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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토타입L Jan 01. 2025

과정으로서의 삶

年記2024 Life as process

"이제 끝났어? 언제 끝나?" 하는 말로 안부를 묻거나 단도직입적인 질문을 정기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흐르는 건 모르는 체 할수가 없다. 치약이 홀쭉해지고, 알레비아의 은박이 한 알씩 찢어진다. 손톱이 잘린다. 이런저런 기한과의 거리가 짧아진다. 눈앞에서 시간이 선명하게 사라진다. 애가 탄다.


시간으로 부터 눈을 떼지 못하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한 건 시간이 이렇게나 많이 지났다는 사실이다. 거울 속에 비친 얼굴을 마치 그동안 거울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는 듯 들여다본 날 알았다. 먹어선 안 되는 열매를 먹고 인류에게 전에는 모르던 수치심과 두려움이 생겨난 그때처럼 등골이 서늘해졌다.


대단히 오해했다. 잠수정처럼 창이 없는 탈것에 들어가 도착점을 찍고, 소요시간을 확인하고, 도착할 때까지 시간창을 바라보면 되는 줄로. 혹은,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 좋은 세상이 오면 깨워달라 부탁하고서 차라리 냉동고에 들어가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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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돌보지 못한 것은 과정이다. 과정에서 만나는 것들, 만났어야 했을 것들도 더불어. 소중하고도 고유한 과정.


도중에 얻거나 배우는 것이 있어서라기보다 (이것도 맞지만), 작은 단계 단계가 모여 결국 성과를 이뤄내기 때문이 아니라 (틀린 얘긴 아니다), 풀이가 정답만큼 중요하다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게 바로 과정이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본다면 과정들이 이어지고 만나고, 더 가까이 가면 성실한 실천들이 그 안에서 반복하는 모습도 보일 것이다.


그래서 과정을 잃었다는 얘긴 전부를 잃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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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것 역시 삶이 끊임없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과정이라는 점이다. 타이머에서 고개를 돌려 구체적인 과정으로, 순간 속으로 되돌아온다면 조금씩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올해 시작한 나에게 정을 붙이는 과정은 그 뜻에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평생의 과정으로 이어진다. 과정은 무엇보다 꾸준한 실천을 통해 펼쳐진다. 매일 아침, 바위처럼 무거운 이불을 들어 올릴 힘을 내자. 항세기를 맞이한 삼체인처럼, 밤새 식고 마른 몸을 일으켜 물을 마시자. 그러면 시간은 여전히 사라지더라도 바닥에 아직 디딜 땅이 있다는 사실에 안심할 것이다. 걱정말고 걸어도 된다. 그렇게 새해엔 찾던 것들을 찾아내고, 또한 발견되기를.


그리고 끝났느냐는 질문에는 끝나는 중이라고 대답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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