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zzy Jan 23. 2022

떨림과 울림

성수에서 뚝섬 사이 무용 공간

무용 공연을 본 뒤 길을 헤매어

밤길 골목 골목을 꺾어가다

지하철이 지나는 지상 선로를 보고

그걸 따라 주욱 갔다.

뚝섬역이었다.

성수역에 내려 길을 걸어

무용을 관람하고 뚝섬역에 당도하기까지

어두컴컴한 골목에서 마주한

점포나 주택 등은 그날의 공연을 압축적으로

러내는 듯했다.

그날 (20220121) 본 공연은,

김상욱 교수의 물리 교양 서적

떨림과 울림에서 영감을 받은 바를

무용수들이 표현한 작품이었다.

책은 읽지 않은 상태였으나,

사실 창작의 출발점인 작을,

무용은 여느 연극이나 드라마처럼

그대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책을 보지 않고도 무방하다고 여겼다.

당일 새벽 4시 경 문득 잠에 깨어

퇴근 후에 볼 무용을 검색하다

찾은 작품였다.

그리고 무용을 보는 즈음,

과학 교양 서적들을 읽고 있던 차였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떨림과 울림을 운 좋게 보게 되었고,

성수역의 정갈하고 아담한 어느 공간에서

작품을 만났다.

조금 이르게 도착한 까닭에

에이포 용지 한 장짜리

브로셔를 읽고 있었고

관객이 모두 도착한 뒤

함께 흰 마루(매트)에 착석해

춤을 보았다 .

남녀 무용수 두 출연자가 조리대

위에서 느리게 움직였고

이들은 발목에 작은 방울을 달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소리가 났다.

저울 위에 얼굴을 올리기도 하고

부엌 안의 기기들을 이용했고

서로 움직임을 주고 받았다.


부엌의 움직임이 끝난 뒤에는

마루로 돌아와 남녀 번갈아 춤을 추었는데

여성 분은 요가 같은 동작이 나왔고

천장의 하늘 모양 빔 아래에서

최대한 평온한 춤을 보여 주었고,

남자 분은 바닥에서 진동하는 춤을

좀 더 드러내어,

둘이 혹시 파동과 입자를 표현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건 너무 춤을 나의 시선에

가두고 보는 듯해서 생각을 멈췄다.


공연이 끝난 후엔 지인들끼리 담소를 나누는 분위기였고

나는 나와서 좀 걸었는데

어두컴컴한 골목 사이로

문득 문득 나타나는 작은 가게나

오피스텔 조형물들이

그날의 무용 같았다.

검은 돌 조각은 서로 에너지를 주고 받고 있었고

작은 가게는 부엌 용품 판매점이라 키친 용품이

들어서 있었다.



처음 방문한 무용 공간이었는데,

살짝 이런 공동체?공간이, 

내게도 지금에 있으면 어떨까, 생각을 하다

또 말았다. 

몇 차례 시도하다 접었는데,

돌아다니는 데에 더 집중하는 시기에,

어떤 공간을 지킬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한편으론 누군가들이 함께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면서,

늘 기대하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던 어느 시기를 떠올렸다.

내가 하기는 다른 이들의

공동체를  응원하는 것으로 대신하며

침잠하는 시간을 갖자고도

이르며, 겨울 밤 의도하지 않은 산책 마치고

뚝섬역에서 전철을 탔다.


그래서일까.

온기 가득했던 무용 공간,

주택가 사이 이질적으로 문을 열고 있던 곳이

좀 더 궁금해졌다.

언젠가 또 거기서 공연이나 워크숍이 있다면

가보고 싶어졌다.


주말엔 떨림과 울림을 사서 읽었,

물리 이야기이나 결국 예술적 움직임으로

다가왔던 곳곳의 사실적 문장들에

감흥을 받아 책장의 첫장과 끝장을

울렀다.

진동의 울림이 맞닿을 대상과 시간을 갈구하며.




작가의 이전글 단일한 해석으로 가두지 못하는 세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