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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Oct 21. 2023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걷기의 즐거움> 수지 크립스 저


나에게 걷기란...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과 뚜벅뚜벅 걷는 여행의 차이를 곧잘 비교하고는 한다. 나 역시 편안한 여행을 선호한다. 1년 반 동안 출퇴근 길 10분을 걷고 있다. 참고로 그 10분 중 오르막이 4분이다. 나는 거의 1년 가까이 그 4분을 걷느냐 마느냐 고민했다. 한심한 고민이 맞다.


하루에 3~4시간 걷기를 하는 사람에 비하면 고작 1시간도 못 채우는 나의 걷기는 걷기도 아닐 수도 있다. 주말에 만보 이상 걷기를 하고 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3~4만 보도 걸을 려면 걸을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매일 같이 걷는 일에 비중을 두며 살아가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매일 걷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했다. 내 마음을 이겨내고 이겨내서 걷는 것에 자유로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걷는 것에 거부감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다리의 통증이라는 신호를 즐기고 나를 단련시켜라 세뇌를 한다. 걷는 데에 무리가 없어야 드디어 주변을 둘러볼 수 있게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온갖 피로함이 나를 덮쳐도 나는 아침 공기를 들이 마쉬며 걷기를 한 순간 모든 피로를 날려버린다. 걷는 것은 이처럼 나를 되살려 주는 힘이 있다는 것을 점차 알아가게 했다. 걷는 동안들이쉬는 공기는 머리를 맑게 깨우고 다리의 근육을 탄탄하게 만들고 그 리듬을 느끼며 나는 무슨 생각을 할까? 셀 수 없이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대부분 쓸데없는 생각일 수도 있다. 


하루 동안 내가 걷는 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아침, 점심, 저녁 나누어서 틈틈이 걷고 있다. 매일 걸을 수 있는 나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가을 햇빛이 따사로워서 회사로 들어가기가 싫었다. 점심시간 짧은 산책을 마치고 돌아갔다.


이 책 읽기 전에 내가 읽은 책 중에서 걷기에 대한 글을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찾지 못하더라도 그 책의 풍경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좋다!

-훌리아-





걷기에 대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글을

한 권에 모은 책



출판서 서평 들여다 보기

『걷기의 즐거움』은 제인 오스틴, 헨리 데이비드 소로, 찰스 디킨스, 에밀리 브론테, 마크 트웨인, 조지 엘리엇, E. M. 포스터, 버지니아 울프 등 17세기 중엽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문호들의 '걷기'를 주제로 한 시, 에세이, 소설 등 서른네 명의 세계적인 작가가 길 위에서 써 내려간 사유와 감성의 문장들이 한 권 안에 빼곡히 담겼다.


영국을 대표하는 맥밀란 출판사가 선별한 서른네 편의 글들이 실려 있다. 각각의 글은 모두 걷기를 다루고 있지만, 시대와 배경, 글의 성격에 따라 놀랍도록 다양하다. 전원을 거닐며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인, 사색을 통해 내면 깊숙이 파고드는 철학자, 도보 여행을 창작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는 예술가도 있다.


책 속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행위였던 걷기가 다른 글에서는 금지된 행위가 되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채로운 걷기의 말들 산책의 장면들이 느슨하게 선별된 만큼, 유명 작가의 잘 몰랐던 작품이나 낯선 작가를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어느 시대든, 어떤 방식으로든 길 위에서 발을 떼어 걷는 사람들이 있었다. 걷기에 매혹되었던 위대한 작가들이 길 위에서 써 내려간 서른네 편의 글 속에서, 독자들은 자기만의 속도로 인생을 걷는 감각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을 덮고 나면, 틀림없이 자기만의 걷기를 시작하고 싶어질 것이다.





