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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진 Oct 27. 2021

두 번째 선셋서점

20211027

선셋서점 '클래식책방' 자리
  '1년에 단 하루 열리는 신기루 서점'

선셋서점을 수식하는 이 문장은 언제 들어도 명확하고 낭만적이다. 작년에 처음 선셋서점에 참여하고 올해로 두 번째다. 같은 날 서울 서촌 베어카페에서는 '책보부상'이 열렸다. 책보부상에도 서점이 참가할 수 있지만, 선셋서점은 서점만으로 셀러를 꾸린다는 점에서 다른 북페어들과 다르다. 여러 북페어에 다니다보면 참가하는 서점이나 작가가 눈에 익기도 하는데, 북페어마다 추구하는 색깔이 다르다보니 모두 특별한 잔치다. 서울에서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인천까지 책을 팔러 가는 건 그런 취지에 함께 하고 싶어서다. 올해 첫 북페어 참여인데, 참가비 없이 멋진 건물의 자리를 내어준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다 제쳐두고 이곳에서 책 한 권 팔지 못하고 돌아간다 해도 괜찮은 건 영화 <벌새>의 '김보라' 감독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오랜만에 아침 일찍 일어나 인천으로 향했는데도 시작 시간인 11시가 다 되어서야 도착했다. 십 여분 만에 부스를 모두 꾸미고 다시 데스크로 가 김보라 감독님의 강연 신청자라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 셀러라며 셀러 전용 앞치마를 받아간 사람이 강연을 듣겠다고 해 직원 분은 조금 당황한 것 같았지만 표를 받았고 곧장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숨 돌릴 시간이 필요했는데, 김보라 감독님은 시작 전에 잠시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이전 인터뷰 기사에서 명상을 오래 한 걸로 알고 있었지만 같이 명상을 하게 될 줄이야! 최근 요가원을 다니면서 명상을 조금씩 경험했다. 생각을 비우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그날 감독님과 함께한 명상에서도 온통 지저분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쿰쿰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이 경험으로 나는 잊지 않고 명상을 내 일상 곁에 둘 것 같다.


  김보라 감독님은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반복하는가>의 문장을 소개하며 감독님의 생각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좀 미치도록 좋은 순간이어서 얼른 에리히 프롬의 책을 읽고 어디에든 적어두고 싶었다. (소개해준 문장 중에 하나는 이미 내 다이어리에 적어둔 문장이었다.)

  강연을 다 듣고 나니 행사가 시작된 지 1시간 20분 정도가 흐른 뒤였다. 내 뒤에는 행사에 주최자인 북극서점 사장님이 앉아계셔서 부스에 잠시 자리를 비우는 사람이 나 혼자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부랴부랴 자리로 돌아갔다. 강연을 듣는 도중에 카카오페이로 결제한 분이 계시기도 했다. 감사한 마음과 함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전 북페어에서도 부스를 비우고 행사의 강연이나 공연을 듣긴 했지만, 그때는 같이 간 동행이 있었다. 이번에도 누군가와 함께 가자고 물으려다가 코로나에 괜히 사람 많은 곳에 가자는 말이 껄끄럽게 느껴질까 봐 혼자 오기로 정했다. 내년 선셋서점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손님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안녕하세요'를 말한 날이었다. 손님들과 다른 책방 사장님들과 행사 관계자 분들에게. 다른 부스에 비해 책도 많이 들고 나오지 않은 우리 책방 부스 앞에서 오랫동안 책을 보고 가신 분들, 책을 사준 분들, 책방에 말을 걸어준 모든 분들의 기운으로 연말까지 힘내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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