여행자와 쉽게 친해지지 못하거든요. 술을 마시지도 않고 파티를 좋아하지도 않고요. 또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같이 여행을 다니거나 친구가 된다거나 하는 일이 저에겐 흔히 일어나지 않았어요. 비포선라이즈처럼 기차에서 로맨스가 시작된다거나 하는 일이요. 외국사람들은 가볍게 날씨나 근황, 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지는데 저 같은 한국 사람은 영어도 영어지만 태도가 조금 다르잖아요.


이가지 : 맞앙. 한국인간들은 좀.. 그래.


신바닥 : 네, 그래서 처음에는 무슨 여행을 와서도 크리스마스 이브날 혼자 텐트에서 자고 있냐, 옆 펍에서는 음악 소리, 파티 소리가 가득한데 나는 너무 외롭다.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크리스마스 당일날도 저는 혼자 밥해먹고 일찍 잠들었거든요. 여행 좀 다니면 엄청 특별한 경험도 많이 하고 사람도 많이 만난다던데 나는 진정한 여행을 못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 여헹은 나를 알게 되는 과정


이가지 : 그래 여행다니면서 연애 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고 엄청 대단한 경험들을 한다고 자랑하잖아. 그게 뭐 중요할까 싶지만. 인간들은 사소한 것들을 경쟁적으로 말하길 좋아하지.


신바닥 : 여행이 계속 될수록 나는 어떤 사람인지,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혼자 옆방 음악소리를 들으면서 외롭게 잠들지만, 이게 내가 선택한 것이구나. 이게 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만약 심심하다고 내가 펍을 기웃거린다고 해도 저는 전혀 즐겁지 않고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었을 걸 알거든요. 물론 혼자 있는 밤도 외롭지만 외로운 것도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 크리스마스 추천 여행지


이가지 : 제법이네 인간. 첫 시간에 맞는 여행의 태도에 관한 좋은 이야기다냥. 그래도 크리스마스 특집인데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여행지나 여행팁 같은 거 알려주라냥


신바닥 : 네. 저는 사람 많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해서 크리스마스나 발렌타인데이, 이런 젊은이들의 명절에는 주로 집에 있는데요. 아니면 산에 있는 절에 갑니다. (하하) 앞서 말한 뉴질랜드 여행에서 프란츠라고 빙산이 유명한 지역이 있어요. 투어 일정이 잘 맞지 않아서 며칠 머물렀고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근처 야트막한 올라갔거든요. 그런데 오르고 보니 전망대 이름이 크리스마스전망대였어요. 우연인데 행복한 우연이었죠. 빙산이 있는 지역이라서 날씨가 추울거라고 생각하시기 쉬운데 남반구의 평범한 더운 날씨고요. 산을 오르니까 땀도 차고 크리스스에 크리스마스 전망대에 올라 빙하를 바라보는데 반팔을 입은 그런 신기한 경험이었죠. 아 그래서 프란츠에 있는 크리스마스 전망대에 가시라는 건 아니고요. 크리스마스 아일랜드라는 아름다운 섬 이야기를 짧게 하면서 마칠까봐요.

크리스마스전망대. 뒤로 빙하가 보인다. (사진의 주인공은 당시 여행메이트 토끼인형 '보들')
빙하 앞에서 보들 기념사진 (크리스마스라고 종을 달았다)

# 크리스마스 섬(Christmas island)


이가지 : 그래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냥


신바닥 : 저도 아직 가보지는 못했는데 크리스마스섬이라는 곳이 있답니다. (구글지도에서 찾아보시길)

오스트레일리아 서쪽 퍼스라는 지역에서 북서쪽으로 2300킬로미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쪽 360킬로미터 지점에 오스트레일리아의 특별구역입니다. 해외에 위치한 준주라고 부르더라고요. 제가 이해하기로는 호주이기는 한데 좀 다르다. (역사적 배경 정치 상황을 공부하자니 머리가 아파서 일단 여기까지만 이해했습니다) 호주는 6개의 주와 3개의 준주, 나머지 특별주로 이루어진 연방국가거든요. 크리스마스 때 발견되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곳이 낭만적인 건 이름 덕분이기도 하지만요. 섬의 65%가 호주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래요. 인구는 천5백명 정도 되는 인도양의 작은 섬이라니 정말 가보고 싶죠. 산호초 해변, 모래사장, 해안 절벽 등 예상되는 아름다운 바다의 모습인데 여기가 정말 특별한 장관이 펼쳐진데요. 붉은뭍게, 그러니까 육지에 사는 홍게가 이 지역에 많다고 합니다. 숲이나 집정원에 살고 11월 우기가 시작되면 1억 2천만 마리의 홍게가 짝짓기를 하러 바다로 향한데요.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보니 정말 붉은 융단카펫이 도로, 숲, 바닷가에 펼쳐지더라고요. 3월이 되면 다시 숲으로 돌아가고 알에서 깨어난 아기 홍게들이 바위위에 빼곡이 붙어 있다고 합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붉은 장식이 생각나기도 하고요.


이가지 : 우왕. 맛있는 생선도 많을 거 같앙. 다음에도 재밌는 이야기 들려주라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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