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빳사나 수행을 다녀와서

25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고요한 사랑의 발견

by 박지선

겨울 냄새 짙은 11월의 마지막 날, 트렁크 한가득 짐을 꾸려 전북 진안으로 향했습니다. 진안에 위치한 담마코리아에서 진행되는 위빳사나 명상 10일 수행을 위해서입니다. 진안은 서울에서 230km 거리로 차를 타고 3시간 반 달리면 도착합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골길을 달리다 보니 둥글둥글 말의 귀 모양으로 솟아있는 마이산이 보였습니다. 신비로운 산세와 포근한 지역의 분위기가 명상센터와 잘 어울렸습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담마코리아에서 하게 되어 무척이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신청이 된 것 자체가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여자 수련생을 위한 자리는 신청이 열리면 금세 마감되기 때문입니다. 한 코스에 남녀 각 50명 정도가 선정되는데 신청자가 많은 경우 무작위 추첨으로 참가자를 뽑습니다. 저도 몇 번의 시도 끝에 신청이 열리는 날 알람을 맞춰두고 신청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10일 동안 명상하러 간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명상을 하는 사람들은 부러워했습니다. 명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위빳사나’라는 이해할 수 없는 단어와 ‘담마코리아’라는 센터의 이름을 듣고는 생소함에 불편한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들을 세뇌해 돈을 뜯어내는 이상한 종교 단체가 아닐까?” 같은 의문이 드는 것이죠.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나 거부감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위빳사나(vipassanā)는 고대 불교 언어인 팔리어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명상법 중 하나로 2,500년 전 고타마 붓다가 재발견하여 이 수행법을 통해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합니다. 불교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위빳사나는 종교나 종파와 상관없이 세상의 보편적인 괴로움을 치료하는 보편적인 치료법입니다. 이 수행을 하기 위해 종교를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마음의 번뇌를 제거하고 해탈이라는 최고의 행복에 이르는 것을 도와주는 실용적인 기술입니다.


위빳사나는 부처님 시대부터 스승들을 통해 현재까지 전승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담마코리아는 위빳사나 명상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전 세계 200여 개의 센터 중 하나입니다. 위빳사나 수행법을 대중화시킨 미얀마 출신의 고엥까 선생님의 지도로 수행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생전 기록된 음성과 영상을 통해 우리는 그 가르침을 그대로 배울 수 있습니다.


KakaoTalk_Photo_2023-03-01-21-47-22 001.jpeg 고즈넉한 분위기의 담마코리아 명상홀


위빳사나 수행을 가는데 저 역시도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시간을 내는 것도 그렇지만 수행기간 동안 참가규율을 따르는 것이 저에게 더 큰 도전이었습니다. 수행에 참가하는 것은 10일 시간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휴대폰과 책과 필기구 없이 10일 동안 주는 음식만 먹으며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침묵을 지키며 앉아있겠다는 의지를 내는 일이었습니다.


업무 인계를 하고 왔지만 휴대폰을 쓸 수 없는 건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올빼미형 인간에게 새벽 4시 기상은 잘 시간에 일어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고요. 저녁은 차와 뻥튀기를 준다는데 밤새 배고픔을 버틸 수 있을지, 읽고 쓸 수 없는 시간을 어찌 버텨낼지 눈앞이 막막했습니다. 저를 잘 아는 지인들은 “너무 힘들면 중간에 나와도 돼”,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라는 조언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잘 적응했습니다. 수행이 체질인가 싶었습니다.


놀랍게도 센터에 머물던 12일간 집 생각이 안 났습니다. 1박 2일 출장만 가도 그리워지는 우리 집 야옹이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저 종 치면 일어나고, 종 치면 수행하고, 종 치면 밥 먹고, 종 치면 잠들었습니다. 모두 내려두고 현존하는 것에만 마음을 두었습니다. 수행하며 겪는 내면에 변화를 관찰하고 경험하느라 집에 가고 싶기는커녕 시간이 너무도 빠르게 흘렀습니다. 수행을 하면서 내면뿐만 아니라 외면에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따로가 아님을 체험했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반드시 이 경험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세상과 단절된 10일이란 시간을 온전히 내는 것은 사회인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 양해하고 도와준 덕분에 나를 위한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열흘 정도 내가 없다고 회사나 집안에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았습니다. 아주 가볍습니다. 수경 재배하던 알로카시아 화병에 물이 말라 잎사귀 몇 장이 노랗게 변했지만, 이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시 물을 주었으니 조만간 기특하게 새잎을 내어주겠지요.


KakaoTalk_Photo_2023-03-01-21-47-22 003.jpeg 퇴소날 아침 여자 숙소에서 명상홀로 가는 길


10일간의 수행은 저에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었습니다.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참으로 적당한 때에 수행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션으로 생각한 명상교육회사를 설립한 한 해였고, 조금 더 깊게 수련하기에 스스로 준비가 된 연말이었습니다. 나를 비워내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롭게 채워갈 한 해를 그릴 적기였습니다. 이번 수행을 통해 나에게 고요히 머무는 기쁨과 마음의 평화를 준 명상을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코스에 참여하는 내내 명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저에게 마음챙김의 씨앗을 심을 수 있게 도와준 여러 명상 선생님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분들도 이곳에서 고엥까 선생님이 가르치는 명상을, 담마를 수행했고 저에게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약 2500년 전 붓다로부터 시작되어 시공간을 초월해 이어온 무한한 내리사랑에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다음 사람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전하는 것 외에는 그분들의 사랑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저 또한 이 길에서 수행을 통해 얻은 것들을 삶을 통해 나누겠노라고 다짐합니다.




위빳사나 코스에 참여하고 싶은 분들은 아래 사이트에서 코스를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https://korea.dhamma.org/ko/


코스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들어가고 나가는 날을 포함해 11박 12일의 시간뿐입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1인 숙소가 마련되어 있고, 코스 기간 동안 채식 식단의 건강한 식사가 제공됩니다. 아침은 간단한 죽, 점심은 일반 식사, 저녁은 차와 뻥튀기로 가볍게 먹습니다. 수련생을 위해 구수련생 자원봉사자 분들이 식사를 준비해 주고 화장실 청소도 해주십니다. 코스를 등록하기 위한 비용은 따로 없습니다. 코스를 마친 후 자신에 상황에 맞게 자율기부하는 시스템입니다. 기부금은 다음 코스 참가자들을 위해 쓰입니다. 각자의 경험이 모두 다를 테니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강력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