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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Feb 16. 2023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 1월 12일 오후 4시

왕궁 도착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

1월 12일 오후 4시

왕궁 도착





5시면 문을 닫는 태국의 왕궁에 4시에 도착했다.

그래도 우린 여유가 있었다. ‘볼 수 있는 곳까지만 보자.’ 

사실 너무 덥고 습해서 한 시간 보는 걸로도 충분했다.



하늘은 맑고 왕궁은 화려했다.








햇살 때문에 왕궁의 화려한 장식이 더욱 빛났다. 세상에 행복은 여기 다 있는 것만 같았다. 순간 어쩌면 복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들 종교나 권력과 관련된 곳은 화려하게 만드는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올 한해 복을 빌었다.


굳이 다른 나라까지 와서 그 나라 왕궁에 꾸며 놓은 신전에 들어가 내가 믿지도 않는 신에게.






하지만 태국은 그런 나에게도 곁을 내주는 것 같았다. 

웃기다. 

지금의 내 심경 변화가. 


이 짙은 햇살이 나를 너그럽게 해주는 것일까. 부처님의 자비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일까.







이틀 전만 해도 밉기만 했던 이 나라가 이상하게 지금은 참 좋아 보였다.


다른 나라의 누가 와도 오면 복을 빌게 만드는 부처의 자비하심이 지금 우리 여행까지 닿길 바라며 왕궁 구경을 마쳤다.






우리나라도 소승불교를 믿는 국가였으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중국인들의 끝없는 입장을 뚫고,복도 빌고, 인생 샷도 찍고, 땀도 흘리며 왕궁 구경을 해냈다.

서브웨이에서 밥도 먹고 길거리 망고도 사 먹었다. )






1월 12일 오후 6시 30분



낮이 긴 태국의 짙은 햇살이 6시가 훌쩍 넘는 시간까지도 이어졌다. 선착장에는 오렌지색 깃발을 단 배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벤츠 코리아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무리가 쑥 빠져나가니 선착장이 여유로워진 것 같았다.

한층 조용해진 선착장을 찰칵 찍었다.






저 멀리 왓 아룬이 보인다. 왓 아룬은 정말 아름답다.






이번 여행에도 또 가보고 싶었으나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많은 곳이 공사 중이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다음이 있을까?



왓 아룬에 처음 갔을 때 아주 위험해 보이는 계단을 올라야 했다. 지금은 바뀐 것 같았다.






그때의 짜릿함 때문인지 왓 아룬이 반사하는 빛 때문인지 그날의 더위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날의 기억을 서사적인 정보로 간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왓아룬을 본 날을


더위로 인한 끈적임, 발바닥이 간질거릴 것 같은 느낌, 저녁이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 충격적인 아름다움에 압도되었던 감정, 공사장 흙냄새와 절묘하게 섞인 향냄새, 갑자기 들이닥친 것 같은 관광객의 향수 냄새와 땀냄새, 설레면서도 우울한 기분 등으로 기억한다.


기억이 느낌과 감정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왓 아룬. 그래서 나에게 아주 소중한 여행지다.




오렌지색 깃발을 단 배가 왓 아룬이 보이는 선착장을 떠났다. 관광객들의 땀 냄새를 맡으며 비좁은 배의 복도를 지나 우리가 내릴 역에 내렸다. 사 놓고 먹지 못한 망고를 먹었다.







우리는 수영하며 더위를 식히고 부산에서 사 온 컵라면을 먹기로 했다.

컵라면이라니.

너무 신났다. 정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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