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영감을 주는 작업실, <스튜디오썸띵>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
일러스트 작품을 좋아한다. 작가들마다 뚜렷한 개성이 담긴 그림들을 마주하고 있자면 눈은 물론 마음마저 즐겁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하다는 일러스트 작가들은 죄다 팔로우하고는 틈만 나면 그들의 피드를 살피는 게 취미가 됐다. 나와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지, 몇십만의 팔로우를 가진 작가들도 부지기수다.
그림에는 묘한 마력이 있다. 마음에 드는 그림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예술혼(?)에 휩싸이게 하는 마력. 좋아하는 작가들의 그림을 보고 있자면 나도 뭔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창작 의지가 불끈 솟아난다. 창작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 묘하게 전염되는 것일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지만, 아무튼 나도 뭔가를 창작해보고 싶어 쏟은 돈만 해도 어마하다. 그들의 그림에 취해 지금까지 수강한 그림 클래스만 서너 차례는 족히 넘고, 집 책장 한 면에는 미술 도구가 가득하니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할까.
<스튜디오썸띵>은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아트 상품으로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다. 요즘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작가들의 그림을 폰케이스나 에코백, 엽서나 포스터로 만들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을 한다. 작가들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서비스가 아닐 수 없다. 온라인(http://stsomething.com/)에서 주로 판매를 하고, 상수에 마련한 작은 공간은 쇼룸 겸 대관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쇼룸이라는 소개에 어울리게 공간은 작가들의 작품이 빽빽하도록 채워져 있었다. 이미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먼저 눈에 들어와 반가웠다. 자세히 살펴보니 상품의 종류도 다양했다. 마스킹 테이프나 노트 같이 실생활에 쓸만한 상품들부터 포스터 같이 작품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상품들까지. 그 면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훌쩍 갔다. 한쪽 벽면에는 독립 서적들도 진열되어 있었다. 독립 서적도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는 책들만 선별하여 판매하는 중이란다. 주로 일러스트 작품집이나 사진 작품집, 혹은 그를 활용한 에세이집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일러스트 상품에 독립 서적이라니! 취향 저격의 공간을 제대로 만났다.
원래 상수에 마련한 공간은 소속된 작가들의 작업실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작가들이 개인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공유공간으로 그 쓰임이 바뀌었다. 소속된 작가들은 아니지만 개인 창작자들이 공간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단다. 이미 단골도 여럿이다. 조용한 분위기에 그림이 가득한 공간이니 작업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작업공간이겠다 싶었다. 이토록 좋은 작품이 많은 공간이라면,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창작에 대한 충분한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일이 잘 안 풀릴 때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보는 것으로 마음을 전환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캘리그래피나 수채화 같은 개인 워크숍 공간으로도 대관을 많이 하고 있다. A룸, B룸으로 나눠진 대관 공간은 대여섯 명이 이용하기 좋아 소그룹 워크숍에 어울리는 공간이다. 심지어 B룸은 공간 안에 세면대가 설치되어 미술 관련 워크숍을 진행하기에 딱이다.
작품만 보고 그냥 가기에 아쉬운 사람들은 반지층의 카페를 이용할 수도 있다. 카페에는 간단한 그림도구를 비치하는 센스가 돋보였다. 손님들이 남기고 간 그림들을 슬쩍 엿보니,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끄적인 낙서들조차 수준급이었다. 카페는 전시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는데, 방문했을 때는 '셀루'라는 작가의 전시가 한창이었다. 전시의 기회가 적은 신진 작가들에게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한편으로는 대중들에게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예사롭지 않은 포부를 들으니 <스튜디오썸띵>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확실히 다가왔다.
<스튜디오썸띵>의 공간은 그 자체로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매니저님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앨리스의 동굴'같이 동화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는 신기한 구조가 한 몫하는데, 18년 정도 된 오래된 주택의 골격을 살린 채 개조한 덕에 독특한 분위기가 그대로 살았다. 매니저님의 말로는 돈이 없어 어쩔 수 없었다지만 그게 오히려 매력 포인트가 됐다. 1층과 반지층, 1.5층으로 각 층이 겹쳐져 있는 구조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층은 쇼룸 겸 판매 공간, 반지층은 카페 공간, 1.5층은 대관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앞문, 뒷문 입구도 두 개다. 앞문은 1층 쇼룸으로, 뒷문은 반지층 카페로 이어진다. 정문 쪽은 일본의 작은 가게 같은 느낌이 나 포토스폿이 됐다. 1층 입구에 길냥이들 식사를 준비한 정성이 정겹게 느껴졌다.
상수에 위치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스튜디오썸띵>이 가진 색깔과 어울리는 지역을 고르다 보니 상수에 입점하게 됐다. 아티스트들이 많이 모이는 홍대 부근이면서도 홍대 메인 스트릿과는 다르게 고요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조용한 분위기 덕에 공간을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대만족. 앞으로도 계속 지점을 늘려갈 계획이란다. 물론 <스튜디오썸띵>의 고유한 분위기와 어울리는 지역에.
그림이 주는 영감이 가득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 스튜디오썸띵
서울특별시 마포구 와우산로 29-18 마포구 와우산로 29-18
A룸, B룸 2,000원(1시간/인) / 카페 공간 대여 70,000원(1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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