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이태리 여행 에세이
10화 - 피렌체를 떠나며
눈을 뜨니 이미 한밤중이었다.
런던의 그 밤처럼.. 우리는 또 반나절을 자느라 써버렸다.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마주 보고는 한참을 웃었다. 너무나 우리 다운 여행이다.
어차피 늦었으니 일몰을 보긴 틀렸지만 다음날 오전이면 떠나는 피렌체가 아쉬워 야경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산타 마리오 벨라 역으로 향했다. 역에는 미켈란 젤로 언덕으로 가는 12,13번 버스를 탈 수 있는데 금액은 01.2유로였다. 이티켓을 구매하면 90분간 이용할 수 있다.
티켓 박스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고 12번 노선이 13번 보다 조금 빨랐던 것 같다.
버스에 오르니 우리말고도 야경을 보려고 버스를 탄 한국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처럼 어이없이 잠으로 시간을 날리지 않았다면 베키오 다리를 건너 천천히 구경하며 미켈란 젤로 언덕에 오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피렌체는 골목 곳곳이 아름다우니까 ^^.
버스는 피렌체 시가지를 안내해주는 투어 버스처럼 크게 돌아 미켈란 젤로 언덕으로 향했다. 해가진 피렌체는 역시 작지만 참 아름다웠다. 부다페스트에서 봤던 야경 하고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미켈란 젤로 언덕엔 역시 한국사람들 포함 젊은 여행객들이 참 많았다. 계단에 아무렇게나 앉아서 하나같이 같은 방향을 향해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음악에 춤을 추는 젊은 이들도 있었고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지 "몇 분 이서 오셨어요?" 같은 맨트도 자주 들렸다. 내 학창 시절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그래도 참 좋을 때구나 싶어 그 모습들이 너무 귀여워 보였다.
우리도 야경을 보며 맥주 한 병씩을 마시고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올 때 탔던 버스로 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피렌체의 마지막 밤이 또 흘렀다.
아침이 밝자 창밖에 새가 지저귀고 있었다. 창을 열어보니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날씨 었다. 내내 이런 날씨라니 너무 감사했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모습에 행복감이 가득했다. 로마행 기차 시간까지는 몇 시간이 남아서 피렌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GiLLi에서 커피를 마시고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선물로 주면 좋은듯한 조그마한 오일을 세병 샀다.
가죽 시장에도 들러 부르는 가격 1/4 정도로 가방도 샀다. 신랑과 가게 주인이 한참을 실랑이해서 흥정에 성공한 금액이었는데, 돌아와서 싸게 샀다고 자랑했더니 피렌체 가죽 시장에서는 무조건 1/4 정도로 깎아야 한다고들 했다. 아마도 우린 가게 주인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을 꽤나 힘겹게 지불한 셈인 것 같았다.
GiLLi 에 도착하자 커피를 즐기거나 브런치를 먹는 사람들이 하나 둘 외부 테라스 쪽에 있었다. 에스프레소가 유명한 이 레스토 땅에서 나는 결국 평소에 좋아하는 라테를 마셨지만 커피맛은 소문대로 좋았다.
단지, 손님이 별로 없었는데도 좀처럼 주문받으러 오지 않았다. 이태리 사람들은 '여기요'를 외치는 것을 싫어한다고 들은 터라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여기요'를 외칠까 말까에 대한 고민을 한 후 커피를 받을 수 있었다.
GiLLi에서 나오니 여전히 피렌체를 떠나기가 아쉬워 베키오 다리까지 산책하고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광장에 내리쬐는 햇살은 상투적인 말 그대로 눈부시게 아름다웠고 거리는 햇살을 즐기러 나온 많은 관광객으로 가득했다. 괜스레 그 옆에 앉자 한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행 중 제일 예쁘던 평화로운 이곳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며 캐리어를 끌고 로마로 가는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