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記2019 멈춤과 움직임, 완성과 완주, 그리고 시작에 관해
어느 높은 건물 난간에 기대 밖을 내다보고 있었는데, 한 여자가 내 뒤편에서 달려오더니 주저없이 난간을 훌쩍 넘어 뛰어내렸다.
2019년 어느 날 꿈 속에서 일어난 일.
여자는 어떻게 됐을까. 왜 난간을 넘었을까. 혹시 등에 낙하산을 달고 있었던가 아니면 날개가 돋아있었던가 (꿈이니까).
정말이지 잘 쓰고 싶었나보다. 써야하는 그 종이, 날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종이는 비워둔 채, 다른 노트를 글씨연습으로 채워갔다. 그리고 또 다른 노트들도.. 그 종이엔 완벽한 이야기가 적혀야하므로 여전히 백지다.
점들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최고의 결말을 짓지 못하더라도, 채워야 할 공간을 결국 빈 채로 남겨두지는 말자. 정말 무서운건 평생 마주보아야 할 백지다.
런던의 겨울은 2/3가 밤이다. 해가 지면 숨을 깊게 들이 마시고 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긴 밤을 지내기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진 바, 바다거북가 됐다 믿고 깊은 밤을 천천히 헤엄쳐가기로 했다. 디딜 땅이 없는 것 같은 느낌도 여기선 자연스럽다. 난 수영중이란 말이지.
꼭 했어야하는 일을 끝내 하지 못했거나, 그만뒀어야 하는 일을 아직 붙들고 있거나, 심정적으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같은 시간도 있다. 하지만 '심정적으로'라는 단서를 붙였듯, 한시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은하는 움직이고 있거든.
다만 돌보지 않고서 제대로 자라길 바라지 말자. 염치없이.
그 건물, 사실 그렇게 높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상관없다. 어차피 꿈이니까. 오늘 밤에는 나도 난간으로 전력질주해서 한 치 망설임없이 난간을 폴짝 넘자마자 날개가 촥 펼쳐지는 그런 꿈을 꾸면 좋겠다. 원한다면 당신도.
So let's move on or carry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