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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글아 로 Mar 10. 2021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외향적이지만 낯을 가려요

2022년 2월 7일 월요일

저는 외향적입니다. 낯은 가립니다.


일 년 미리 쓰는 미래 일력

2022년 2월 7일 월요일



내가 외향적이라고 하면 놀라는 사람이 많다. 나는 전형적인 enfp -외향적인, 직관적인, 감성적인, 즉흥적인 성격이다. 흔히들 스파크 형이라고 부르는 성격.

한 때 교사였을 때 교사교육의 일환으로 교사들의 MBTI 성격 검사를 해주었다. 그때 강사가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당시에는 그 말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는데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했던 MBTI 검사지를 보고 그 말이 맞는구나 싶었다. 그때도 내 성격유형은 enfp였다.

10년이 지난 후 교사라는 같은 직업을 가진 50명의 사람들 중에 enfp유형은 나 하나였다. 강사가 나에게 왜 여기 있냐고, 야후에 가서 뭐라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그때는 야후가 아주 유명한 시절이었다.)


외향적이고 직관적이고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사람이 교사로 살기는 힘들었을까? 지금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다른 일을 시작하고부터 사람들이 나에 대해 내성적인 성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많이 한다. 내가 그들에게 ‘저는 외향적인 사람입니다.’하고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놀란다.


그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낯을 가립니다. 외향적인데 낯을 많이 가립니다.’


나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도 나를 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내가 아직 그들에게 낯을 가리고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를 평가할 때, 그에 대해 진지하게 알고 싶다면 디테일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외향적인 사람도 낯을 가리고 유머러스한 사람도 불안과 우울을 간직하고 있으며, 험담을 잘하는 사람도 인정 많고 따뜻할 수 있다.


나도, 상대방도 너무나 복잡한 머릿속과 마음속을 가지고 있고, 우리는 늘 시간이 없으니 대충 얼버무려 생각하게 된다. 서로를 게으르게 평가하게 된다.


나와 크게 관련이 없고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대상이라면 그래도 되지만 내가 그를 진지하게 알고 싶다면, 혹은 그가 나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나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들여 그를 들여다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가 가진 작은 조각들을 하나하나 끼워 맞춰 입체적인 한 시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내가 그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걸까?

너를 이해한다는 것은 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입체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간과 노력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

내가 너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려면 적어도 그 정도는 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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