곁에 두고 싶은 책

내 마음에 남긴 한 문장 찾기


1장. 걷기는 마음이 시키는 일


다시는 부모, 형제자매, 아내, 자식, 친구를 보지 않겠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빚을 청산하고 유언장을 작성하고 하던 일을 정리해 진정한 자유인이 되면, 그때야 비로소 걸을 준비가 된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


도보 여행을 기록해두지 않은 게 가장 후회스럽다.
장 자크 루소 『고백록』


책 한 권 없지만 나는 더 명민해진다.
-윌리엄 쿠퍼 「정오의 겨울 산책」


걱정에 찌들고 조급해하고 내일에 대한 기대감에 오늘을 담보 삼아 불만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
걷기는 이런 삶에 내리는 처방이다.
존 버로스 「길가의 환희」


여유롭게 돌아다니다가, 오래된 난간에 기대어 아래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존 클레어 「한적한 시간」


자연 전체가 멈추어 선 수레바퀴처럼 고요하다.
윌리엄 워즈워스 「청년 시절 쓴 시」


꾸준하게 땅을 밟고 나아가면서 지적인 균형감을 유지한다.
레슬리 스티븐 「걷기 예찬」


어렴풋한 내 생각들을 가시 같은 껄끄러운 논쟁에 얼매이게 하기보다는 순풍에 떠돌아다니는 엉겅퀴처럼 그냥 놔두고 싶다.
윌리엄 해즐릿 「홀로 가는 여행」


우리는 마치 새장에 갇혀 지내다가 이제야 해방되어 새롭게 날갯짓을 하는 새와 같았다.
버지니아 울프 「밤 산책」



2장. 여기가 아닌 어딘가로


"안내서요? 그것 때문에 속상한 거라니 다행이네요. 안내서를 잃어버린 거면 그럴 만도 하지요." 루시는 당황했다. 다시 한번 마음속에 뭔가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대체 이 생각이 자기를 어디로 이끌지 알 수 없었다.
E. M. 포스터 『전망 좋은 방』


보이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그 결을 따르고, 부는 바람에 맞춰 피리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도보 여행」


우리가 살아 있는 한 서로 꼭 붙어 있겠는가?
월트 휘트먼 「열린 길의 노래」

https://blog.naver.com/roh222/223241359002


고개 숙인 채 걷다 보면, 땅과 하늘과 강이 서서히 저녁 기운으로 물들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걷는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벵골의 모습』


울려 퍼지는 그 여인의 목소리에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세상을 여행하는 나를 배려하는 인간적 다정함이 스며 있었다.
도로시 워즈워스 『스코틀랜드 여행 회상기』


걸어라, 그러면 너 자신의 주인이 될 것이다.
윌키 콜린스 『철길 너머 산책』


잘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자유롭게 끝도 없이 대화를 진행해 나갔다.
마크 트웨인 『떠돌이, 해외로 나가다』


"엄마, 늦지 않을 테니, 표정 푸세요."
로사 N. 캐리 『다른 소녀들과 다르게』


이 멋진 날 나는 너른 들판에서 노닐기로 마음먹네.
존 다이어 「시골 산책」


나 비록 이제 늙어 골짜기와 언덕을 방황하고 있지만 그녀가 간 곳을 찾아내,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고 손을 잡고서는 얼룩진 긴 초원을 따라 걸어보리.
W. B. 예이츠 「방황하는 잉거스의 노래」



3장. 걷는 존재들


걸어갈 수 있어요. 목적이 있으면 거리는 상관없어요. 3마일밖에 안 되는걸요.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가장 가치 있는 시인들이 죽어서 하얀 해골이 될 때까지 왕관을 쓰지 못한다. 그리고 내가 엄청난 고난을 겪고도 실패하지 않는 사람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나 역시 틀림없이 그런 시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내 이마가 단테의 이마처럼 마비되어 나뭇잎의 부드러운 자극을 못 느끼게 되기 전에 실제로 영광을 누리겠다는 뜻은 아니고 그 느낌을 알기 위해 장난으로 오늘 나뭇잎 관을 만들어 쓴들 어떠리?

