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들이를 중심으로
각지에서 새롭게 청년공간을 구축하기 위하여 기존의 청년공간을 방문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혹은 민간에서 새롭게 커뮤니티를 구축하기 위하여 연락하는 일도 많습니다. 청년공간의 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까요. 무엇을 위하여 설계되어야 하고, 누구를 위해 운영되어야 하고, 어떤 철학을 반영해야 하는 것일까요.
대전시 너나들이의 청년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어떤 설계를 고민하여야 하는지. 고객지향적 관점에서 사용자를 위한 청년공간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청년공간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이 서울시에서 시작되었고 벌써 6년의 시간이 흐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의 흘러감과는 다르게 개선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는것 같습니다. 2014년에 서울시에서 무중력지대를 출범하게 되었고, 대전시가 3개 청년공간을 설립한것이 2018년의 일입니다.
이 공간을 제대로 만들 생각이 있었다면 참고할만한 자료, 보고서, 관련 정보들이 충분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청년공간은 치밀한 고민없이 후다닥 대충 만들어졌습니다. 그 당시에는 모든것이 혼란스러웠고 처음이었다 이렇게 청년들이 많이 쓸줄 몰랐다. 여러가지 이유는 많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모든 문제에 대해 할말이 많지만 비판이 아닌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본 포스팅의 목적이므로 팩트에 대해서만 검토합니다.
너나들이 청년공간은 위의 구조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파트를 구성하는 자재들은 꽤 좋은 재료들만 사용해서 만들어졌습니다. 예컨대 장테이블은 스타벅스에서 사용하는 재료로 구성되어 있고, 그냥 책장과 소파로 보이지만 전부 좋은 재료들입니다. 샹들리에와 세미나실, 그리고 기타 다른 장비들까지. 심지어 하나 있는 프로젝터도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 좋은 녀석입니다. 아마 구입당시의 가격을 보면 더욱더 그렇겠지요.
하나하나 들어간 재료는 좋은것들 밖에 없는데 종합해놓고 보니 엉망입니다. 그냥 대충 보면 좋아보이는 저 모습이 어째서 이 공간을 이용하는 청년들의 니즈를 하나도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지 하나하나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만들어진 곳은 어쩔수 없지만 앞으로 만들어질 공간들에서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고객지향적인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Fact1. 청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이 아니라 기관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소파로 둘러쌓인 공간은 언뜻 보기에 멋지게 보입니다. 아니 실제로 멋집니다. 샹들리에에 뒤에 버티컬까지 쳐져있고 그림까지 있습니다. 저녁에 불을 켜놓으면 분위기가 확 달라지죠. 그런데 왜 소파를 붙박이로 저렇게 초대형으로 만들어야 했을까요. 청년들의 커뮤니티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면 4명/6명/8명 구조로 세팅했어야 합니다. 저런 공간은 보기에는 멋지지만 정말 하나도 실용적이지 않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누군가의 멋진 사진을 만드는데는 좋겠지만, 청년들의 활동과 커뮤니티를 만들어내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형태입니다.
Fact2. 책을 보기 위한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그냥 의자와 책상을 세워놨다
책장을 만든것은 좋고 테이블도 좋습니다. 다만 책을 보기 위한 사람의 관점에서 어떠한 의자책상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부족합니다. 일본의 다양한 서점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위워크 같은 코워킹스페이스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스탠드 하나없이 만들어진 저 공간이 과연 청년들이 책을 보기 위한 공간인지 의심스럽습니다.
Fact3.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데 공유주방이라고 주장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는 취사가 허용되지 않습니다. 건물전체에 경보시스템에 의해서 일정온도의 이상의 열이 감지되면 바로 스프링쿨러에서 물이 튀어나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선을 하고, 덕트시공을 하고, 관련된 협조를 구하면서 공유주방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냥 아무생각없이 진행해놓고 안된다 하니까 인덕션을 빼버리고 이름만 공유주방인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인덕션은 지금 놀고 있습니다. 오븐하나 없고 조리와 취사를 할 수 없는 공간이 공유주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대체 공유주방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서울에 와서 공유주방 한번이라도 봤으면 저런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요.
Fact4.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미술작품과 나무조형물
청년공간에 왜 누군가의 대형미술작품과 거대나무조형물이 필요할까요. 어느정도의 가격인지는 알수 없지만 크기부터 범상치 않은 녀석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이런 물품을 몇개씩 들여놓을수 있는 예산이면 1년내내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액자, 삼각대 같은것들을 설치해놓고 주기적으로 전시회를 열어줄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무엇을 비싸게 구매해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도전을 시작하는 청년예술가들의 작품을 최초로 전시해줄 수 있는 전시공간이 되는게 이 공간의 취지에 더 적합하지 않을까요. 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 존재의 이유를 찾을 수 없는 조형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종합해보자면 이 공간은 이것저것 좋은것은 많이 넣었는데 가장 중요한 치밀한 고민이 빠져있습니다. 실제 이용자인 청년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청년들의 자발적인 활동을 바란다면서 기관의 행사를 진행하기 위한 장소로 만들었습니다.
