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말글아 로 Feb 19. 2023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1월 12일 저녁 9시

물놀이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_

1월 12일 저녁 9

물놀이



호텔에 도착해 수영 준비를 했다.





밤이라 물이 차서 그런지 수영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래서 우린 좋았다.



형규는 춥다며 수영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

나는 많이 했다. 나는 수영을 좋아한다. 물에서 땀이 날 정도로 한다. 그래서 나는 춥지 않다.



나는 이상하게 물놀이를 해야 휴가를 제대로 즐겼다는 느낌이 든다. 물놀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지 물놀이가 휴가의 완성이자 목적인 것만 같다.





유년기에 여름에만 휴가를 다닌 탓일까? 그래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여름도 좋아한다.


적당히 움직이기 좋은 봄과 가을보다 여름이 좋다. 물론 봄, 가을에도 집에 붙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름에 제일 많이 돌아다닌다.






더운 느낌이 좋고, 그 무기력함이 좋다. 가벼운 옷차림이 좋고, 그 무엇보다 모두 휴가를 떠나는 그 축제의 느낌이 좋다. 여름은 하루하루가 여행이고 이벤트 같은 느낌이 든다.






부산으로 내려온 후부터는 여름이 되면 일주일의 3~4일은 바다에서 보낸다. 그림도 잘 그리지 못한다. 움직이고 싶어서 안달이다. 그리고 곧 무기력한 모습으로 잠을 설친다.


더운 건 어쩔 수 없으니까.



여름이 되어 제일 좋은 것은 물에 들어가도 춥지 않다는 점이다. 실내외 수영장, 바다, 계곡 어딜 가도 춥지 않다.


더울수록 물은 시원하고 물놀이는 재밌다.





방콕에 와서 첫 물놀이는 매우 전투적이었다. 나의 휴가를 완성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담긴 물놀이라 더욱 그랬다.


더운 방콕에서도 밤에 물놀이를 하면 춥다. 그래도 나는 했다. 내 몸이 더워지도록 평영 자유영 배영을 섞어가며 네모난 수영장을 몇 바퀴나 돌았다.


물속에서 더워지기 시작하면 나는 그때부터 축제의 계절을 즐긴다.





이번 수영장은 꽤 괜찮았다.

어두웠고 조명이 멋있었다. 물 색깔이 보라색처럼 보였다.



보라색 물 위에서 노란 불빛 아래 둥둥 떠다니는 나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고요한 수영장에 물소리만 들린다.






제대로 휴가를 즐기고 있는 내가 춥다고 휴가를 못 즐기고 있는 형규에게 물장구를 친다.


휴가가, 여행이, 축제가 완성되어가고 있다.








1월 13일 새벽 00시


물놀이로 아주 완벽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형규가 감기를 걱정할 때까지 물속에 있었다. 배도 고팠다. 하루가 꽉 찬 기분. 좋았다.

그리고 뜨끈한 라면을 먹었다. 물놀이 후 먹는 라면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있을까?



피곤함 때문인지 물놀이 때문인지 편도선이 좀 부었다. 침 삼킬 때 불편했다. 그래도 쉴 생각은 없었다.

나는 피곤함으로 즐거움을 만들어 가는 중이니까.


수영과 라면 샤워는 잠으로 이어져야 매우 자연스러운 조합이겠지만 우리는 여행자였고 계획이 있었다.




#태국남부여행일기 #아직방콕 #가고지비 #여행에세이 #방콕라마다리버사이드호텔수영장 #밤수영 #말글아로여행






작가의 이전글 반달 동안 태국 남부 여행 일기 1월 12일 오후 4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