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이달 31일로 만료됩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는 이른바 ‘해묵은 논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일몰을 앞둔 시점에 연장 여부에 대해 논란이 벌어지고는 합니다.
자동차를 구입할 때 개소세 5%에 교육세(개소세 금액의 30%)와 부가가치세가 붙게 됩니다. 현재는 개소세가 3.5%로 인하된 상태인데, 연장이 안 된다면 내년 1월부터는 개소세는 5%로 복귀하게 됩니다.
자동차 개소세 인하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겠습니다. 정부는 지난 2018년 7월 내수 판매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를 5%에서 3.5%로 내렸습니다. 2019년 12월까지 지속됐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 3월부터 6월까지는 좀 더 내려서 1.5%까지 인하됐습니다. 이후 2020년 7월 다시 3.5%로 올려서 지금까지 온 것입니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를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그랜저 2.5 프리미엄 트림의 가격은 3785만원이지만 개소세가 5%에서 3.5%로 적용되면 3716만원으로 69만원이 인하됩니다.
가격이 보다 높은 캘리그래피 트림은 4690만원에서 4604만원으로 86만원이 떨어집니다. 4000만원짜리 차에서 수십만원이 무슨 소용이나 하겠지만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구매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서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정부에 개소세 감면 연장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강남훈 KAMA 회장도 이달 5일에 개소세와 관련한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자동차에 대한 소비 여력이 위축될 수 있다. 코로나19와 공급망 차질로 한계에 직면한 업계의 경영 악화가 가중되지 않도록 개소세 감면 연장 등 지원과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개소세 인하를 없애자는 쪽은 이런 주장입니다. 인하 혜택이 몇 년 지속되면서 효과가 떨어졌고, 신차 대기기간이 1~2년에 달하는 상황에서 인하 혜택이 굳이 필요없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업계에서는 경기침체, 고금리 여파로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 개소세 인하까지 없어지면 위기가 가중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저는 개소세가 만들어진 목적을 감안하면 아예 개소세 자체를 없애는 것도 방안이라고 봅니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자동차 개소세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법안 취지 내용을 보면 개소세는 사치성 물품의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1977년에 도입됐습니다. 그런데 승용차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2000만대가 넘을 정도로 널리 보급됐습니다.
게다가 서민의 교통수단, 때로는 생계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에서 과연 자동차가 사치품이니 개소세를 부과하겠다는 건 도입된 지 4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합당한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1억원이 넘는 고가 차량이라면야 사치성 물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경차나 소형 SUV, 준중형 세단 등이 사치성 물품인지는 의문이 듭니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제도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제 머릿속에 맴돕니다.
일단 기획재정부에서는 최근 개소세 인하 연장 여부에 대한 해명자료를 냈습니다. 자동차 판매동향, 소비자 후생 등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일몰까지 20여일 남았는데 과연 정부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