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강박증의 나라
pro-logue
episode 1.
한국인들이 만났다.
그들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미국인들이 만났다.
그들은 인사한다.
"Hi, how are you?"
독일인들이 만났다.
그들은 인사한다.
"Hallo. Alles in Ordnung*?"
(*'모든 것이 순조롭다, 정돈되었는가?'라는 뜻)
episode 2.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 한국에서 온 나의 가족이 모였다.
2주 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서울로 돌아간 남동생이 어느 날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우리가 있었던 곳이 시골이야, 도시야?”.
나는 대답하였다.
“시골이지, 그것도 깡시골”
“진짜? 그런데 왜 그렇게 깨끗해? 도시인 줄 알았어. 대박이다! 독일 대도시는 그럼 어떻다는 거야?”
“음...... 비슷해. 그냥 숲보다는 빌딩이 조금 더 많을 뿐이지.”
독일은 도시, 시골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쾌적하고 깨끗한 거리를 유지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episode 3.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나의 친구 K.
“나는 정리 정돈 진짜 못 해. 어떡하지? 비자 받으러 가야 하는데, 서류를 못 찾겠어!”
“그래? 그럼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겠네. 더 비싼 값을 치르기 전에......”
유학이나 일 때문에 독일 혹은 유럽을 온 사람들을 만나면 많은 사람들이 종.이. 때문에 골치 아파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고 그래서 그들의 고충을 잘 안다.
독일에 온 지 어느 덧 7년.
원했건, 원치 않았건 간에 나는 이 곳에서 인턴십부터, 취업, 학업, 결혼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나의 20대의
시간 속에 가득 채워 넣게 되었다.
우울한 날씨, 입에 안 맞는 음식, 차가운 낯선 독일인들에 대한 삐딱한 시선으로 시작한 생활이었지만,
이들의 언어를 배우고, 역사를 배우고, 함께 맥주를 마시며 축구를 보면서,
어느 덧 이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전에 보이지 않던 좋은 점을 보게 되었고, 배우게 되었다.
나의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6년 내내 취미 및 특기가 '정.리.정.돈'이었다.
약간의 OCD(Obsessive–compulsive disorder, 강박증)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이런 나에게 독일은 정리정돈 잘 하는 나라로 다가와 차갑게 닫혀있던 나의 마음을 열어버렸다.
다른 나라로 청소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이 나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모든 것이 규칙이 있고, 파일 문서로 정리가 되어서,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는 이 나라를
'정리(Ordnung)'이라는 관점에서
독일을 이야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