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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Kyoo Lee Nov 08. 2020

President Obama’s Legacy

미국 대선과 이민법 정책

Credit: Getty image


2017년 1월 17일. 오바마 행정부의 마지막 이민 관련 행정명령 (Executive order)을 통해 입안된 새로운 regulation이 이 날 시행되었습니다. 주요 내용은 한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E-2 비자, 취업 비자 (H-1B), 주재원 비자 (L-1 비자), O-1 비자 등의 경우에 직장을 잃거나 해서 그 신분을 잃게 될 경우에도, 60일의 grace period를 허용해서 그 기간 안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되면 체류 신분의 공백이 없이 기존의 신분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준 조치였습니다. 이밖에도 취업을 통한 비이민 비자와 영주권 전반에 걸쳐 이민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허용해 준 고마운 행정명령이었습니다.


얼마 전인 2016년 11월에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자마자 서슬이 퍼렇게 이민자들을 옥죄겠다고 공연히 벼르고 있어서 모든 이민 변호사들이 긴장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더 따뜻하게 느껴진 이민자들을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이 행정명령이 떠나는 오바마 대통령이 남긴 legacy와 같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한 동안은 이런 법안을 못 만날 것 같아서, 100 페이지에 달하는 final rule을 출력해서 바인더로 묶었습니다. 오래 간직하고 그리워하며 읽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2017년 1월 20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고, 그는 대통령이 되자마자 몇몇 국가들을 지정하여 그 나라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렇게, 4년에 걸쳐 계속된 트럼프와 이민자 커뮤니티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Travel ban과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에의 장벽 설치로 시작된 그의 반이민정책은, Asylum 신청에 대한 심각한 제한을 가하고, 급기야는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부모와 그 아이들이 생이별을 하도록 내모는 비인간적인 조치까지 실행하여 공분을 샀으며, Public charge rule의 시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이 규정은 영주권을 심사할 때 영주권 신청자가 시민권자가 아닌 사람이 받아서는 안 되는 정부의 복지혜택을 받는 경우에 영주권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한 조치였습니다. 원래부터 있는 규정이었지만, 영주권 거절 사유가 될 수 있는 정부혜택의 범위를 크게 넓혀서 메디케이드 등 비현금 혜택 등이 포함되게 하였고, 기본적으로는, 영주권 신청자의 학력, 나이, 영어 능력, 의료보험 유무, 등등 여러 가지 상황을 포인트와 같이 고려해서 영주권 승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이민국의 재량을 크게 확대하였습니다. 트럼프 진영에서 그토록 줄기차게 주장해본 merit-based immigration, 즉 재력과 능력이 있는 사람만을 가려서 이민을 받아들이겠다는 그 아이디어를 실행을 옮긴 것이었습니다. 이에 반발하는 소송이 줄지었고, 긴 시간 동안 실행이 중단되었다가, 2020년 2월 24일이 되어서야 결국 시행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계속된 소송으로 인해 몇 번을 시행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시행되었다가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취업비자나 취업영주권 등 합법 이민 (불법 입국 또는 불법 체류에 대비되는 의미에서의 합법입니다)에 대한 제한은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민자들이 미국인들보다 여러 면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오로지 능력으로 경쟁을 해서 일자리를 얻어왔으며, 실업의 원인이 이민자들의 취업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이유에 있음이 분명한데도, 모든 실업 문제의 원인을 이민자들에게 돌리는 참으로 치졸한 인식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반대에 부딪혀 취업 관련 반이민 정책을 시도하지 못했던 트럼프에게 코로나라는 모두가 힘들었던 심각한 위기 상황은 오히려 기회이자 명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어려운데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서 더 어렵다"며 비이민 비자 이민 비자할 것 없이 전방위에서 비자 발급 및 미국 입국을 중단시켰고 그러한 조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치로 과연 얼마나 많은 미국 시민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라는 모두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를 이민자 탓으로 돌렸던 트럼프의 소름 끼칠 정도의 야비함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취업을 통해 비자나 영주권을 얻고자 한 이민자들에 대한 공격은 계속 이어졌고, 이제는 학생비자를 받아 미국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까지 비자 제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인 2020년 10월에도 취업비자 및 취업이민의 기준 임금을 많이 높여서 “취업” 자체를 가로막는 실질적인 장벽을 만들었고, 추첨을 통해 분배되어왔던 취업비자 신청 기회를 고임금 순으로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바꾸는 법안을 제출했습니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는 동안 계속 이어졌던 학생신분(status)도 기간의 상한을 두어서 연장을 하게 하는 법안도 제출했는데, 얼마나 까다롭게 연장 심사를 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어서 투표권이 없는 외국인들은 미국 땅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입니다.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얼마든지 삶의 터전을 잃고 떠나도록 내몰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트럼프의 4년을 보며 가장 치가 떨렸던 점은, 그가 자신의 지지층만의 대통령으로 4년을 살면서 정말이지 집요하게, 아무런 합리적 근거 없이, 이 가장 약한 사람들을 내몰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아마 투표권이 없어서 더욱 그랬겠죠? 크리스천이라면서, 하나님의 정치인이라면서, 약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매몰차게 대할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고아와 과부와 이방인들을 잘 대접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깡그리 무시할 수 있는지, 그러면서 또 자신의 지지 기반이라 믿는 크리스천들에게 어떻게 어필을 하는지. 그게 정말 궁금했었습니다.  




