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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Oct 28. 2015

시간을 달리다

독일의 달력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물론 한국이 아닌 내가 지내고 있는 독일 지역의 이야기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방제 국가이고 각 주와 도시가 갖는 권한이 막대하다. 특히나 학제시스템이 각 주마다 다르고 선택하는 교제 또한 자..이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내가 있는 NRW 대학들이 하나 둘씩 개강을 했다. 


학창 시절부터 나는 문구류를 참 사랑했다. 성격 때문인 지는 몰라도 시험을 준비하거나, 새학기가 시작되면 마음을 준비하는 한 과정으로써 새로운 연습장과 펜을 사서 쓰곤 했다. 왠지 새 필기도구가 있으면 새로운 기운을 받는 느낌이랄까? 이 습관이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다. 나 또한 새학기가 시작된 기념으로 문구점을 가서 새로운 필기도구를 구입했다.  

이번학기 독일어 교제와 문구류

나름의 정리 강박증의 OCD를 갖고 있는 나이기에 교제에 맞추어 비슷한 사이즈의 노트와 펜을 준비하였다.


독일에 살면서 나를 설레게 하는 공간이 몇 군데가 있는데 독일의 드럭스토어(DM이나 Müller 같은 곳)와 문구점이다. 서점에 가도 다양한 문구류를 찾을 수 다. 한국처럼 아기자기하며 값 좋은 물건은 지만 그래도 이 공간에서는 내가 평소 써보고 싶던 펜과 노트 종류를 직접 보고 이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꿈을 갖고 살며 중학생이 되던 해 즈음부터 나는 메모하는 습관과 계획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플래너라는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 존재하던 종류의 노트 및 플래너를 거의 다 써 본 것 같다. 나름의 방식으로 재구성도 해보고 다양한 실험 또한 했었다. 그런 나에게 외국에서 만나는 플래너는 참 신기했다. 처음 호주에 갔던 2006년에는 달력의 시작이 1월이 아닌 6월부터 나오는 플래너가 신기했고, 독일에서는 월간 달력을 2페이지에 사각형으로 꽉 채운 스타일이 아닌 세로로 길게 늘여 놓는 방식이 너무도 신기했다.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아서 한국에서 새로 주문하거나 내가 직접 제작해서 만들곤 했는데 어느덧 이게 익숙해진 것 같다.


독일의 달력
독일에서 가장 재미있는 문구류 중 하나는 달력이다. 열이면 아홉 혹은 열개의 사무실에 꼭 있는 달력은 1년이 한 눈에 보이는 세로형 연간달력. 학교나, 병원, 사무실 등등 안 쓰이는 곳이 없다. 또한 각 가정에서 쓰는 세로형 월간 달력! 좁은 공간에 붙여놓고 쓰면서 행사 일정을 정리하는데 아주 유용하다. 또한 책상에 앉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특이한 모양의 스프링 월간 달력을 컴퓨터 타자기 아래에 두고 쓴다. 아무리 적응하려 해도 나는 한국의 책상달력이 최고인데 이 사람들은 이 이상한 모양의 달력을 누구도 안 보이게 자신의 손목 아래 혹은 키보드 위에 두고 쓴다. 새로운 미팅이나 마감을 정리하는 용도인데, 한국의 책상달력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매해 연말이나 연초에 선물로 들어오는 이 달력은 항상 내손을 거쳐 독일 친구들에게 다시 가게 된다.

독일의 책상달력


연간달력





보통 이 연간달력은 사무실이나 가정 집의 벽에 붙어서 행사와 모든 일정을 한 눈에 관리하기 쉽게만든다.

월간달력


매년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은행이나 각종 기관에서 나누어주는 큰 사진 밑의 달력은 이곳에서는 인기가 없다. 너무도 단순하지만 아주 효율적으로 이렇게 세로형 달력이 독일에서는 유용하게 쓰인다.

세로형 주간달력




개인 노트나, 다이어리, 플래너의 스타일도 우리의 것과 달리 세로형이 많다. 사고하는 방식이 우리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독일의 가장 중요하고 기분 좋은 달력, Advent kalendar

독일의 문구점은 2016년 달력이 앞다투어 진열대에 내놓고, 슈퍼마켓은 크리스마스 쿠키와 음료로 연말의 분위기와 흥을 돋구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며 올 한 해를 돌아보게 되고, 내년에는 저 달력과 플래너에 어떤 일들을 적게 될지 상상해본다. 이 중에서도 가장 기다려 지는 달력이 있으니 이것은 바로 아드벤트칼렌더(Advent Kalendar)이다. 12월 1일부터 크리스마스 직전 24일까지의 날짜만 있는 이 달력은 특히나 어린아이들이 12월을 더욱 즐겁게 기다리게 만든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눈꼽도 떼기 전에 이 아드벤트칼렌더를 향해 달려가고 그 날짜에 해당하는 숫자를 찾아 열어보면 초코렛이나 선물이 들어있다. 산타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특별한 달력이 있으면 한 해의 마무리 또한 기분 좋게 보낼 수 있다.

Advent Kalendar

아직 2016년 1월 1일까지 66일이 남아있다(2015년 10 월 28일 기준).  올해 바라던 일을 내년으로 미루지 말고 남은 66일 동안 노력해보는 것은 어떨까?


독일의 달력을 통해 느끼는 점은, 새해 만이 시작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혹은 어떤 달이나 주라도 내가 시작하는 그 순간이 새해가 되고 새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에 익숙해져서 친구의 전화번호도 못 외우고 약속도 곧 잘 까먹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의 펜과 종를 들고 나의 일정과 생각 적고 실천하며 남은 2015을 보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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