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박달 Nov 18. 2021

2021118 (목)

주말만 기다리는 평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보통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결산자료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사실 브런치라는 게 작가 등용문이라는 이유로 허가를 득해야 글을 공개적으로 쓸 수 있고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면 으쓱한 마음에 글을 쓰는데 너무나 폐쇄적인 분위기에 그냥 좋아요 품앗이 분위기에 자주 들어오지 않게 된다. 뭔가 정돈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괜히 솔직하지 못할 것 같은 곳이다.


오늘은 후배와 지금은 퇴사한 친구들을 만났다. 북창동 버거집에서 버거를 먹으며 신세 한탄을 했다. 그때 한 친구가 압구정 공주 떡에서 나온 흑임자 인절미를 줬다. 유명한 떡이라는데 나는 처음 들었다. 그런데 브런치의 글씨체 뭔가 바뀐 것 같은데 동글납작한 게 무척 예쁘다. 네이버의 마루부리 글씨체만 봤더니 이런 단단한 서체가 그리웠나 보다.


집에 들어와 처갓집 양념통닭을 먹었다. 오늘 할인한다고 해서 시켰다는데 수능 본 사람들이 죄다 시켰나. 한 시간쯤 넘어서 치킨이 왔다. 그래도 맛이 좋아 다행이었다. 처갓집은 대학 시절 직접 가게에 가서 많이 먹었는데 그 이후론 오랜만이다. 그때는 파닭도 유명했고 컵닭도 꽤 먹었는데. 공강 시간에 잠깐 나와서 먹었던 치킨 맛이 기가 막혔다. 대학 시절엔 지금도 자주 보는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가 게임을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지겨우면 친구 집에 갔고 게임을 하다가 밥을 먹고 그랬다. 나중엔 친구 하숙집 주인아저씨랑도 친해져서 저녁에 하숙집 삼겹살 파티할 때도 놀러 갔는데 그것 참 민폐였구나 싶다. 그때는 대학 생활이 재미없고, 꽉 막혀있는 느낌에 (실제로 율전동은 좀 막혀있는 지형이라 생각한다.)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순수하고 책이나 뭔가 하나에 푹 빠질 수 있는 환경이구나 싶다. 그리고 당시 넷플릭스 같은 게 있었다면 대학 성적은 개판이지 않았을까. 책도 읽지 않고. 그때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다운로드하기는 귀찮고 극장 가기엔 돈이 없어서. 뭔가에 목말라 있던 걸 책으로 대리 만족하는 식이었다.


집에 와서 오랜만에 eels 음악을 듣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요일 저녁 (엄청 옛날에 쓴 것 같은 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