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샘, 쌤.
대한민국은 선생님이 많다. 교육계 몸담지 않더라도 전문직을 표현하거나 상대방을 높여 부를 때 쓰니 말이다. 사실 선생님이 아닌 사람을 찾기 드물 정도다. 사람 다니는 길에서 '선생니임!' 외치면 몇 명이나 돌아볼까 궁금해질 정도이다.
그런데 내가 한 가지 아무에게나 허락할 수 없는 호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쌤'이다.
쌤은 아무에게나 붙여주는 게 아니다. 학생들과 나의 신뢰와 편안함을 상징하는 낱말이다. 학교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나를 '악마쌤'이라고 부른다. 김연민 선생님보다 훨씬 기분 좋고 명쾌하게 들린다. 그래서 이 낱말은 현장에서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켜서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아이들과 뒹굴고, 가끔은 화도 내고 또 웃으면서 추억을 만드는 공교육의 선생님들에게만 바쳤으면 좋겠다.
학교가 배움을 추구하고 행복을 피톤치드처럼 뿜는 숲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끝까지 학생의 목마름을 없애려 노력하는 맑은 샘 때문일 것이다. 물은 물이고, 샘은 쌤이다.
누군가는 탁하고 비리다고 할지 모르겠다. 허나 탁한 것은 자정되고 가라앉을 것이다. 믿어도 된다. 여전히 이 숲에는 맑은 쌤이 여기저기서 퐁퐁 솟아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쌤들이 모여 강이 되고 온 숲을 경쾌하게 흐르고 있다. 나는 대한민국의 샘이다. 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