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 서울 전역에 사무실을, <이태원 브루독>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 곳곳의 숨겨진 로컬공간기록, 도시작가 프로젝트]
얼마 전 한 후배는 엄청난 비밀을 토로하듯 말했다. 강남에 빌딩 하나 가지면 소원이 없겠다, 하고. 월세 받고 일을 안 하고 싶은 거냐 했더니, 딱히 불로소득을 바라는 것도 아니란다. 그냥 그 공간을 소유했다는 그 자체로 배부를 것 같다 했다.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인 데다가 경제적 효용마저 계산하지 않은 그 꿈을 듣고 코웃음이 절로 났지만, 그 이야기는 오래도록 뇌리에 남았다. 공간을 점유하고 싶은 마음, 그 본능이 우리 모두의 한 구석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서울에 내 땅, 내 자리를 마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잡으려 애를 써도 치솟는 땅 값에, 그나마 발붙이고 있던 곳 마저 빼앗기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터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급급한 시대에 신기할 정도로 빠르게 공간을 확장해 가는 곳이 있다. 바로 얼리브 워크스페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숲을 시작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열더니 이어 이태원에 두 군데, 건대에 한 군데를 더 오픈했다. 서울숲, 이태원, 건대… 이름만 들어도 서울의 가장 뜨는 동네라는 직감이 바로 온다. 땅값이 만만치 않을 텐데 하는 걱정은 기우일 뿐인 건지, 얼리브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 공간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란다. 얼리브의 빠른 확장성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월 15만 원이면 얼리브의 멤버가 될 수 있다는데, 얼리브의 어깨에 올라탄다면 서울 전역에 공간을 갖는 꿈이 멀지 않을지 모른다.
얼리브의 무한 공간 확장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엄청난 후원가라도 숨어있는 줄 알았더니, 부동산 시장에 아이디어로 승부를 봤다. 펍(pub)이나 바(bar)와 같이 일정 시간에는 운영을 하지 않는 공간을 적극 활용한 것. 서울숲의 <얼리브 라운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공간이 그렇게 만들어졌단다. 공유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 상업 공간의 일부 시간을 '공유'받는 아이디어가 영리하다. 자기 것을 나누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셈이다. 오히려 나눠 받은 것을 다시 나눠주니 더욱 풍성한 결과를 누리게 됐다.
여러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중에 이번에 방문한 곳은 <이태원 브루독>. 브루독 Brewdog은 영국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펍 브랜드로, 유럽에서 제일 잘 나가는 수제 맥주 회사란다. 심지어 '브루독 이태원점은 브루독이 영국이 아닌 타국가에 오픈하는 최초의 브루 펍(*맥주를 만드는 브루어리와 펍을 함께 운영하는 공간)이자, 이태원 최초의 브루 펍'인 덕에 탄생부터 맥덕들의 주목을 받은 핫한 공간이다. (참고 : 브루독, 이태원에 아시아 최초 브루 펍 열어…150평의 대형 매장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808080100057360004001&servicedate=20180807)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핫플레이스에 얼리브 워크스페이스 들어선 셈이다.
<브루독>의 펍 운영시간은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얼리브는 브루독이 문을 닫는 그 나머지 시간, 아침 9시부터 4시 반까지를 활용한다. 맥주 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150평의 공간, 오래 앉아 수다를 떨어도 편안한 의자, 맥주와 안주가 올라가던 테이블이, 아침 9시만 되면 사무공간의 요소들로 변모한다. 특별한 장치도 필요 없다. 유후 공간이라고 무조건 섭외하는 것이 아니라 사무 공간으로 써도 손색없는 곳을 꼼꼼하게 고른 덕이다.
애초에 좋은 공간을 섭외했더라도 사무실로 사용하기 부족한 나머지 2%는 공간 매니저들이 채운다. 아침마다 콘센트가 부족한 곳에 멀티탭을 설치하고 간단한 음료와 머그컵을 비치해 업무에 불편함이 없게 했다. 매니저들의 수고로운 손길 덕에 얼리브 전 지점에서 얼리브다움이 느껴진다. 서울숲의 얼리브와 같은 컵, 같은 커피를 이태원에서 마시니 기분이 묘했다. 지역도, 공간도, 분위기도 다 다르지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묘한 안정감을 주었다. 다양한 공간, 다양한 콘셉트 가운데 하나의 서비스, 하나의 멤버십을 잘 유지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얼리브의 멤버라면 각자의 스케줄이나 취향에 맞게 공간을 선택하되, 기본적인 서비스는 동일하게 누릴 수 있겠구나 하는 안심이 됐다.
다만, <이태원 브루독>만의 특색 있는 서비스가 아직 준비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유명하다는 브루독의 맥주를 마시며 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아직 맥주는 제공이 안된단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4시 반에 워크스페이스가 닫히면 바로 뒤이어 브루독의 브루 펍이 열린다는 점. 워크스페이스에 앉아있던 그 상태 그대로 맥주 한 잔을 시키면 이어서 일하는 것도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빠른 시일 내에 워크스페이스에서도 맥주를 제공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하니 아쉬웠던 마음이 한층 누그러졌다. <이태원 브루독>에서 브루독 맥주를 마시며 일할 날이 속히 오기를 바라본다.
방문한 그 주에는 같은 이태원에 또 하나의 얼리브 워크스페이스가 열렸다. <어그로빌리지>라는 독특한 이름의 공간인데, 브루독과는 반대되는 분위기의 공간이란다. 브루독이 어두운 계열의 중후한 공간이라면, 어그로빌리지는 통유리를 통해 이태원의 전경을 모두 볼 수 있는 환한 분위기의 공간이란다. <어그로빌리지>에 대한 매니저의 거듭되는 추천에 <어그로빌리지>도 조만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한 2년 전쯤부터였을까. 노마드 워커가 뜬다 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노마드 워커가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을까. 1kg가 안된다는 가벼운 노트북을 늘 챙겨 다니며, 지하철이든 카페든 언제 어디서나 노트북을 펼 준비가 되어있는 삶. 그런 삶에 얼리브의 무한 복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건대에서 약속이 있는데, 약속 전 처리해야 할 급한 일이 생겼다면? 이태원에서 미팅 후 바로 일을 할 공간이 필요하다면? 한 장소에 고정된 사무실이라면 오가는 시간이 아깝고, 어디에나 있는 카페는 일하기에 불편하다. 노마드 워커에게 제격인 공유공간의 진화인 셈이다. 거기에 공간마다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면? 월 15만 원의 얼리브 멤버십을 마다할 이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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