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NATURA CLASSICA solaris 100
여름이 끝났다.
아직 한낮에는 볕이 따갑지만 한여름 피하고 싶었던 그 열기는 아니다.
아침잠에서 깨면 이불 밖을 나오기가 아쉬워졌고, 밤에는 이불을 목까지 덮고 잠자리에 들 만큼 기온이 싸늘해졌다. 늦게까지 폭염의 더위가 이어질 거라는 일기예보는 이번에도 빗나갔고, 그렇게 여름이 끝나버렸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갔을 뿐인데 곳곳에서 가을이 오고 있다는 신호로 가득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상반되었지만 묘하게도 닮은 여름과 겨울이 레모네이드와 유자차 같다면, 봄과 가을은 벚꽃과 단풍처럼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계절은 각기 다른 색과 온도를 품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봄이 생각이라면 가을은 느낌이다.
머리와 마음속 떠오르는 것을 헤아리며 생각은 앞으로 나아간다. 활짝 핀 봄꽃을 보며 싱그러운 꽃잎이 떨어지지 않기를, 천천히 이 계절이 머물러 있기를 바라며 우리는 걸어간다.
느낌은 삶에서 수없이 만나는 가슴속 감정을 알아가는 것이다. 한여름 무더위를 지나 살갗에 닿는 바람의 서늘함이 느껴질 때쯤, 울긋불긋 곱게 물들어가는 산들을 보며 애틋한 마음이 인다. 그 길에 남을 미련이 못내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지만 가을은 말없이 흘러간다.
바람의 스침, 따사로운 볕, 하늘의 색, 구름의 변화,
잠시 생각을 접고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가을을 느껴본다.
흰둥아, 너도 가을이 오는 걸 느끼니?
천고멍비
하늘이 높고 개가 살찐다!
뭐 이런 뜻 아니겠어요.
지금보다 털도 살도
복슬복슬해지겠죠?
가을은 짧아요.
생각은 잠시 접고 그냥 느껴보세요.
저처럼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