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미국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방영이 되었는데, 드라마의 제목이 "Extraordinary Attorney Woo"로 번역이 되었습니다. "이상한" 이라는 단어가 "Extraordinary"가 된 것이지요. 국어사전에서 "이상하다"를 찾아보니 아래와 같은 뜻이 있음을 봅니다:
1. 정상적인 상태와 다르다.
2.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르다.
3.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다.
아마도 "다름"에 초첨이 맞추어진 단어 사용으로 보여집니다.
이번에는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에서 쓰인 "Extraordinary"의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1. going beyond what is usual, regular, or customary
2. exceptional to a very marked
3. very unusual or remarkable
국어사전의 뜻보다 조금 더 긍정적인 시각을 봅니다. 저에게는 다른데, 더 뛰어나게 다르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beyond", "marked", "remarkable" 의 단어로 미루어 볼 때 말이지요.
이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서는 아마도 우영우가 보통의 사람들과 다르기도 하고 동시에 특출나게 훌륭하기도 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어찌보면 한글 제목은 "이상해보이지만 (알고보면 특별하게 훌륭한)"이라는 뜻을, 영어 제목은 "특출난" 또는 "다르기도 하고 특출나기도 하고" 또는 "그 다름 때문에 오히려 특별하게 뛰어난"과 같은 의미일 것이어서, 결국에는 같은 의미를 보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표현의 차이일진대, 한글 제목은 드라마의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의 관심을 더욱 끄는 제목이어서 좋고, 영어 제목은 실제의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모두 좋을 것 같습니다. 박은빈 배우님의 2023 백상예술대상 수상 소감과 같이, 뛰어남이라는 의미를 조금 제쳐두고, 각자의 차이를 "다름"을 너머 "다채로움"이라는 아름다움으로 이해하는 것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traordinary" 는 미국 이민법에서 그야말로 특별한 우대를 받습니다.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경로가 미국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인 가족의 초청을 통하거나, 미국 회사인 고용주의 스폰서를 받는 것인데, Extraordinary ability를 입증하는 경우, 이러한 가족관계나 고용관계를 통하지 않고서 순전히 본인의 자격만으로 영주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렇게 받게되는 영주권은 EB-1A 라고 하는 1순위 영주권이어서, EB-2, EB-3 등의 다른 후순위 영주권보다 대기 기간이 짧아서 빠르게 진행이 됩니다.
그러면, 어떠한 자격을 증명해야 Extraordinary ability 가 인정되어서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까요? 먼저 아래의 10가지 기준 중 3가지 이상을 충족해야 합니다.
1. 국내에서 또는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상을 수상했을 것 - Pulitzer, Oscar, Olympic Medal 등과 같이 정말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 사람은 그 자체만으로 Extraordinary ability 가 인정되어서, 아래의 다른 기준들을 입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상은 위의 상들보다는 덜 알려졌지만, 그래도 그 나라에서 또는 국제적으로 알려진 상일 것을 요구합니다.
2. 본인의 분야에서 뛰어난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만 가입이 승인되는 전문가 단체에의 멤버쉽 - 해당 전문가 단체를 가입하기 위해 회비 납부 이외의 추가 가입요건이 있는 경우이어야 합니다.
3. 본인의 업적을 다룬 기사나 보도가 있었을 것 - 해당 분야의 저명한 출판물 또는 주요 언론을 통해 인터뷰나 해당 신청자의 성취에 대한 보도가 있어야 합니다.
4. 본인의 분야에서 다른 전문가들을 평가 하는 역할 (judge)을 했을 것 - Peer review 과 같이 해당 분야의 다른 전문가들의 작업 결과물을 평가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 요구되는데요, 가장 좋은 예로는 해당 분야의 경연의 심사 위원으로 참여하거나, 학술 논문의 심사자로 일한 경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5. 본인의 분야에서 중대한 영향을 끼친 독창적인 기여를 했을 것 - 이 요건은 상당히 포괄적이어서 일견 충족을 하기가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최근들에 이민국에서 "중대한 영향" 부분을 까다롭게 요구하기 시작해서, 충족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6. 본인의 분야의 학술 저널이나 주요 언론을 통해 본인이 저술한 논문을 기재했을 것 - 피인용수가 얼마인지와 해당 저널이 얼마나 저명한 저널인지도 함께 입증해야 합니다.
7. 예술인의 경우, 본인의 작품을 전시회나 기타 쇼케이스를 통해 발표했어야 합니다.
8. 잘 알려진 기관에서 매니저급 이상의 역할 또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을 것 - 이 요건은 경력이 있는 신청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충족하기 수월한 조건이지만, 신청인이 일을 했던 기관이 잘 알려진 기관인지 여부가 때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9.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을 것 - 이 요건은 보통 미 연방 노동청에서 제공하는 임금 액수 데이터베이스 상의 임금 레벨에 의할 때 Leve 4 (가장 높은 레벨) 이상의 급여를 받는 경우 보통 충족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까다로운 심사자의 경우 신청인이 받는 연봉 등이 해당 업계의 상의 10% 안에 들것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10. 예술인의 경우, 본인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었을 것 - 흥행에 성공한 영화나 공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와 같이, 10개의 기준 중 3개만 충족을 하면 되어서, 얼핏 생각하면 어렵지 않아 보일 수도 있지만, 하나 하나를 충족하기가 만만치 않고, 아무래도 직업군에 따라서, 이에 부합하는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난이도가 다를 수 있어서 모든 경우에 높은 확률로 성공이 예상되는 경우는 아닙니다.
