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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뷰티 인사이드 Sep 20. 2018

플라스틱 안 쓰기 참 어렵다

지구를 위한 나의 소소한 실천기

요즘 플라스틱 및 일회용품 줄이기가 한창이다. 매일 드나들던 커피전문점에서도 먼저 테이크아웃 잔을 달라 말하지 않으면 머그잔에 음료를 주니, 이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지구의 위기까지는 체감되지 아니더라도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피어오른다. 그런데 막상 행동으로 옮겨지지는 않으니, 그게 참 문제다.


콜린 베번 가족의 모습 _ 영화 <노 임팩트 맨> 스틸


회사 내에서도 개인컵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내 책상 위에 놓인 일회용컵이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나 하나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 불편한 날들이 며칠째 이어지던 어느 날, 우연히 영화 <노 임팩트 맨>을 보게 됐다. 영화 속 주인공인 콜린 베번은 세계에서 가장 바쁘게 돌아간다는 뉴욕에 사는 사람으로 나처럼 지구 온난화에 대해 말로만 걱정하다가 지구에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인물이다. 그가 행한 것은 지구에 부정적인 영향(마이너스 임팩트)를 줄이고 긍정적인 영향(플러스 임팩트)을 늘려 서로 상쇄하는 ‘노 임팩트 프로젝트(No Impact Project)’다.



영화 <노 임팩트 맨> 스틸


영화 속의 노 임팩트 프로젝트의 첫인상은 솔직한 말로, 구질구질했다(물론 지금은 아니다) 물을 아끼기 위해 옷을 거의 빨지 않는데다 받아 놓은 물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씻고,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웬만한 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은 좋지만 거리가 먼 처가까지 걸어갈 수 없다는 이유로 아예 발걸음 하지 않는 것 등은 현실과 동떨어져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느껴지는 묘한 울림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으로 다가왔다. 영화 속의 콜린 베번이 결코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나와 비슷한 사람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가장 현대적인 도시에서 사는 그가 실천한 노 임팩트 프로젝트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이 것을 왜 시작했을까 후회하고 끝없이 낙담하는 모습은 동질감마저 일으킨다. 그러면서도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켜내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과정은 나의 일상을 둘러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실천으로 이어지게 했다. 그 동안 귀찮다는 이유로, 나 하나는 괜찮겠지란 생각으로 미뤄왔던 개인컵을 가지고 출근을 하게 된 일이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회용컵을 영화 한 편으로 바꾸게 된 일은 꽤나 스스로에게 고무적인 일이었다. 좀더 내 일상을 들여다보고 변화를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변화를 위해서는 즐겁고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의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꼈던 특별한 감동과 같은, 작은 충격이 필요했다. 가장 쉬운 건 나와는 다른 일상을 사는 곳에 잠시나마 들어가보는 일이었다. 


국내 성수동에 위치한 <더 피커>의 모습


성수동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는 식료품점 더 피커가 있다. 이곳은 과연 수익을 위한 곳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양을 살 것을 권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이 철학이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당황스러웠던 건 포장용지가 없어서 물건 사는 것 자체가 꺼려졌던 점이다. 직접 가져온 장바구니에 담아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다행히 재활용이 가능한 포장용기를 판매했다). 장을 볼 때 당연하게 사용하고 무심히 버렸던 그간의 비닐봉지가 떠오르면서 결국 난 이곳에서 즉흥적으로 골랐던 식료품의 대부분을 내려놓고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 


식료품을 팔면서 불필요한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철학이 담긴 공간


영화 <노 임팩트 맨> 감상과 식료품점 <더 피커>의 방문으로 내 생활이 변화했을까? 그건 아니다. 여전히 내 책상 위엔 머그컵과 일회용컵이 공존하고, 장바구니를 깜빡한 날이 많아 시장에서 비닐 봉투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전보다 일회용컵과 비닐 봉투의 사용이 줄어든 것만은 확실하다. 중요한 건 이 두 가지의 소소한 변화가 나에게 그 어떤 불편함을 안겨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워낙 소소한 일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인터넷에서 ‘친환경’ ‘재활용’을 검색했을 때 주로 등장하는 단어 ‘자발적 불편함’이 생각보다 미비해 놀라웠다. 



그 놀라움은 재미있게도 또 다른 실천을 낳았다.



그건 바로 플로깅(plogging).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업(Plikka Upp)과 영어 단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로, 작은 가방을 들고 나가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주어 담아 돌아오는 것을 뜻한다. 플로깅이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이유는 SNS에 #plogging' '#1run1waste(한 번 뛸 때 쓰레기 한 개 줍기)' 같은 해시태그를 붙여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의 참여를 독려해야 하기 때문. 모름지기 착한 일을 하면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게 사람의 마음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플로깅은 아주 내 입맛에 딱 맞았다.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는 것은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얼마나 스스로 뿌듯한지. 



이런 나의 작은 실천이 아픈 지구를 얼마나 어루만져 줄 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조금씩 변화하면 반드시 좋아지리라는 믿음이 생겼다. 지금까지 ‘나 하나는 괜찮겠지’란 생각이 모여 지구를 아프게 만들었기에 ‘나 하나’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모이면 바뀔거라는 확신인 셈이다. 



달라진 1초의 생각으로 NO IMPACT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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