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민 Jun 16. 2017

#93 대통령을 만나서

2017. 6.11. 잘 읽으면 음성지원됨

만약에 대통령이 나에게 밥 사주면서 초등교육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가장 필요할 것 같냐고 묻는다면? 

나는 '시간'이라고 말할 것 같다. 
"시간이요오오?" 마시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눈을 꿈뻑이는 대통령께서 좀 더 듣고 싶다는 표정을 짓는다면, "정확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할 것 같다. 
"교사에게 여유가 필요하다는 말슴이시죠오?"라고 화답한다면 
"그것도 정말 좋지만, 학생들에게 필요하다"라고 말할 것 같다. 

여유. 

가르치는 4학년이 나머지가 있는 나눗셈을 벌써 배우지 않아도 되는 여유.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좀 더 길게 가지는 여유. 
미술작품을 2시간 안에 완성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교과서를 다 배우지 않아도 되는 여유. 
선생님이 모니터 앞에 앉아 다급하게 문서를 처리하는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되는 여유. 
학교 끝나고 바로 학원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여유. 
이리저리 끌려다니며 처음 보는 강사들에게 이상한 교육을 받지 않아도 되는 여유. 
카네이션을 접고 있을 때 법에 저촉될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 등등

물리적, 심리적으로 시간과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상, 10년 차의 보통 초등교사가 생각하는 지금 초등교육에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께서 주는 시계 받고 같이 셀카 찍고 와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92 때려주고 싶은 화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