이와 같이 몇개의 기준을 충족해서 영주권이나 비자를 받는 유형이 EB-1A 만 유일한 것은 아니고, 연구자들에 특화된 EB-1B, EB-2 NIW (National Interest Waiver), O-1 visa 등 유사한 유형들이 있습니다. 이 다른 유형에 대해서도 언젠가 글을 써서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traordinary 를 보이기 위한 기준들 하나하나를 입증을 위해서 이민변호사들은 보통 수십 페이지가 넘는 Brief 를 작성합니다. 이러한 문서를 작성해서 주장을 하는 것은 소송 등 변호사들의 여느 다른 업무와 다르지 않지만, 하나의 주장 ("이 신청인은 extraordinary 한 사람입니다")을 관철하기 위해, 그 사람의 업적과 성취에 대한 문서 기타 증거들 ("참고 문헌")을 꼼꼼히 읽고, 종종 창의적인 접근도 곁들여가며, 신청인에 대한 한편의 서사를 작성하는 일은, 이민법을 하면서 경험했던 어떤 업무보다도, 연구자로서 학술 논문을 작성하는 일과 닮아 있다고 늘 느끼게 됩니다. 신청인이 연구자인 경우에는 왠지모를 동질감을 느껴서 반갑고 그 정도의 학술업적을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아서 새삼 감탄하기도 합니다. 그럴때면 제가 변호사로 일하기 전에 걸었던 연구자의 길과 어떻게든 닿아있는 것도 같아서 아련하기도 반갑기도 합니다.
위의 10가지 기준을 통해 짐작하셨을 것도 같은데요, 이 유형의 신청에 대한 심사는 주관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이 또한 다른 유형의 이민법 신청과의 차이점이지요. 이러한 이유에서, 많은 경우 심사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이민변호사 협회의 토론장에 종종 이민국의 어느 심사자가 이러이러한 법에도 없고 말도 안되는 추가서류 요청을 한다는 토로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심사가 이렇게 주관적이기때문에, 정말 누가봐도 이상한 심사자를 만나서 그 이상한 요구들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거절이 되더라도, 그에 대해 소송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appeal 을 하는 것보다 새 신청을 제출해서 더 나은 심사자를 만나기를 바라는 것도 하나의 효율적인 전략이 되었습니다.
이 유형을 신청했던 고객 B가 생각납니다. B는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 분야가 다른 EB-1A 지원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였습니다. 하지만, O-1 비자가 이미 승인이 되었고, 본인이 워낙 꼼꼼하게 자신의 성취 및 업적에 대한 자료들은 준비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판단해서 EB-1A 신청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B가 다른 고객과 조금 달랐던 점은 서류 준비 중간중간 미팅을 자주하기를 원했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B가 매주 미팅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제가 그렇게 자주 미팅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하며 결국 2주에 한 번 미팅을 하기로 합의가 되었습니다. 사실 EB-1A의 준비는 미팅을 자주 가질 필요 없이 이메일로 서류 및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이 분이 미팅을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서 따르기로 했습니다. 2주에 한 번 Video call 로 진행된 미팅이 몇 번 진행되면서, 케이스의 준비 및 진행상황 체크 이외에도 기대치 못한 효과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이런저런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제가 한국인인 것을 알기 때문에, B는 본인이 있는 주(State)에서 유명한 한국 BBQ 식당에 대한 이야기며, 본인이 넷플릭스에서 본 한국 드라마 이야기도 즐겨 했습니다. 또 제가 일할 때 어떠한 priority를 가지고 있는지, 저의 career goal 은 무엇인지 등등을 순수한 호기심으로 물어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 중에 등장한 드라마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습니다. B의 시작에서는 이 드라마가 한국의 법시스템과 변호사의 삶 등을 보여주는 신선함이었다고 합니다.
케이스 준비는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습니다. 워낙 B가 qualifed 되어 있었고,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꼼꼼하게 많이 준비해서, 제 역할이 오히려 자료의 "가지치기"를 해서 심사관이 보기 수월하게 만들어주는 것일 정도였습니다. 결국 이 케이스는 이민국의 추가서류 요청 (EB-1A 유형에 흔히 받게되는, 그리고 프리미업 프로세싱으로 진행했을 때 더 자주 나온다는 말이 있는) 없이 청원서 제출 후 10일 정도 안에 승인이 되었습니다. 영주권 신청 절차가 남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별다른 이슈가 없으면 대부분 승인이 되기 때문에 어려운 산은 모두 넘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이 기쁜 소식을 B에게 알렸을 때 그는 일종의 inside joke로 멋지게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저를 훌륭한 이민 변호사로 칭해준 것이 정말 고마웠는데요, "extraordinaly Immigration lawyer"라고 불러준 것은 순전히 "Extraordinary Attorney Woo“를 본 사람들끼리만 할 수 있는 우스갯소리여서 더 즐거웠습니다. 생각보다 자주 돌아온 미팅을 통해 이 분과의 Rapport 가 잘 형성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어서 또 좋았습니다. 그리고 Extraordinary professional 이라고 미국 이민국의 인정을 받은 사람에게서 extraordinary attorney 라는 말을 들어니 그것도 참 특별하게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B의 영주권이 최종 승인되었습니다. 이 때 그는 또 한번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전해서, 제 마음이 한 번 더 보람으로 따뜻해지도록 해주었습니다.
이민법은 미국에서의 삶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foundation 과 같은 분야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금 확인을 하게됩니다.
Extraordinary - 미국 이민법에서 큰 의미가 있는 이 단어에 대해 생각하면서, Extraordinary clients 들과 함께 일했던 즐거운 순간들을 추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위로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준비하고 있는 두 개의 EB-1A 케이스들(약간 지연이 되고 있어서 죄송스런)도 더 열심히 준비해야 겠다는 다짐을 새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