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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이맘뽕쏭 Sep 18. 2015

백지엄마, 엄마라서 미안해

엄마가 된 덜렁씨의 엄마에 관한 이야기.

-에필로그-


높고 푸른 맑은 하늘,  아침 공기가 코 끝을 살랑거리는 가을이 왔다. 

작년, 오늘 그리고 이 아침.

모든게 달라진 오늘 하루도

엄마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산다.









'2014년 9월 

덜렁이 엄마가 되다.'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투성이가 된 덜렁이는 

그 날도 어김없이 엄마를 찾았다. 


나 힘들어, 무서워, 도와줘, 


엄마가 된 덜렁이는 엄마를 더 많이 찾았고 엄마를 더 많이 부르고 

엄마를 .. 엄마처럼... 언제나 그랬듯 기대고 있다. 

아니,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있다. 

(진드기는 배가 부르면 떨어지기라도 하지....)


꿈이 많던 덜렁이는 어릴적부터 하고픈게 많았다. 


장래희망은 매년 바뀌었고 이상형도 매년 아니, 유행하는 드라마마다 바뀌었다. 


꿈이 많던 덜렁씨는 꿈이 없는 대학을 갔고 

꿈만 많던 덜렁씨는 꿈을 없앤 대학을 졸업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서른이 되었고 백지바보엄마가 되었다.




[출근길]


오늘도 바짓가랑이를  (정확히는 검정스타킹) 잡고 우는 아이를 달래고 시계를 보고, 또 달래고 시계를 보며

그렇게 억지이별을 한 뒤 출근길에 올랐다.


엄마가 없는 9시간을 너는 할머니와 어떤 시간을 보낼지

엄마가 보고 싶어 하루 종일 울진 않는지

엄마가 해준 이유식이 입맛에 맞는지

황금똥은 몇번이나 싸는지

갑자기 큰 일교차에 감기는 걸리지 않겠는지

몸은 떨어져 있어도

머릿속은 온통 너로 가득차 있구나




...



현실은

급하게 출근길에 올라

오늘도 늦었다 늦었다를 반복하며

신호야 제발 날 도와줘 주문을 외우고

무릎위엔 검정색 갈색 아이쉐도우를 놓고 한손으론 마스카라를 들고,

빨간색 신호등에 한단계씩 변신을 시도한다. 






이미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넌 쳐진 뱃살

밤잠을 설쳐 푸석해진 피부

출산탈모로 인한 듬성듬성빠진 앞머리

가죽가방에 묻은 건이 이유식...

언제 칠한지도 몰랐는데..

어쩌다 저기에..

가방속에서 나오는 건 화장품 뿐 아니라 토이자동차.



버튼 하나만 누르면 엄마에서 선생님으로 변신하는 아이언맨 같은 슈트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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