위워크와 패스트파이브,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 LG플래그원을 거쳐왔던 사람으로서 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코워킹스페이스들이 어떤 일련의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지 청년공간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왜 80만원씩이나 하는 멤버쉽을 결제해가면서 사용하는지. 공간이 주는 힘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우라가 넘치는 공간들에 대한 치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위워크 (https://www.wework.com/ko-KR)
패스트파이브 (https://www.fastfive.co.kr/)
현대카드 스튜디오블랙 (https://studioblack.hyundaicard.com/)
LG플래그원 (https://flagone.co.kr/)
몇장의 사진으로 이 공간의 분위기를 전달할 수 없어 아쉬울 뿐입니다. 적어도 공간이란 이용자들을 위해 편리하고,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공간이 주는 가치가 개인의 생산성과 커뮤니케이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경험해보아야 합니다. 외부인으로서 몇번의 방문만으로는 그것을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일 것입니다.
위워크가 한국에 상륙하고, 패스트파이브가 이를 맹추격하고 있으며, 현대와 LG, 신세계 등 대기업에서 이 영역을 치고 들어오며 매번 다양한 시도와 혁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고객지향적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쓸데없는 조형물이 아니라 필요한 물건이 있고 누군가의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 아니라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설계가 충실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몇년의 시간동안 청년공간은 대체 무슨 노력을 해왔고 어떤 개선점을 만들었는지, 그토록 오랜시간이 지나왔음에도 바뀐것이 없다면 무엇이 문제인지 근원적인 단위에서 질문을 던지고 개선을 위한 고민을 시작해보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존재하는 현상에 대해 비판을 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선택입니다. 그러나 대안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혁신을 불러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혁신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그러한 노력은 인정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자신이 맡은 일을 제대로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내가 끊어보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음의 고민을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Solution1. 참여자들이 중심이 되어 대화와 토론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설계되어야 한다
온라인을 통해 정보가 공유되는 시점에서 더이상 강연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청년공간은 학원이 아닙니다. 대화를 나누기 위한 공간이고 같이 토론을 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청년들은 그냥 수동적으로 이 자리에 와서 강의를 들어야만 하는 존재이고 청년공간의 의미를 행사기획을 운영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면 더이상 할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형강연와 행사기획이 진행되는 곳에서 과연 혁신이 태어날 수 있을까요.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키울 수 있을까요. 리더를 키우기 위한 21세기 학습자의 특징에 대해서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미래학교를 위한 원칙, PBL, LBD, 등 관련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야 합니다. 해외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에꼴42, 칸랩스쿨, SAS, 샌즈스쿨, 미네르바 스쿨, 스쿨21, 몬드라곤 팀아카데미 등 혁신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강사가 주체가 되는 공간이 아니라 학생이 주체가 되는 교육혁신에서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Solution2.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구조를 설계하여야 한다
혁신으로 유명한 스타트업들의 오피스 구조를 보면 공간자체가 다르게 기획되어 있습니다. 미래교육이 이루어지는 혁신학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구글에서 키워드 검색 몇번만 하면 확인할 수 있는 일입니다. 청년공간이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 청년들의 자발적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면 그러한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공간구조가 설계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공간혁신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좀 더 치밀하게 고민하고 전세계 혁신사례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따로 또 같이 파티션 분할이 자유로운 유동적 공간설계가 필요합니다. 지브라 등을 통해서 변형이 가능하게. 얼마든지 변형할수 있게. 참여자들이 중심이 되어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공간. 서로 모여서 집중할 수 있게. 멀리 갈것도 없이 우아한형제들(배민)의 사무실이라도 검색해서 찾아봤으면 알 수 있는 일입니다.
Solution3. 청년들에게 필요한 좋은 정보를 최초로 제공할 수 있는 로컬허브의 역할
대전시는 청년들을 위해 많은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지역의 많은 공간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언제나 몇몇 사람들에게만 공유될뿐 확장되지 않고 머물러있는 수준입니다. 청년공간은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좋은 정보를 최초로 제공할 수 있는 오프라인 거점의 역할을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포스터를 게시하거나 정보를 붙이는 광고판의 역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나아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커뮤니티매니저가 먼저 다가가서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청년공간의 관리자들은 행정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마인드셋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프로세스를 머리속에 담고 있다면 공간의 구성과 프로그램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도 명확할 것입니다.
Solution4. 모두를 위한 열린공간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공간이다
왜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할까요. 그냥 모두를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 20세에서부터 39세까지의 청년이라면 누구에게나 개방해야한다는 이야기는 그냥 듣기에는 좋은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도, 운영상의 문제도, 인간에 대한 이해도 담겨있지 않은 서툰 결정에 가깝습니다. 인간은 왜 개인에서 집단이 되고 조직을 이루는 것일까요. 누군가와 어떤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된다면 그런 일은 왜 발생하게 되는 것일까요. 성공하는 커뮤니티에는 언제나 그 구조가 명확합니다. 오직 리더와 팔로워가 있을뿐입니다. 신규회원에 대한 모집창구는 언제나 열어두고 오픈하지만 엄격한 심사와 높은 기준으로 검증된 사람들만을 멤버로 받아들입니다. 커뮤니티를 이끄는 리더가 왜 이런 냉정한 결정을 내리는지 그 이유도 알지 못한다면 공간을 운영할 자격이 없습니다.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해 한번도 팀을 모아본적도 없는 사람들이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모두를 위한 공간은 듣기에는 좋아보이겠지만 사실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공간입니다. 이제 청년공간은 혁신을 위해 멤버에 대한 기준을 재정의하고 각자의 철학에 기반하여 명확한 스탠다드를 설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멤버쉽 중심의 운영을 고민해야 합니다.
위 고민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혁신의 방향은 다양하고 반드시 이 방법만이 좋은 해결책은 아닐것입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방법이 있을수 있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