4년 전에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제가 페이스북에 "이제야 미국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상식 밖의 행보를 보일 것 같은 저 대통령 당선자를 미국의 사법 시스템이나 국민들이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지를 보고 싶었습니다. 돌아보니, 법원의 판사들은 대통령 눈치 안 보고 판결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트럼프의 많은 반이민 시도가 법원에 의해 막혔습니다. 시행이 중단되고 시행이 지연되었습니다. 트럼프가 무엇을 발표하면 이민변호사들이 소송을 하고 그러면 그 시행이 중단되어 안도하고.. 하는 패턴이 정말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이민자들을 겨냥한 온갖 공격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는 나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말 인정합니다. 법원이 이민자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이민국 (USCIS) 역시 그래도 합리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민 변호사들에게 늘 욕먹고 개탄의 대상이 되어온 이민국이지만, 그럼에도, 트럼프가 반이민 인사로 이민국의 리더십을 다 채우고 이민 제한을 명할 때에도, 이민국에서는 합리적으로 심사를 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취업비자를 거절해서 연방법원 소송을 통해 깨지는 경우들이 많았지만, 이 유형 말고는 대체적으로는 괜찮았다고 생각됩니다. 코로나 시기에 추가 증거 제출 요청에 대한 답변서 제출 기간도 연장해주고, 인터뷰 없이 영주권도 승인해 주는 등, 이 시기에 보여준 유연함에 대해서도 고맙게 생각합니다.


덕분에, 트럼프라는 새로운 현상을 만나 관찰하게 된 미국의 민낯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마음 놓일 정도로 신뢰가 갔습니다.  


 



2020년 11월 7일 오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이 결정되었습니다. 그가 당선 수락 연설을 하며 했던 말 중에 미국은 "흑인, 아시아인, 백인, 히스패닉, 이민자 등 모두의 나라"라고 했던 부분이 뭉클했습니다. 러닝메이트였던 부통령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기도 하겠지만, "이민자의 나라"라는 인식은 "(미국인이 아닌)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에 이를 되돌려야 미국이 다시 위대해진다"라는 무서운 생각과 너무 달라서, 그래서 좋았습니다.  


https://joebiden.com/immigration/ 

바이든 대통령 선자가 취임 후 100일 이내에 하고자 하는 이민법 개혁안들입니다. Public charge rule 철회를 비롯해서 트럼프가 오로지 본인 지지층에게 어필하기 위해 만들어낸 이민 제한 조치들을 철폐한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오늘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며, 그 따뜻한 말들을 들으며, 이민자의 한 사람으로서, 몇 년 전 오바마 대통령이 남기고 떠난 그의 자취가 생각났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도 자신만의 legacy를 만들어가기를 응원하고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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