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먼 우주 어딘가에 있을 하나의 별이 수만 광년 떨어진 여기까지 빛을 보낸다.
별빛은 지구 대기를 지나 굴절되고 그로 인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대기를 통과하며 산란된 별빛은 바람이 불거나 불안정한 대기를 만날수록 더욱 선명해진다.
그래서 고도가 낮아 대기권을 많이 지나야 하는 지평선 근처의 별일수록 빛은 더욱더 반짝이게 된다.
저 멀리 지구를 찾아온 별빛이 밤하늘에 반짝이는 것은
수많은 바람과 불안을 건너며 비로소 나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그날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더라면 별이 빛남을 보지 못하였겠지.
그 밤 별은 어쩌면 마지막 한 번의 반짝임이었을지도.
우연히 내게 떨어진 별빛이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것이
나의 바람과 불안을 잠재우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유독 맑은 하늘,
이상하게 지난밤에 빛나던 별이 떠오르는 이유가 너의 반짝이는 눈빛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내가 그 겨울 그 밤 너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너의 눈에서 빛나고 있는 이 별빛을 모른채 살아가고 있겠지.
딸랑~ 딸랑~
방울 소리를 울리며 걸어가는 너를 따라 우리는 강물처럼 흘러 지금에 있다.
얼마나 다행인지 지난밤 반짝이는 별을 보며 이런 생각들이 나를 스쳤다.
윤슬이 반짝이며 흐르는 강물을 따라 말없이 걸었던 그날
사진 속 너의 그 방울소리가 저 강물을 따라 흘러 지금 내게로 오는 것 같다.
오래된 사진들은 가끔 사라진 기억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무슨 연유였는지, 혹은 어떤 날이었는지,
기억만으로는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사진은 소리를 내지도 감정의 은유를 말하지도 않지만
단어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가늠할 수 없는 마음의 온기를 반짝일 때가 그러하다.
네 눈이 반짝이며 바라보던 무언가가 그것이고,
그 반짝임을 포착할 수밖에 없었던 나의 벅참이 그것이다.
사진 속 너는 언제나 샛별처럼 맑은 눈을 초롱인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의 시간과 공간은 그 강물처럼 흘러 지금에 있다.
많은 것이 변하고 또 흘러갔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건 여전히 그 강에 흐르는 물과 너의 반짝이는 눈빛.
바람이 있다면
강물이 마르지 않고 그리던 바다로 돌아가기를
또,
너의 반짝이는 두 눈의 별들이
오랫동안 내 그늘아래서 빛나고 있기를
강물처럼 흘러 언젠가 바다로 가는 꿈을 꾸는 나에게
너는 두근두근 빛나는 설렘을 주고 있다.
고마워, 나의 꽃 흰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