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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Nov 22. 2021

방향



기윤재에 살면서 독특한 집의 구조 때문에 방송사와 잡지, 집 관련 플랫폼들에서 연락을 참 많이 받았다. 드러내기 위해서 집을 지은 것은 아니었기에 주로 거절을 했었는데, 와중에 욕심이 나던 기회들이 분명히 있었다. 집에 대한 프로그램 중에 제일 좋아했던 <건축 탐구 집>. 집에 대한 시각이 남다른 연출진 들임을 알기에 남편까지 설득을 해서 출연을 했다. 마당 일부 등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꼭 추억으로 남기고 싶었다. 욕심나는 기회들을 잡으면서 집에 대한 추억이 하나 둘 쌓여갔다. 나는 기윤재를 마치 사람처럼 대했다. 아이들의 성장 일기처럼 집도 성장 일기를 써주고 싶었다.



이 모든 기회들에도 시작이 있었다. 오늘의집이라는 플랫폼 에디터에게서 ‘온라인 집들이’라는 걸 해보지 않겠느냐는 메시지를 받고 나는 고민도 없이 승낙했다. 당시에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플랫폼이었고 글과 사진 모두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품이 드는 일이었지만 이렇게라도 집에 대한 기록을 남긴다면 좋을 것 같았다. 쓰면서 왠지 나도 원고를 청탁받은 에디터가 된 기분이었다.



‘온라인 집들이’를 시작으로 하나 둘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한 번의 시도가 또 다른 기회의 연결고리가 되었다. <건축 탐구 집>이 방송에 나간 후로는 더 많은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기회가 기회를 부른다는 말은 맞는 말이었다. 한두 번 정도 더 매체에 노출이 되다 보니 집에 대한 기록이 외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치중되어 있다고 깨달았다. 가끔 악의 섞인 댓글들로 마음이 불편한 것 역시 집주인의 서사없이 보이는 것만 그들에게 전달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집에 담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 첫 시도가 작년 이맘때 촬영한 오늘의집의 ‘홈서트’다. 홈 home+콘서트 concert의 조어로 스탠딩에그님이 노래를 부르며 집을 자연스레 보여주면서 집에 대한 나의 이야기도 담을 수 있는 기획이었다.



기회라는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방향을 가리킨다. 오랜만에 영상을 보며, 집을 통해 나는 사람들과 어떤 소통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봐야겠다.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글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기윤재를 드러낸다. 길게 드는 서향 빛이 담긴 집과 감미로운 노래를 즐겨주시길, 아, 급성 축농증 걸린 내 목소리도…



링크 : 기윤재 홈서트_w. 스탠딩에그_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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