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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Feb 15. 2023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1월 12일 오후 3시

왕궁 가는 길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

1월 12일 오후 3시

왕궁 가는 길







늦은 아침을 즐기다 아침이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만 하는 시간이 되었을 때 느릿느릿 나왔다. 

전에 여행 때 왕궁을 못 봤던 것이 생각나 왕궁을 보러 가기로 했다. 왕궁 문 닫는 시간이 가까워 오는데 별 상관하지 않고 나섰다.



왕궁 복장을 했다.


긴치마, 편한 신발, 사판탁신역으로 간다.







짜오프라야강을 타고 왕궁으로 이동했다. 


강을 따라서 허름하기도 하고, 세련되기도 하고, 너저분하기도 하고, 깔끔하기도 한 건물들이 뒤죽박죽 섞여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공평하게 내리쬐는 오후의 햇살을 받고 선 건물들의 모양새가 서로 제법 잘 어울렸다. 마치 다른 배경을 찍었으나 같은 필터로 보정해 비슷하게 보이는 사진들을 늘여 놓은 듯 했다.


진한 오후 햇살의 필터였다.







나도 그 햇살을 공평하게 받았다. 불안했다가 여유로웠다가 피곤했다가 신이 났다가 너울치는 마음들이 같은 오후 햇살 필터 아래 어울리듯 자리를 잡고 있었다.






나 대신 이것 저것 사진을 찍어주던 형규는 지난 방콕 여행 때 우리가 가고 싶어 했던 레스토랑을 찾아 나에게 알려주었다. 깔끔한 흰 건물, 검은 문, 강바람을 맞으며 식사할 수 있는 테라스 자리가 있는 식당이었다. 그때 비싸서 못 갔던 곳. 이번에도 못 갈 예정인 곳이었다.


강 비린내가 날 것 같다는 별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며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의 속내를 숨겼다. 우리만 알고, 우리끼리만 공유하는 속내지만 굳이 서로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일정다운 일정을 소화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서로에게 작아지지 않도록 미안한 속내도 설렘으로 포장했다.


강 비린내가 더 진하게 코끝으로 들어왔다.


오후 햇살 필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태국남부여행일기 #방콕 #왕궁 #짜오프라야강


#가고지비 #여행에세이 #말글아로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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