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는 참 예쁘구나 Jan 19. 2016

실망한 그대에게,

찌질한 딸내미의 이야기

스무 살 후반에 들어온 2016년 1월 어느 날.

다짜고짜 일을 하고 있다가 엄마에게 봉변을 당했다.

전화가 와서는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을 토해내기라도 하는 듯 엄마는 소리를 치며 내질렀다.

말인즉슨, 그 나이 먹도록 돈 한 푼 모으지 못하고, 제대로 된 직장 하나 구하지 못했으면서 동생들한테 물까지 흐린다는 이야기였다.

엄마 입장이 이해는 갔다. 진심으로 하는 마음이 아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분명 동생들 중 한 명이 엄마를 화나게 한 게 분명했다.

전날 동생에게 연락이 왔던 게 생각났다. 

엄마와 싸웠다는 그녀에 말에 '네가 저지른 일에 네가 책임지라.'하고 연락을 마친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레 아무런 방어 없이 듣는 이야긴 어마 무시했다.

가시 돋는 말들을 던지는 엄마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자꾸 가슴에 알알히 박혀갔다.

정말이지, 나는 다른 사람의 말은 다 괜찮아도 엄마의 말은 괜찮지 않았다.


2015년 한 해는 어땠냐 물으면, 나는 나에게 발전 없이 다사다난하기만 했던 한 해라 말할 수 있었다.

서울에 올라왔고, 임금을 오랫동안 받아보지 못해서 고용노동청에 신고라는 것도 해보았고, 돈에 허덕여도 봤고, 그로 인해 감정을 잘 이끌지 못하고 원하는 공부도 흐지부지하게 끝내 버리고 말았었다.

그래도 이 모든 일들이 작년 한 해에 다 해결되고 끝나서, 2016년 1월은 맘적으로 제일 편하고 안정된 기간이 아닐까 싶어, 올해 하고 싶은 것들을 계획하던 달이기도 했다.


하지만 일시에 당한 이 일에 대해서 한 동안 힘들어했었다. 업무를 하면서도 혼자 계속 울고 또 울고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울컥해버려서 통곡을 하기까지 했었으니까.


'엄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나는 너희가 고생 안 하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음 좋겠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려면 지금 고생하는 게 이상한 거야?'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너는 왜 엄마 맘을 몰라.'

'엄마, 나는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 근데 왜 엄마가 날 후회하게 만들어?'

'나는 너 보고 고생하라고 한 적 없어. 근데 너희가 너무하잖아.'

'뭐가?'

'너희를 지켜보는 엄마의 맘은 어떨지 생각해 봤어? 엄마가 얼마나 그동안 힘들었는 지 알아?'

'그랬구나, 엄마. 힘들었구나. 내가 그걸 몰랐네. 미안해 엄마.'


마음을 진정시키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이해되지 않은 것들이 한순간에 이해가 돼버렸다.

나는 엄마에게 나의 이기심 때문에 고통을 주었던 것이었다.


'근데 엄마. 나는 지금 이 고생이 너무 행복하고 내가 선택해 온 것들에 대한 후회가 없어. 

나는 엄마가 이제 우리들에 대한 걱정을 좀 덜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야. 그만큼 우리도 커버렸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면  안 될까? 조금만 더 이해해주면  안 돼? 내가 참 많이 잘못하는 거 아는데. 그래도 조금만, 응?'


엄마는 이후 한동안 답장도 전화도 아무런 연락도 오지를 않았다.


너희를 지켜보는 게 힘들다는 엄마를 두고도 한 번만 더 이해를 해달라는 말을 한 내가 너무 싫었지만 그래도 그 말밖에 나오질 않았다. 엄마는 전화로 분명 울먹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엄마에게 한 번만  더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룬 거 하나 없이 시도도 하지 못한 채 망설이기만 했던 나 자신이 그날은 너무도 밉고 싫어서, 맘을 주체하지 못하고 목놓아 하루 종일 울어버렸다. 정말이지, 최악이었다. 그런 하루였고, 그런 나였다.


사진출처: 히죽히죽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