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만 기다리는 평일
오랜만에 브런치에 들어왔다. 보통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결산자료를 준다는 말에 혹해서 브런치에 글을 남긴다. 사실 브런치라는 게 작가 등용문이라는 이유로 허가를 득해야 글을 공개적으로 쓸 수 있고 그래서 브런치 작가에 합격하면 으쓱한 마음에 글을 쓰는데 너무나 폐쇄적인 분위기에 그냥 좋아요 품앗이 분위기에 자주 들어오지 않게 된다. 뭔가 정돈된 글을 써야 할 것 같고, 괜히 솔직하지 못할 것 같은 곳이다.
오늘은 후배와 지금은 퇴사한 친구들을 만났다. 북창동 버거집에서 버거를 먹으며 신세 한탄을 했다. 그때 한 친구가 압구정 공주 떡에서 나온 흑임자 인절미를 줬다. 유명한 떡이라는데 나는 처음 들었다. 그런데 브런치의 글씨체 뭔가 바뀐 것 같은데 동글납작한 게 무척 예쁘다. 네이버의 마루부리 글씨체만 봤더니 이런 단단한 서체가 그리웠나 보다.
집에 들어와 처갓집 양념통닭을 먹었다. 오늘 할인한다고 해서 시켰다는데 수능 본 사람들이 죄다 시켰나. 한 시간쯤 넘어서 치킨이 왔다. 그래도 맛이 좋아 다행이었다. 처갓집은 대학 시절 직접 가게에 가서 많이 먹었는데 그 이후론 오랜만이다. 그때는 파닭도 유명했고 컵닭도 꽤 먹었는데. 공강 시간에 잠깐 나와서 먹었던 치킨 맛이 기가 막혔다. 대학 시절엔 지금도 자주 보는 친구 집에 자주 놀러 가 게임을 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지겨우면 친구 집에 갔고 게임을 하다가 밥을 먹고 그랬다. 나중엔 친구 하숙집 주인아저씨랑도 친해져서 저녁에 하숙집 삼겹살 파티할 때도 놀러 갔는데 그것 참 민폐였구나 싶다. 그때는 대학 생활이 재미없고, 꽉 막혀있는 느낌에 (실제로 율전동은 좀 막혀있는 지형이라 생각한다.) 답답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순수하고 책이나 뭔가 하나에 푹 빠질 수 있는 환경이구나 싶다. 그리고 당시 넷플릭스 같은 게 있었다면 대학 성적은 개판이지 않았을까. 책도 읽지 않고. 그때는 영화를 보고 싶은데 다운로드하기는 귀찮고 극장 가기엔 돈이 없어서. 뭔가에 목말라 있던 걸 책으로 대리 만족하는 식이었다.
집에 와서 오랜만에 eels 음악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