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아나 존스에서 Pado로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는 지독한 교통체증과 짙은 매연으로 유명하다.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모범택시 ‘블루버드’를 타고 거대한 도시를 지나며 여행을 실감하던 순간이 그립다. 직항으로 7시간쯤, 시차는 2시간 차, 더울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뜨겁지만 덥지 않았던 날씨, 익숙한 알파벳을 낯설게 만들었던 것이 인도네시아의 첫인상이다. 그곳에서 나는 나시고랭을 주로 먹었다. 빈땅도 마셨다. 이국에서 낯선 음식들을 먹고 마시며 함께 간 친구들과 〘인니아나 존스(Inniana Jones)〙를 만들었다. 타이틀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인디아나 존스』를 모티브로 인도네시아의 예술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탐험가가 되었다.
〔인니아나 존스① 예술공간발굴 프로젝트〕 2016년 수도 자카르타를 기준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예술공간을 찾아갔다. 그곳의 운영자를 만나고,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인도네시아 예술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인니아나 존스② 인도네시아 예술교육 프로젝트〕 그 다음해에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예술가들과 함께 전시와 워크숍을 운영했다. 외교부의 든든한 지원으로 갤러리, 초등학교, 고아원. 아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인니아나 존스③ 질문과 대답 개인전, 2019, 러브앤프리〕 광주에 돌아와서도 인도네시아 예술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간 운영하기에 급급했던 프로젝트를 찬찬히 되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설정하고자 했다. 인도네시아와 관련된 예술서적 및 자료부터 개인 소장품을 나눠보며 나의 고민이 유효한지 직접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질문을 받았다. 〔Over Here : 기록된 순간 개인전, 2019, 오버랩〕 〘인니아나 존스〙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고 한 첫 번째 개인전이다. 광주에서의 활동을 시작하면서 나의 관심사인 인도네시아를 연결 짓고자 했다. 수많은 주제가 있었지만 광주라는 도시에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서 감히 국가폭력을 주제로 선정했다. 두 예술가 타라재이(광주)와 마하라니 만카나가라(인도네시아 반둥)를 초대해 새로운 형식으로 역사를 기록해 나갔다. 이 개인전을 끝으로 인도네시아 관련 프로젝트는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2021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창작자들과 협업하는 프로젝트 PADO(파도)다. 예술가 대신 창작자로 스스로를 예술가로 칭하진 않지만 창작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개인을 하나의 물결으로 보고, 연대와 협업을 통해 프로젝트를 완성하여 결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주 메시지다.
〔파도 프로젝트① PADO : 맞닿은 모양 기획전, 2021, 대인예술시장한평갤러리〕 타투이스트 주은과 쉐프 양승연과 함께한 프로젝트이자 타투와 요리라는 창작물을 시각화한 전시로 한 달간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개최되었다. 〔파도 프로젝트② Vege Memo 독립출판 매거진, 2021〕 쉐프 양승연의 비건 레시피를 모아 매거진으로 발행한 프로젝트이다. 쉐프의 창작 레시피와 비건에 대한 인터뷰가 실린 타블로이드판 매거진으로 독립서점과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었다. 〔파도 프로젝트③ ‘사서 고생하는 사람들’ 인터뷰, www.makeourpado.com〕 주변에서 사서 고생할 만큼 자신의 작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인터뷰글을 발행하는 프로젝트이다. 기후활동가, 디자이너, 소설가, 기획자 등 광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의 인터뷰가 비정기적으로 웹사이트에 업로드된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있다. 나는 주로 듣는 사람이다. 내 이야기는 이미 잘 알고 있으니까. 꽤 오랜 시간동안 이야기를 듣다보니 알게 된 건 나는 큰 소리보다 작은 소리에 끌린다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작은 목소리로 소신을 말하는 사람들이 좋다. 신념을 잃지 않는 동력과 과정이 궁금하면서도 힘을 보태고 싶어진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듣는 사람이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2022. 섬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