엘리자베스 배럿 브라우닝 『오로라 리』



떠나기 전에 위험에 대해 거의 걱정하지 않았았으므로 그녀는 동행 없이 혼자 왔다.
토머스 하디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방랑객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걸어가는 것이었다.
프랜시스 버니 『방랑객 또는 여성의 어려움』


때로는 말을 타거나 걸어 다니게 했고 돌아오면 아가씨가 실제로 한 일이나 머릿속에서 상상한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아가씨를 만족시켰어요.
에밀리 브론테 『워더링 하이츠』


그녀는 종종 서쪽 하늘에서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사라질 때까지, 저녁의 고요를 뚫고 양을 부르는 종소리와 멀리 경비견의 짖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혼자 이 은신처에서 우울함의 매력에 사로잡혀 머무적대곤 했다. 앤 래드클리프 『우돌포성의 비밀』


"시드니 오빠, 얼음이 잿빛이에요. 투명하긴 한데 안쪽은 깜깜해요."
해리엇 마티노 『디어브룩』


밝게 빛나는 큰 눈은 앞을 보기보다는 강렬한 기운으로, 멀리 줄지어 서 있고 서로 그림자가 겹쳐 보이는 라임 남무 사이로 길게 늘어진 오후의 햇빛이 지닌 장엄함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지 엘리엇 『미들 마치』


그날 대부분을 숲에서 보내면서 집으로 돌아가 죽도록 맞을 것인지 아니면 숲에 머물다가 굶어 죽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프레더릭 더글러스 『미국 노예, 프레더릭 더글러스의 삶 이야기』



4장. 도시를 걷는 산책자


세인트폴 대성당의 돔을 보자 마음이 설렜다. (중략) 돔에서 내려와 황홀한 자유와 즐거움을 느끼며 발길 닿는 대로 헤맸다.
샬럿 브론테 『빌레트』


이 거대한 도시의 주민들이 자정 시간에 밖에 나와 걸어 다니는 모습은 천 여개의 촛불 덕에 놀라 정도로 확실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로버트 사우디 『영국에서 온 편지』


밤을 지새우는 것이 나의 주목적이었기에 나처럼 밤새 특별한 목적 없이 떠돌아다니는 이들과 공감할 수 있었다.
찰스 디킨스 「밤 산책」


부인들이 위험에 대해 언급하자 애러벨라는 자기가 다들 어디론가 끌고 갈까 봐 겁이 나느냐고 진지하게 물었다. 샬럿 레녹스 『여성 키호테』


마거릿은 아버지 옆에서 나란히 걸어갔는데,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사리를 밟아 특유의 향을 느끼면서 잔인한 기쁨을 맛보았다.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


그림자가 앉아 날 기다리는 그곳으로.
앨프리드 테니슨 「인 메모리엄」






마무리.


오랜만의 독서였다. 아는 작가, 모르는 작가들의 글 속으로 한 순간에 빠져들어 그들과 함께 걸었다. 여러 상황 속에 놓여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켜 주었다. 독서하며 느끼는 감정이 이랬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라는 것은 조금이라도 멀어지면 그 감각을 잊어버리게 만든다. 읽으면 다시 그 싱싱한 감정을 느끼고는 놀라버리고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는 나만의 속도를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다듬어지지 않았다. 아직도 영글지 못한 부분이 있다. 조급해지고 생각 없이 가로지르는 듯한 그런 어설픈 것이 있다. 내 감각으로 걷는 일에 대해 생각했다. 차분해지고 싶다. 겉으로는 더없이 차분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내 속은 버둥거리고 초조하고 조급할 뿐이다. 진정제를 한 방 놓아주고 싶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걷기를 시작했다. 그래서 뒤로 후퇴하고 싶지는 않다. 그대로 흔들림 없이 주욱 나아가고 싶다. 장애물이 나타나더라도 유연하게 잘 헤처 나가고 싶다. 어떤 것에 연연해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작은 불씨를 소중하게 하고 싶다.


이 책 읽고 나서 진정제를 한 방 놓아준 것 같아서 기뻤다.



"이 리뷰는 인플루엔셜로부터 책을 받아 읽고 남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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