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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니타 Sep 24. 2017

불완전한 상태에서 완전을 꿈꾸곤 해.

하현 - 달의 조각 을 읽고.


일상 속에서 부유하는 작가의 생각을 그녀가 좋아하는 특정한 비유와 사물에 빗대어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는 에세이. 한 번에 훅 읽어내리기 좋지만. 형광펜을 몇 줄 긋고,
책 귀퉁이를 접은 뒤에 생각이 날 때 한 두번씩은 더 꺼내 읽어 보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작가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한다. 끝나가는 것들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는다.
저물어 가는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당신에게서 내가 여전히 기억되길 바란다.
글에서 '뜨거움' 과 '차가움' '여름'과 '겨울' '수면'과 '심해' 처럼 상반된 단어들이 한 글에 많이
담겨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반된 것들에 대한 애매한 위치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곱씹는다.


가쁜 숨이 뜨거워 우리의 계절은 한여름을 넘기지 못한다. 느린 호흡이 그립다. 다시 바닥에서 봄을 맞는 조그만 잎의 세계를 동경한다.
- 느린호흡 중


우리의 어찌할 바 모르는 사랑이나 인관관계에 대한 들끓는 마음을 뜨거운 여름이나 바알갛게 피어난 열꽃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기억과 추억을들 조각틀에 얼린 얼음이나 달의 한 귀퉁이 그리고 겨울로 표현한다.
얼마나 낭만적인 표현인가. 글은 단순한 일상을 특별한 한 장면으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다.

사랑과 인간관계 흘러가는 시간들에 대한 주제가 대부분이다.


관계속에서 '자 이쯤이야!' 하는 타이밍을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친근함의 표현이 때로는 무례함이 되기도 하고, 반대로 상대를 위한 배려가 때로는 거리를 두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음은 언제나 알다가도 모르겠고, 인연은 실보다도 가늘어서 잠깐 방심한 사이 뚝 끊어지고 만다.
- 완벽한 토스트 중

나랑 같은 생각을 가진 글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을 긋는다. 같은 마음을 이렇게 마음에 스며드는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그 재능이 문득 부러워졌다. 아무튼, 인간관계의 적당한 타이밍은 맞추기 어렵다.
그리고 또 얼마나 가까이 해야 하는지 멀리해야 하는지 타이밍도 거리도 온도도 참 맞추기 어렵다.
반복 학습한다고 잘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죽는 날까지 어려운 일일 것만 같다.


빈 술병에 오늘의 청춘을 담아요. 딱 한 병만 가득 채워 몰래 숨겨요.
어느 차가운 밤 다시 꺼낼 수 있도록. 그 찬란함이 만드는 온기에 얼어붙은 마음
한 구석 기댈 수 있도록.
우리는 청춘을 살고 있어요. 청춘이라 부르지 않아도 충분히 빛나는 시절을
- 청춘 중


반복되는 일상과 고단함 속에서도 내가 지금 이 나날을 잘 보내고 있는 것인가 불안할 때에.

이 마음 어찌할 수 가 없어서 우리는 종종 술 한 잔 하며 그 마음을 털어내곤 한다.

신세를 한 탄 하는 한 잔이 아니라 그 비워진 술병에 우리의 청춘을 담는다고 한다.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일이라고 한다. 충분히 빛나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한다.

그냥 그저 그렇게 '아 맞아 힘들지 그래 힘내자' 라는 몇 마디 보다.
아 내가 잘못된게 아니구나 - 내 스스로를 잘 다독이고 있는 거구나. 싶어서 안심이 되었던 구절.

밀려드는 새로움 속에서도 나의 여전한 것들이 언제까지나 여전했으면 좋겠다.
쌓여가는 시간 만큼 내가 가진 여전함 역시 차곡차곡 쌓여갔으면 좋겠다.
지난 날들이 영영 지나가 버리지 않도록.
- 나의 여전한 것들이 언제까지나 여전하기를 중

변해가는 것들 사이에서 내 마음이 쉽게 외부에 흔들리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이 쉽게 좋아지지 않고, 남들이 맛있다고 하는 것에 쉽게 혀가 달다고 느끼지 않으며.
남들이 재밌었다고 하는 영화에 쉽게 티켓 예매를 하고싶지 않다. 나의 것들은 온전하고. 나만의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은 여전히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갑고, 나는 그 중간을 찾기 매우 힘들다.

그 차이는 내가 직접 스스로 겪어갔으면 하고, 내가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싶다.

남들이 말하는 청춘의 때를 혹여 놓칠까봐 아니면 그 때 응당 해야할 것들이라고 칭해지는 것들을 따라잡느라 망설이고 싶지 않다. 사실은 그럴 수 있는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내고 예의라는 의무감에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가 나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견고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불완전 하지만 완전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오늘도 낭만적인 글 속에서 나를 자꾸만 찾아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을 저녁.

그것도 일요일. 글 속에서 쉬이 나를 찾아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계절과도 너무 잘 어울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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